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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196 건 검색)

서울→부산 6시간···귀성 행렬에 전국 곳곳 정체
서울→부산 6시간···귀성 행렬에 전국 곳곳 정체
2025. 01. 27 17:16사회
...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부산 6시간, 목포 5시간 40분, 울산 5시간 30분, 대구·광주 5시간, 대전 3시간 20분, 강릉 3시간 10분 등이다....
고속도로 서울→부산 6시간···폭설에 귀성길 정체 우려
고속도로 서울→부산 6시간···폭설에 귀성길 정체 우려
2025. 01. 27 09:33경제
...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부산 6시간, 울산 5시간 30분, 광주 5시간, 대구 5시간, 강릉 3시간 10분, 대전 2시간 40분이다. 경부고속도로...
민주당 “국힘 내란 특검법, 비상계엄 6시간만 수사…내란이 땡처리냐”
민주당 “국힘 내란 특검법, 비상계엄 6시간만 수사…내란이 땡처리냐”
2025. 01. 11 15:22지역
... 특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수사 범위를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까지의 6시간에 집중하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형법 90조는 내란의 예비, 음모, 선동,...
내란수사선포6시간대변인
관저 접근, 경내 진입, 1·2차 저지선 뚫었지만…200명 경호벽에 막혀 6시간 만에 철수
관저 접근, 경내 진입, 1·2차 저지선 뚫었지만…200명 경호벽에 막혀 6시간 만에 철수
2025. 01. 03 16:01사회
새벽부터 긴박하게 이어진 ‘윤석열 체포 디데이’ 공수처 수사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경찰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배치돼 있다. 문재원 기자 서울 용산구...
尹 탄핵심판 시작

스포츠경향(총 139 건 검색)

‘비상계엄 6시간’ 프로스포츠 출범 이래 초유의 사태···오늘까지 이어졌다면 경기 운영은
‘비상계엄 6시간’ 프로스포츠 출범 이래 초유의 사태···오늘까지 이어졌다면 경기 운영은
2024. 12. 04 10:16 스포츠종합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3일 오후 10시 25분부터 4일 오전 4시 27분까지 약 6시간 동안 비상계엄 상태가 유지됐다. 비상계엄령 선포는 군사정권이었던 1979년 10·26 사태 이후 44년 만이다. 1982년 프로야구를 필두로 출범한 한국 프로스포츠계에는 전례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각 리그는 혼돈의 밤을 보냈다. 전날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계엄사령부는 결사·집회·시위 등 정치 활동 일체 금지, 언론과 출판 통제,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포고령을 발포했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 당할 수 있다는 조항이 덧붙여졌다. 계엄군이 시민의 일상생활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게 정당화됐다. 80년대 이후 출생 국민에게 그러하듯이 프로스포츠에도 비상계엄은 처음 겪는 경험이다. 프로스포츠는 1982년 6개 팀으로 구성된 프로야구가 탄생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3년 프로축구, 1997년 프로농구,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했다. 1979년 10월 27일자 경향신문 지면에 실린 ‘모든 체육행사 무기 연기’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79년 10월 26일 비상계엄 당시에는 전국의 모든 스포츠 경기가 무기한 연기됐다. 계엄령 선포 당시 열리고 있었던 전국축구선수권대회와 야구대제전 등은 일단 전부 중단됐다. 각종 스포츠 경기는 계엄령 선포 9일 후인 1979년 11월 4일부터 재개됐다. 단 계엄령에 따라 대회 개최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에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했다. 스포츠 경기가 계엄령이 제한하는 ‘집회’에 포함되면서 계엄사의 통제를 받게 된 것이다. 11월 10일이 되어서야 ‘각종 운동경기’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됐다.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 날인 4일에는 남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비상계엄 상태가 유지됐다면 경기 정상 개최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젯밤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에는 문체부에서 이사회를 열어서 프로리그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농구단의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태 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경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등을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야구가 시즌 중 중단된 2021년 8월 잠실야구장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문체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과 폭염 등 질병·천재지변으로 인해 경기 미개최를 결정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전날과 같은 대통령의 일방적 비상사태 선언으로 인해 리그 일정에 혼란이 생긴 적은 없었다. 군사정권 이후 초유의 사태다. 또 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너무 짧은 시간에 진행됐기에 따로 문체부에서 논의한 건 없었다”라며 “197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어떻게 회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됨에 따라 이날 프로스포츠 경기는 정상 개최된다.
“프로가 6시간?” 늑장 플레이에 흥분한 찰리 헐 “삼진아웃제 도입, 투어 카드 뺏어야” … LPGA 스타들 “대책 마련해야”
“프로가 6시간?” 늑장 플레이에 흥분한 찰리 헐 “삼진아웃제 도입, 투어 카드 뺏어야” … LPGA 스타들 “대책 마련해야”
2024. 11. 21 13:47 스포츠종합
LPGA 스타 찰리 헐이 늑장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은 투어에서 퇴출되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펼쳤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하는 찰리 헐. |게티이미지 “한 번 늑장 플레이를 하면 2벌타를 주고, 3번 반복되면 투어 카드를 뺏어야 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가장 빠르게 플레이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난 찰리 헐(잉글랜드)이 최근 심화된 늑장 플레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GC에서 열린 LPGA 투어 더 안니카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한 헐은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이는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며 느림보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은 투어에서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안니카 3라운드에서 넬리 코르다(미국)와 동반 플레이 한 헐은 출발후 5시간 38분이 걸려 해가 거의 질 무렵, 어둠 속에서 경기를 마쳤다. 골프채널은 예정했던 5시간이 넘어가자 편성시간을 50분 늘려야 했다. 헐은 삼진아웃 제도를 적용해 느림보 플레이에게서 투어 카드를 뺏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넬리 코르다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나 같으면 5시간 40분을 넘어 6시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동안 TV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린 위에서 2~3분 동안 퍼트 하려고 서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자기 차례가 오면 퍼트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렉시 톰프슨(미국) 역시 LPGA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다며 “왜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됐다. 투어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타 플레이어가 “질렸다”며 대책을 요구한 반면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주는 대회 코스가 어려웠다. 또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진출권을 결정짓는 마지막 대회였기에 선수들이 조금 더 신중했다고 본다”며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정책으로 단숨에 30분 이상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김민상, 강력계 형사 변신…NCT 재현 쫓는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김민상, 강력계 형사 변신…NCT 재현 쫓는다
2024. 10. 16 17:21 연예
김민상.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민상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 결이 다른 형사 캐릭터를 선보인다. 김민상이 출연하는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길을 걷다 죽음 예언자 준우(정재현 분)에게 6시간 후 죽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 정윤(박주현 분)이 예견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는 타임리미트 감성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극중 김민상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을 수사하던 중 어딘가 수상한 예언자 준우를 쫓게 되는 강력계 형사 반장 역을 맡아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민상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 집’에서도 강력계 형사로 특별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현실 형사 연기를 선보였다. 베테랑 배우다운 노련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김민상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대중들의 기대가 모인다. 앞서 김민상은 영화 ‘노량’, ‘남산의 부장들’, ‘국가부도의 날’, ‘협상’과 드라마 ‘대행사’,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검은태양’, ‘스토브리그’, ‘미스터 기간제’ 등에 출연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탄탄하고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펼치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한편, 김민상이 출연하는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오늘(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박주현, 주연의 품격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박주현, 주연의 품격
2024. 10. 16 07:41 연예
트리플픽쳐스 배우 박주현이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감독 이윤석)는 길을 걷다 의문의 남자 준우(정재현 분)에게 6시간 후 죽게 된다는 예언을 들은 정윤(박주현 분)이 예견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는 타임리미트 감성 미스터리 추리극으로, 추리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2024년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박주현), 관객상을 수상하며 정식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 중 박주현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준우로부터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예언을 받은 정윤 역을 맡았다. 정윤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 나가며 절박하고 힘겨운 삶을 사는 인물로, 박주현은 감정 이입 부르는 현실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트리플픽쳐스 박주현은 자신이 죽는다는 걸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주연 배우다운 면모를 각인시킬 전망이다. 이처럼 박주현은 독보적인 눈빛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제대로 발산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영화 ‘드라이브’,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완벽한 가족’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박주현의 열일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박주현이 주연으로 열연을 펼친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CGV 예매 사이트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개봉 당일 무대인사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흥행 청신호를 밝혔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박점규의 노동여지도]보리출판사 ‘6시간 노동’ 3년의 실험(2015. 04. 20 18:23)
2015. 04. 20 18:23 사회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던 김성재씨(48)는 6시간 노동으로 자녀 학교 부모모임에도 나가고 자전거도 배우고 이웃과도 친해졌다. 6시간 노동제 3년, 다른 회사 비교했을 때 경영상태도 나쁘지 않고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 한강을 따라 자유로를 달린다. 개성과 평양을 향해 난 도로, 접경지역 파주로 향한다. 디스플레이단지, 출판단지 표지판이 잇따라 보인다. 2006년 만들어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8년 만에 직원이 1만7397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파주의 인구, 신생아, 보육시설, 지방세가 모두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 비정규직 비율은 7.66%로 삼성전자(23.07%), 삼성디스플레이(18.28%)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군사도시 파주는 이제 살 만한 도시가 되는 걸까? 지난 1월 12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누출 사고로 3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고 열흘 전 불시 비상훈련을 실시해 15분 만에 사고수습을 완료했고,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안전에 투자했다고 자랑한 LG였다.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2052건을 위반했다. 비정규직이 가장 적은 대기업이 이 지경인데, 다른 재벌들은 오죽할까? 퇴근하고 비어 있는 보리출판사. / 박점규 ‘강성 노조’가 만든 파주의 ‘좋은 병원’ 경기도 의료원 파주병원. 1999년부터 간호사로 일한 이은희 보건의료노조 파주병원지부장(42)이 10년 전 병원의 풍경을 떠올린다. 출근하면 병원 소파에는 노숙자들이 자고 있었다. 발 냄새와 악취가 진동했다. 술병이 나뒹굴었고, 곳곳에 오줌이 흘렀다. 청소를 하고 병원 문을 열어도 파리만 날렸다. 비가 오면 복도에 양동이를 놓아야 했다. 입원 환자들은 알코올 중독자나 치매, 중풍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고양·파주 지역의 유일한 공공병원이 오래된 요양원 같았다. 의사들은 출근시간도 잘 지키지 않았다. 군대 땜빵으로 온 공중보건의 의사들을 찾는 환자는 하루에 서너 명뿐이었다. 심지어 직원 가족들도 다른 병원으로 갔다. 월급은 체불되기 일쑤였고 복지는 동네병원보다 못했다. 노동조합은 힘을 모아 무능한 병원장과 싸웠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4명의 병원장은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모두 쫓겨났다. 2007년 파주가 고향인 김현승 원장이 새로 부임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 병원을 살려보겠다고 했다. 노조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섰다. 교만하던 예전 원장들과 달리 자신을 낮췄다. 5급 이상 관리자들이 무급 순환휴직으로 3개월치 급여를 반납했다. 월급이 모자라자 원장은 의사들부터 양보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노조도 임금을 동결했다. 전 직원이 1%씩 떼어 휴직자 생계비를 지원했다. 중단됐던 공사가 재개됐고, 국가와 경기도 지원을 받아 병원 건물을 신축했다. 파주병원 호스피스완화병동을 소개하고 있는 이은희 지부장. 가족들의 편지와 미술치료 작품들이 보인다. / 박점규 신뢰의 노사관계 7년. 병원은 흑자로 돌아섰다. 하루 130명이던 외래환자는 700~800명, 201개의 병실은 90% 이상 운영된다. 건강검진센터도 짓는다. 조합원은 170명으로 늘었고, 임금 체불은 사라졌다. 비정규직 20명도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 된다. 지난 3월 1일 노조의 숙원사업이던 직장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조금 전에 응급실 간호사가 와서 어린이집이 너무 좋다면서 아이 하나 더 낳고 싶다고 하고 갔어요. 다른 병원에서는 감히 못하는 사업을 직원 복지를 위해 했다는 것이 뿌듯해요.” 어린이집은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지역 엄마들도 감탄할 정도란다. 지난 일요일 50명의 직원들이 병원에 나왔다. 매월 둘째 일요일 노사가 함께하는 외국인 무료진료 때문이다. 이름은 ‘들무새’. 파주 인근 의류·청국장·장미공장과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찾는다. CT도 찍고 분만도 하고 수술도 가능하다. 병원 앞에 경찰서가 있어서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이주노동자들이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온다. 매달 100여명이 진료를 받는다. 노사는 해마다 외국에 의료봉사도 나간다. 일요일 오후에는 노조에서 ‘행복한 동행 독거노인 봉사’를 했다. 파주·금촌 지역의 4가구를 방문한다. 한 달치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와 집수리를 한다. 건강상담과 치료는 기본. 이은희 지부장은 지난해 연탄가스 중독을 막기 위해 문을 뜯어내고 알루미늄 섀시로 바꾼 일이 제일 뿌듯했다고 말한다. 케이디미디어 인쇄기계. / 박점규 사계절출판사 강변구 노조분회장. / 박점규 점심식사를 마친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에 들러 과자를 먹고 수다를 떨다 간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식당은 직영으로 운영하고, 모두 조합원이다. 병원 1층 로비, 점심시간에도 환자들로 붐빈다. 물리치료실이 오후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단 둘이 일하던 치료실이 지금은 6명. 한종철 물리치료사는 “중풍이나 교통사고 환자가 초기 재활치료를 못하면 평생 누워서 살게 된다”며 “일산과 서울까지 힘들게 오가던 환자들이 지역 병원에서 맘껏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2층 호스피스완화병동 입구. 가족들의 편지와 미술치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환자와 가족이 만든 화분도 보인다. 원예요법이다. 입원환자 12명을 간호사 6명과 사회복지사가 돌본다. 주치의는 한 명이지만 병원 의사 모두가 협진을 한다. 미용 목욕 마사지와 네일아트도 받는다. 노부부의 마지막 데이트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몰핀 주사를 챙겨들고 카페까지 동행하기도 한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대만족이다. “일반 병실로는 30병상을 쓸 수 있어요. 공공병원이 아니면 이런 시설을 누가 만들겠어요?” 결혼을 앞둔 김연미 사회복지사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강성노조’를 이유로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무상급식까지 중단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남기업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는 소식이다. 파주병원 노동자들은 금촌의료원 시절부터 ‘강성노조’로 5년을 싸워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악덕 병원장들을 쫓아내 ‘좋은 병원’을 만들었다. 노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파주병원 김현승 원장도 “공공의료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는데 의료원은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 아니므로 재정상태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제대로 하느냐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민간병원에서 돈 안 된다고 팽개치는 공공의료 부분을 의료원이 다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대교에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다. / 박점규 인쇄공 34년 만에 노조 두 번 만든 사연 파주 시내를 벗어나 빗길을 달린다. 자유로를 따라 만들어진 파주출판도시 내 케이디미디어. 연금복권, 버스 승차권 등 특수인쇄를 하는 회사다. 김춘오씨(56)는 1982년 10월 서울신문 출판국에 입사했다. 경마장 마권, 버스 회수권, 주택복권, 유가증권을 인쇄했다. 당시 15원짜리 한산도 담뱃갑도 만들었다. 월요일 출근하면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했다. 1988년 서울신문 모 국장이 출판국을 인수하려고 했다. 그는 영등포 산업선교회에서 노동조합을 공부하고 조합원 가입원서를 받았다. 서울신문노조가 받아주지 않았다. 50여명의 조합원이 서울신문출판노조를 만들었다. 출판부가 매각돼 1998년 대한매일문화정보가 만들어졌고, 2001년 케이디미디어가 됐다. 사업을 해보려고 회사를 나갔다가 2012년 돌아왔더니 투기자본이 회사를 ‘날로’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노동자들을 모아 우리의 일터를 지키자고 했다. “기업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했더니 콧방귀도 안 뀌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파주시청에 가서 노조 설립을 취소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해 설립신고서를 보여줬더니 달라지더라고요.” 1년 만에 사기꾼들을 쫓아냈고, 회사는 안정됐다. 그는 한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두 번 만든 흔치 않은 사람이 됐다. 현재 직원 50명 조합원 35명. 월급이 20만~25만원 정도 올랐다. 인쇄노동자로 살아온 34년. 이 회사는 특수인쇄라 고정 물량이 많아 그나마 낫지만 단행본을 출판하는 인쇄소는 최악이다. “사람들이 책을 안 보니까 일이 없어요. 업체는 많은데 물량이 줄어드니까 단가가 떨어지고 적자는 늘어나고. 인쇄하는 사람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는 인쇄노동자들이 뭉치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파주출판도시 도로에 ‘2015 어린이책 잔치’ 현수막이 나부낀다. 5월 1일 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열린다. 출판도시의 정식 이름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유일한 국가산업단지다. 열화당 이기웅, 한길사 김원호 대표가 출판도시의 산파 역할을 했다. 단지 내에 웅진싱크빅, 김영사, 문학동네, 창비, 한길사, 사계절 등 주요 출판사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출판도시 방문 전날, 한 언론에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편집자에게 실적을 압박하고 물류팀으로 부당 전보해 꿈을 빼앗았다는 기사가 떴다. 2013년 황석영 소설 사재기 파문을 일으켰던 출판사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출판지부는 “모욕적인 언동과 불법행위에 관해 직원들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경영상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민주적인 경영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로 유명한 쌤앤파커스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출판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인 끝에 사과와 재발방지 방안에 합의했다. 성희롱 예방교육도 못 받는 출판노동자 출판노조협의회가 2014년 출판노동자 5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2%가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받지 않았고, 연장근로는 75%, 휴일근로는 44%가 ‘보상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답변은 48%, 교육을 받았으나 실효성이 없었다는 대답도 37%였다. 응답자 66명이 의도적인 신체접촉, 104명이 성적인 언어 희롱을 당했다고 답변했다. “출판계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분들이 왜 요즘 사건·사고가 많으냐, 남 보기 부끄럽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전에도 똑같았어요. 노동조합이 생겨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거죠.” 사계절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드는 강변구 노조분회장은 “일부 출판계의 조직문화가 여느 악덕 사업장 못지않게 굉장히 비민주적”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출판노조 간부다. 부당전보를 당한 자음과모음 대표 면담을 어떻게 할지 상의한다. 피존 회장처럼 쌍욕을 입에 달고 다니고 개천절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회사 열쇠를 바꿔버린 대표이사, 노조가 있다고 인수를 거부한 진보 출판사, 밖에서는 존경받는데 안에서는 권위주의로 가득한 회사…. 그가 들려준 출판계의 ‘생얼’이다. 2011년부터 창비, 한겨레, 보리, 사계절 등 사회과학출판을 하다 대중화에 성공한 출판사부터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현재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에 10개 분회 2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출판노동자들이 모여 우리끼리 소곤대다가 성명서를 쓰고 밖으로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찾아가서 시위까지 하게 됐어요.” 운동권 출신의 카리스마 강하고 엘리트 의식으로 뭉친 입지전적 사장님들 앞에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판계가 양극화되고 있다. 대형출판사와 작지만 창의력으로 버티는 출판사로 재편되고 있단다. 작은 출판사는 더 힘들다. 어려움을 뻔히 아는데 권리만을 주장하기 어렵다. “노조 처음 만들 때 사장님이 노조는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 삭감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단결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직이면 임금 삭감도 함께 결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는 노조가 경영의 걸림돌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인식할 때 어려움에 빠진 회사를 같이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살아온 10년. 어른이 만드는 어린이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처럼, 출판사 대표와 출판노동자의 거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보리출판사로 향한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한다. 2층 보리책방은 불이 꺼졌다. 3층 영업부에는 상무이사를 포함해 4명이 남아 있다. 4층에는 10명이 일한다. 다달이 나오는 어린이잡지 를 만들고 있다. “이런 날 오셨어요? 오늘이 초절정 대박 마감일이어서 퇴근을 못했는데….” 한 편집자가 너스레를 떤다. 오늘 편집자와 디자이너들의 야근시간은 적립돼 나중에 휴가로 쓴다. “열악한 출판사 많아서 미안한 마음” 9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6시간 노동제’를 실시한 지 3년. 휴직자를 뺀 23명의 평균 연간 근무시간은 1648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24위인 스페인(1665시간)과 비슷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0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 직원들 23명의 평가서를 받았다. 한 직원은 업무영역에 대해 “8시간 노동제 때 자주 발생한 오후시간 중 집중력 저하 현상이 현저히 줄고, 출근 및 노동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감소하여 업무의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향상된 편”이라고 적었다. 개인적인 영역에 대해 “아이 둘이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는 4시간(2시간×2명)과 이로 인해 아내가 육아노동으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지는 2시간을 나의 비노동시간 2시간과 합하면 가족 전체로는 실제로 8시간의 혜택을 보게 되었다”고 썼다.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아 회사밖에 몰랐고,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던 김성재씨(48)는 6시간 노동으로 자녀 학교 부모모임에도 나가고 자전거도 배우고 이웃과도 친해졌다. 6시간 노동제 3년,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경영상태도 나쁘지 않고 직원들 만족도가 높다. 언론노조 보리출판 김누리 분회장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 없이 6시간 노동제를 도입했고, 추가 근로시간을 대체휴가로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어서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6시간 노동제를 이어갈 계획이다. 보리출판사의 실험 이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일로 정하거나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출판사도 생겨났다. 하지만 언론 기사에 달린 댓글은 “6시에라도 퇴근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성재씨는 “워낙 열악한 출판사들이 많아서 진짜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사축이라는 말을 아세요? 회사 가축이라고 일본의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비하해서 하는 말이라고 해요. 지금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이제는 좀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 오른다.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북녘 땅이 흐릿하다. 통일대교 앞에 이른다.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곳, 미승인 차량은 유턴을 해야 한다. 날이 어두워진다. 개성공단에서 승용차 4대와 트럭 1대가 나온다. 승용차 2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간다. 북측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남측은 일방적인 임금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기업들에게 종전대로 지급하라고 했다. 2004년 만들어져 2005년부터 가동한 개성공단.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과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했고, 남북 대결로 위태롭게 운영되고 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10년 겨울이었다. 파주병원 이은희 지부장은 1월 26~27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2009년 9월부터 시작한 무료진료. 300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탁아소에 공동으로 쓰는 천기저귀도 턱없이 부족했다. 빨래집게가 없어서 바람이 불면 날아다녔다. 다음해 봄 두 번째 방문할 때 기저귀와 모기장, 빨래집게를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짝을 지어 다녔다. 어렵사리 만나도 “일 없습네다”라며 피했다. 체격 좋고 덩치 큰 노동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 세계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남쪽도 대폭 인상한다고 하는데, 개성공단의 최저임금을 올려주고, 탁아소를 지원하는 일이 왜 불가능한지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통일의 다리를 두고 떠난다. 임진강을 따라 자유로를 달린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북녘의 노동여지도를 그릴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박점규의 노동여지도
[독자댓글]968호 “하루 6시간 근로,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外를 읽고
[독자댓글]968호 “하루 6시간 근로,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外를 읽고(2012. 03. 27 18:02)
2012. 03. 27 18:02 오피니언
“하루 6시간 근로,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를 읽고 프랑스에서 주 35시간 노동법이 통과될 때 수익의 감소를 우려한 노동자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주 35시간 노동법을 시행하면 기업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주들은 노예 부리듯 직원들을 무급으로 초과근무시키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이건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_다음 toptemplar 참 깨어 있는 사람들이네요. 저도 일중독이어서 이분들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바로 복지였네요. _트위터 moi7323 “더 많이 일하면 더 많이 생산하나”를 읽고 난 오늘도 필요없는 야근을 할 예정이다. 야근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윗사람들은 시간외 근무 여부로 사람을 판단하니 어쩔 수 없다. 일 못한다고 눈치보는 게 아니라, 야근을 안 한다고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정규 업무시간에 대충 놀면서 일하게 된다. 어차피 야근을 하니까…. _다음 목격자 생산직은 잔업에 특근까지 해야 돈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주에 80시간을 일해야 한다. 생산성이야 조금은 높아지겠지만, 일하는 본인은 골병이 든다. 주야간 돌다보면 금세 늙는다. 그래도 일하고 싶다고 아우성이란다. 일을 하고 싶어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게 아니다. 고물가에 자식 키우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_다음 은하수 주 30시간 근무는 기본소득과 함께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이 정착된다면 업무의 효율성은 그냥 담보되는 거 아닐까. _트위터 greenhobbang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김재연 ‘사병 복지·인권 이슈화’”를 읽고 소신과 결단력으로 미래를 위한 정책을 반드시 추진하시길! _트위터 sarangmadang 사병 복지를 말하기 전에 지금 사병이 과연 필요하냐는 점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지. 징병제라고 뽑아가지만 불필요하게 머릿수 채우는 거다. 이게 국방의 의무인가? _페이스북 진정현 “진보신당다운 비례대표 1번”을 읽고 어제 MBC라디오에서 진보신당 비례 1번 김순자 아주머니의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4·11 총선관련 언론기사를 접할 때 한숨과 실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순자 아주머니의 인터뷰를 들으며 다시 한번 정치에서 작은 희망을 기대하게 됩니다. _페이스북 김솔
독자의 소리
[특집| 주30시간 노동]하루 6시간 근로,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2012. 03. 21 11:57)
2012. 03. 21 11:57 사회
보리출판사는 지난 1일부터 오전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의무화했다. 이전보다 하루 근무 시간을 두 시간 줄였다. 사상 초유의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4시10분쯤 유이분 보리출판사 경영지원실 부장은 회사에서 도보로 2분쯤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2200번 버스에 올랐다. 출퇴근 시간 2200번 버스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출판도시에서 일하는 직원들로 채워지지만, 퇴근 시간이 아닌 탓에 버스는 한산했다.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보리출판사 사옥. 보리출판사는 3월 1일부터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 정원식 기자 평상시라면 이 시간에 서울로 나갈 일은 드물었겠지만, 3월 1일부터는 오후 4시 서울행이 일상이 됐다. 이 시간에 퇴근하기 시작한 게 14일째다. 그가 부서장이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보리출판사는 지난 1일부터 오전 9시 출근-오후 4시 퇴근을 의무화했다. 이전보다 하루 근무 시간을 두 시간 줄였다. 사상 초유의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작한 것이다. 보리출판사의 주 30시간 노동제 실험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출간된 (도서출판 이후)이 그것이다. 콘플레이크로 유명한 미국 식품회사 켈로그에서 1930년부터 1985년까지 시행된 하루 6시간 노동의 궤적을 살핀 책이다. 유 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윤구병 대표가 직원들에게 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32명의 직원들은 5월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11월에는 조별 토론을 하고 조별로 발제문을 만들었다. 12월에는 전 직원이 모여 조별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윤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경영지원실에서 일하는 안명선씨는 “토론 과정에서 켈로그의 주 30시간 노동을 우리 회사에서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토론에서 논의한 내용이 실제로 실행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 30시간 노동제 시행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시작된 건 올해 1월 ‘6시간제 실무추진팀’이 구성되면서부터다. 켈로그의 주 30시간 노동제도 경영진의 판단에서 출발했다. 켈로그는 1930년 12월 1일을 기점으로 시리얼 공장 근무를 기존의 8시간 3교대제에서 6시간 4교대제로 변경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루이스 존 브라운이 제안한 계획을 소유주 W.K. 켈로그가 받아들였다. 켈로그 경영진의 구상은 대공황 초입이었던 1930년 당시 기존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교대조 하나를 추가해 켈로그가 위치한 지역도시 배틀크리크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시리얼 제조 회사를 세운 켈로그 소유주 W.K. 켈로그는 사회복지와 공공영역의 중요성과 여가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철학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다. 루이스 존 브라운은 기업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해방적 자본주의’를 추구했던 인물이다. 보리출판사의 주 30시간 노동제도 윤구병 대표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윤 대표는 1995년 충북대 철학과 교수직을 던지고 생태적 사고에 기반한 교육·지역 공동체 운동을 위해 전북 부안에 변산공동체를 만들었다. 식품회사 켈로그 6시간 노동서 착안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은 어떻게 될까. 켈로그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감소한 임금손실분을 시간당 임금을 인상해 보전했다. 보리출판사는 주 30시간 노동제 도입을 논의하면서 임금삭감이 없다는 점을 미리 못박았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임금인상이 결정됐기 때문에 임금 자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랐다. 특이한 것은 불가피하게 연장근로를 하게 될 경우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휴가로 대체하도록 한 점이다. 보리출판사는 연장근로를 할 경우 초과한 시간만큼을 적립하고, 적립시간이 6시간 이상 될 경우 대체휴가로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연장근로는 한 달에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연장근로 시간은 직원 각자가 사내 인트라넷에 기록하도록 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근무시간 단축은 직원들 입장에선 누구나 환호했을 법하지만, 논의 과정에서는 이견도 나왔다. 실현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였다. 김로미 언론노조 보리출판사 분회장의 말이다. “처음 제안이 나왔을 때 노조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대표이사가 말한 얘기에 큰 틀에서는 동의했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표이사가 바뀐 후 6시간 근무제가 폐지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가, 근무시간 단축으로 노동강도만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등의 걱정이 있었다.” 지난 14일 보리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이 3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 정원식 기자 시행 2주를 넘긴 지금 당장 드러나는 부작용은 없다.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 30시간 노동제의 핵심은 일일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6시간으로 2시간 줄이는 것이다. ‘고작 2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변화에 대한 체감의 폭은 크다.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시간 활용의 여유다. 안명선씨는 지난해부터 서울의 한 대학 야간 학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강의는 평일 내내 있다. 회사의 양해를 얻어 5시에 퇴근했지만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대신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강의시간에 맞추느라 저녁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다.  피로는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4시 퇴근으로 이제 그런 문제가 사라졌다. 영업을 맡고 있는 백봉현씨는 “2시간이 작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체험해보니 아주 큰 시간이더라”라고 말했다. 그가 주 30시간 노동제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출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는 “덕분에 업무효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업무시간 중 다른 직원들과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잡담을 나눌 여유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업무량에 따라 자체적으로 연장근로를 했던 때와 달리 연장근로 시간을 기록하게 되면서 연장근로가 업무미숙의 징표로 비칠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잡지 쪽 업무 조정이다. 보리출판사는 매달 두 종의 월간 어린이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데, 매달 마감을 해야 하는 잡지 업무의 특성상 마감 전 일주일 정도는 야근과 주말근무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 30시간 노동제의 일차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늘어난 퇴근 후 자기시간 확보지만, 보리출판사가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는 자기계발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주 30시간 노동제의 배후에 있는 철학은 가깝게는 일중독에 대한 반성이고 좀더 멀리보면 지역공동체에 대한 기여다. 요컨대 노동과 삶의 관계에서 그동안 노동에 밀려난 삶에 제자리를 찾아주자는 것이다. 조혜원 부장은 “2시간을 줄인 것은 단순한 사내복지 차원이 아니다. 이 시간을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데 사용하고 그런 정신을 퍼뜨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출근 부담감 줄고 업무효율은 올라 보리출판사의 주 30시간 노동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여지는 많지 않다. 저성장과 고용 양극화,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높은 수준의 노동유연성이 결합된 노동의 약화 같은 문제가 심각한 대규모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범위를 출판계만으로 한정하더라도 그렇다. 출판계의 일반적인 노동조건은 오히려 타업종에 비해 더 열악하다. 출판계는 대표적인 장시간 저임노동 업종으로 꼽힌다. ‘마흔이 넘은 편집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편집자들의 근무수명이 짧고 이직도 잦다.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이 지급되는 곳도 손에 꼽을 정도다. 노조가 있는 출판사도 5곳에 불과하다. 2009년 출범한 출판노동자협의회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활동하는 안명희씨는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 출판유통 구조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수익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리출판사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주 30시간 노동제가 한 출판사의 실험일 수는 있지만 출판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출판계는 전반적인 불황으로 출판사들이 출간종수를 늘려 수익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업무량을 줄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보리출판사는 연간 25~30종의 책을 출간하는데, 30여명 규모의 출판사치고는 꽤 낮은 수치다. 이런 탓에 보리출판사는 주 30시간 노동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로미 분회장은 “우리만의 잔치처럼 비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켈로그의 주 30시간 노동제는 1985년 막을 내렸다. 총고용비용의 상승에 부담을 느낀 경영진과 노동시간을 늘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는 노동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제 막 걸음을 뗀 보리출판사의 주 30시간 노동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망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지금으로서는 다짐을 굳힐 뿐이다. 조혜원 부장은 “잘 안착시켜 우리 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공론화하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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