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42 건 검색)
- [편집실에서] 전화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2025. 01. 15 06:00)
- 2025. 01. 15 06:00 오피니언
- 홍진수 편집장 지난주 발간한 주간경향 1611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기사는 ‘2030 남성, 그들은 왜 탄핵 집회에 없었나’였습니다.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도 많이 달렸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꽤 회자했습니다. 2030 남성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고, 이 기사 역시 ‘성별 갈라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은 마음 아팠습니다. 지난 1월 7일에는 사무실에서 2030 남성 당사자라는 독자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많이 화난 목소리였습니다. 독자님은 “왜 2030 남성을 악마화하냐. 우리가 뭘 잘못했냐. 나도 탄핵 촉구 시위에 참석했다”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악마화하지 않았다. 나쁘다고 쓴 대목이 어디냐. 정확하게 말해달라.” 독자님은 같은 말을 반복했고, 저도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지적을 하려면 정확하게 말해라. 기사 어디에 2030 남성을 악마화하고 있냐.” 독자님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워졌고, 그렇게 서로 화가 난 채 ‘1차 통화’가 끝났습니다. 답답했습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나, 이를 다시 검토한 저나 ‘2030 남성들이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2030 남성 30명을 인터뷰했고, 있는 그대로 답변을 실었습니다. ‘왜 탄핵 집회에 없었나’라고 따지기에 앞서 그 이유를 차분히 들어보려 했습니다.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신 독자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기사 어디에도 ‘비판’이나 ‘비난’은 없습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2030 여성들이 주류로 주목받는 반면 2030 남성들의 비중은 확연히 적었기에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통화 뒤 저녁을 먹는데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응대할 수 없었나 반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왜 2030 남성이 이 정도의 기사를 보고도 ‘절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다행히 또 전화가 왔습니다. 30분 전쯤에 통화한 그 독자님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차분히 설득했습니다. 기사의 취지도 설명했습니다. ‘2030 여성이 많이 참석했다’는 근거 자료부터 어떻게 취재를 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기사를 썼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독자님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 말을 들어줬습니다. 오해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겠지만 ‘2차 통화’는 양쪽 모두 언성을 높이지 않은 채 끝났습니다. 2030 남성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기사에 쓴 대로 “(남성들이) 말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쟁 속에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회참여와 연대에 대한 냉소와 회의적 태도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목소리 내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계엄에 반대하고,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면 2030 여성들 옆에서 더 큰 목소리로 소리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전화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 청문회는 서막, 이젠 국정감사…한숨짓는 정부기관(2024. 09. 02 06:00)
- 2024. 09. 02 06:00 정치
- 청문회 국회 끝나기도 전에 국감철로 접어들어 피감기관들 긴장 제3차 방송장악 청문회가 열린 지난 8월 21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22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상임위가 정해지자마자, 상임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중심으로 해서 어떤 형식으로든 각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열라는 주문이 내려왔다.” 민주당 관계자 A씨의 이야기다. 현안이 집중된 국회 법제사법위(법사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에서 먼저 청문회 봇물이 터졌다. 지난 6월 21일 법사위에서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입법 청문회가, 과방위에서 방송통신위(방통위) 설치·운영법 개정안 입법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석 달 사이에 무려 13회의 청문회가 각 상임위에서 열렸다. 가히 ‘청문회 국회’라고 할 만하다. 사문화된 조항 발굴, 청문회 국회 만들어 앞서 21대 국회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입법·조사 청문회가 통틀어 5회밖에 열리지 않았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각각 4회뿐이었다. 22대 국회에서는 개원한 지 석 달 사이에 이를 2배 이상으로 뛰어넘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이전 국회에서는 상임위가 매달 열리고 있는 마당에 청문회라는 것을 굳이 열 필요가 없었다”며 “국회에 오래 있던 관계자도 중요한 안건이라는 사유로 청문회 제도를 동원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국회에서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조항을 ‘발굴’해 ‘청문회 국회’를 만들었다. 기존의 입법 청문회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여야가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은 지난 7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동안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국회법 조항이 참 많다”라며 “국회법 제65조 제1항에 의거해 중요한 안건 심사에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열 수도 있다”는 ‘국회법 사용설명서’를 읽었다. 지난 6월 중순 야권만 참여해 연 22대 국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국회 상임위에 불출석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상임위에서 국무위원 등 정부 관계자의 출석은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 사실상 가능하다”면서 “이들의 출석을 끌어내기 위해 찾은 묘안이 청문회였다”고 말했다. 청문회의 경우 불출석에 대한 적절한 사유를 인정받지 않으면 고발당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상임위에서 청문회가 시작됐다. 어쩔 수 없이 출석한 윤석열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이 청문회에서 호되게 당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결국 국회 상임위에 복귀하기로 했다. 복귀 후에도 야당 상임위원장이 있는 상임위의 청문회 바람은 거셌다. 청문회의 형태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입법 청문회’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조사 청문회’로 바뀌었다. 방송장악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 추천 인사로만 구성된 ‘2인 방통위’가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와 KBS 이사 등을 일방적으로 선임한 것이 청문회의 조사 대상이 됐다. 3차에 걸쳐 청문회가 이어지자, 엉뚱한 곳에서 사달이 났다. 방통위 직원이 ‘청문회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여당 의원들에게 탄원성 공문을 보낸 것이 적발됐다. 야당은 이를 두고도 방통위를 줄기차게 몰아붙였다. 김철현 교수는 “청문회에서 피감기관에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하면 기관 내부에서 자료를 취합하는 것도 힘들지만, 자료에 대한 엄청난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한다”면서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청문회는 서막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는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일부 피감기관 고위관계자들은 청문회 증인으로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미리 손을 쓰게 마련이다. 국감 또는 청문회에 적절한 소명 없이 불출석하면 고발당할 수 있다. 참석하더라도 위증을 하면 처벌받는다. 이 점에서 국감이나 청문회는 성격이 비슷하다. B씨는 “처벌을 받더라도 기껏해야 벌금형이 나오겠지만, 나중에 고위 공직자 승진이나 법인 이사 자격 취득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서도 청문회나 국감 증인 출석은 예민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맷집 강해진 측면도 있어 국감은 청문회보다 더 센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문회는 출석 동행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지만, 국감이나 국정조사의 증인은 동행명령 대상이다. 청문회 국회가 끝나기도 전에 국감철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또다시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청문회 국회가 야당에 마냥 이로운 것은 아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청문회 국회는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에서 비롯됐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청문회가 야당의 분풀이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영 논리가 주를 이루면서 청문회가 희화화되는 측면도 있을 뿐더러 과도한 청문회가 정국 피로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서명운동처럼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자체가 갖는 한계도 있다. 김 교수는 “야당이 결정적 한 방 없이 파상 공세만 펼치면서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맷집이 강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청문회·국감 외에도 국정조사나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지난 8월 28일 청주 오송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이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다. 김 교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보듯 여당 동의가 없는 야당만의 국정조사는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국정조사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야당으로서는 여야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는 특검이 있다. 김 교수는 “이전의 국회 사례를 보면, 검찰이나 특검처럼 수사권을 가진 주체가 관여해야 국정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했다”면서 “지금 청문회 국회는 정치적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우정이야기]혜택 다양한 우체국쇼핑 연말감사제(2021. 12. 17 13:22)
- 2021. 12. 17 13:22 경제
-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새롭게 디자인한 500원, 1000원 일반우표 2종을 지난 12월 17일 발행했다. 우본은 앞서 지난 9월 우편요금 인상에 맞춰 새우편요금에 맞춘 일반우표(430원·520원·2530원)와 화폐 단위의 일반우표(10원·50원·100원)를 새롭게 발행했다. 태극 문양, 훈민정음과 고려시대 유물인 청자 등이 담긴 우표였다. 이번에는 이에 더해 화폐 단위의 일반우표 2종(500원·1000원)까지 새로운 디자인으로 내놓았다. 우정사업본부에서 12월 17일 발행한 일반우표 2종 / 우정사업본부 500원권 우표에는 ‘산사나무’를 담았다. ‘산에서 자라는 아침의 나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나무의 열매는 ‘산사자’ 또는 ‘산사나무 열매’로 불린다. 우리 조상들은 산사자를 떡, 술, 정과 등 별미에 활용하거나 설사나 급체, 피부병 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써왔다. 1000원권 우표에는 우리나라 고유문자 ‘한글’을 담았다. 새로 발행된 일반우표는 가까운 우체국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다. 우체국쇼핑은 12월 26일까지 ‘2021년 우체국쇼핑 연말감사제’를 연다. 지역 인기 특산물과 건강기능식품 등 2000여 상품을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한다. 올해의 화제 상품 샤인머스캣은 정가에서 30% 할인한 2만2500원에, 한우정육세트는 45% 할인한 5만2000원에 판매한다. 홍삼스틱은 48%를 할인한 4만9800원에 판매한다. 고객이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도 준비했다. 1만원 이상 구매 시 최대 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제공(ID당 2회까지 가능)된다. 우체국쇼핑 카카오톡에 친구추가하면 깜짝 쿠폰을 보내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는 한정 수량을 특가에 판매하는 ‘타임딜’이 열린다. 인기상품 21가지를 모아 할인 판매하는 ‘굿바이21딜’ 행사도 마련했다. 천연조미료 분말, 명란젓, 국내산 석화, 한산 소곡주, 더덕, 참조기, 낙지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1인 맞춤 상품’ 코너에서는 작은 용량으로 소포장 된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카레, 추어탕, 각종 즉석국, 군고구마, 찐빵 등이 판매 중이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한해를 마감하는 12월, 지친 농어민과 국민에게 힘이 되고자 마음을 담아 지역의 우수 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농어민과 소상공인을 돕고 움츠러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착한 소비’에 국민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 상품은 우체국쇼핑몰 웹사이트(mall.epost.kr), 우체국쇼핑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우편고객센터(1588-1300)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벤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체국쇼핑몰 웹사이트에서는 판매 중인 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에 대한 조리법도 제공한다. ‘안심 COOK’ 탭을 클릭해 예컨대 ‘고등어’를 선택하면 고등어 파스타, 고등어 김밥, 고등어 강정 등의 레시피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 우정이야기
- 재계 ‘감사위원 분리선출’ 논란(2020. 12. 04 14:24)
- 2020. 12. 04 14:24 경제
- ㆍ“총수일가 전횡 막기 위해 필요” vs “해외 투기자본 개입할 우려”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재계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그동안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이사회를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분리선출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설령 해외 투기자본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더라도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에서 열린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총회 성립을 선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분리선출’이다. 지금까지도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총수일가의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뽑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다. 작동하지 않는 ‘3% 룰’ 왜? 그러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독립적인 감사위원을 뽑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일괄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을 뽑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이사를 먼저 선출한 뒤, 뽑힌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다시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위원 후보군인 이사를 선출할 때는 의결권 제한이 없어 결국 가장 표를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후보를 사전에 제외할 수 있는 구조다. 이마저도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이 같은 한계로 인해 ‘3% 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지배주주가 지지하지 않거나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감사위원이 실제로 선임된 예는 사실상 전무했다. 이는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감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감행했지만, 감사위원회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가 일어났던 2010~2016년 3월까지의 271건의 이사회 안건을 살펴본 결과, 가결된 안건은 269건이었다. 나머지 2건도 ‘유보’로 이후 이사회에 재상정돼 가결됐다. 한 해 매출이 12조~14조원가량인 회사에서 매출의 3분의 1이 넘는 손실이 은폐됐음에도 내부자인 감사위원들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이총희 회계사는 “이 정도 규모의 손실을 몰랐다는 것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총체적 무능과 감사위원과 외부감사인 기능의 마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불리한 합병비율이었지만 감사위원회가 합병결의 주주총회에서 합병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반대 측에서 내세운 대표적인 근거는 경영권 위협이었다. 해외 투기자본이 자기 측 감사위원을 내세워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에 사외이사를 추천한 사례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19년 당시,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수소전지 부문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발라드파워시스템사 회장 등 3인을 추천했다. 이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단계에서 부결돼 결국 감사위원에 뽑히지 못했다. 분리선출된 금융사는 선임 시도 없어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 펀드 측이 비밀유지 서약을 거부한 사례도 경영권 위협의 예로 거론된다. 2006년 당시, 스틸파트너스는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과 연합해 KT&G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KT&G 사외이사인 워런 리히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는 KT&G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했다. KT&G 경영진은 비밀유지 서약이 우선돼야 한다고 맞섰고, 결국 서약서가 제출된 뒤 회계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이 같은 사례가 경영권 위협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외국계 펀드가 회사에 주주제안을 하고 회사 측과 표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 안건에 동의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단순히 회사의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외국계 펀드가 연합했다고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엘리엇이 사외이사를 추천한 안건도 외국인 주주 47.9% 중 17.7%가량만 찬성했다. 해외에서도 방식은 다르지만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일본은 3% 룰 제한을 받지는 않지만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전원을 다 분리선출하며 독일은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따로 둬서 감독이사회를 통해 경영을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도 이사회 구성원 중 최소 한명은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은 헤지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매년 100명 이상에 달하지만, 기업의 핵심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이 지난해 선임한 사외이사를 보면 전·현직 경영인 비율이 30%에 달했다. 국내의 경우에는 감사위원 진입 자체도 힘들다. 2016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미 감사위원 한명 이상 분리선임을 도입하도록 했지만, 외국인 투자자 보유비중이 평균 65%를 넘는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감사위원 선임 시도는 없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모든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상법 개정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적대세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더라도 회사가 선임한 나머지 2~3명의 감사위원으로부터의 견제를 받게 된다”며 “감사와 회사 측과의 소통은 일 대 일로 이뤄지지 않고 관련자들이 모두 투명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 감사위원 1인이 개별적으로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올해 국정감사 ‘추미애 국감’될까(2020. 09. 11 14:31)
- 2020. 09. 11 14:31 정치
- ㆍ10월 7일부터 3주간 실시… 법사위, 최대 격전지될 듯 “‘추미애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정치권에서 올해 국감을 앞두고 나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현안 질의 문제로 여야가 이미 일전을 벌였다. 추 장관 아들의 특혜성 휴가 연장 의혹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혜 의혹이 매일같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국감에서는 법사위뿐만 아니라 국방위, 문화체육위, 외교통일위까지 ‘추미애 국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위는 군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체위에서는 추 장관 아들의 프로축구팀 인턴 취업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외통위에서는 추 장관 딸에 대한 프랑스 비자 청탁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 25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 상임위장 없는 야당, 힘겨운 국감 국감은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실시될 예정이다. 국감을 앞두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슈가 연일 터지고 있는 것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 이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조 전 장관은 국감이 시작되기 직전 사퇴했다. 국민의힘의 원내 관계자 A씨는 “지금 상황대로라면 추 장관이 조국 전 장관처럼 법무부 국감 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지난해처럼 국감에서 갑자기 힘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 장관의 국감 전 사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법사위의 한 여당 의원 측 B씨는 “지금 제기되는 문제는 의혹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법사위가 국감의 전쟁터가 될 것 같다”면서 “추 장관과 관련해 법무부와 검찰, 군사법원까지 국감을 받아야 하니까, 첩첩산중”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아직 국감까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나 추 장관의 사퇴 여부가 올해 국감의 성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올해 국감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추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당 견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논란 등으로 여야가 격돌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지난 7월 법사위에 김도읍·장제원·윤한홍·조수진·전주혜 의원 등 공격수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까지 더해지면 법사위 국감이 다른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철 소장은 “추 장관이 국감 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결국 법사위 국감에서는 추 장관 대(對) 윤 총장, 검찰개혁 대 검찰장악이라는 여야 논쟁의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의 여야 격전지는 법사위뿐만 아니라 국방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 국토교통위, 환경노동위 등으로 예상된다. 국방위는 추 장관의 아들 특혜 의혹, 과방위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논란 문자와 종합편성채널의 재승인 문제, 정무위는 옵티머스·라임 등 각종 사모펀드 연루 의혹, 국토위는 부동산값 폭등, 환노위는 이스타 항공 문제가 있다. 야당으로서는 권력형 비리와 정책 미비를 철저히 따지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인 A씨는 “국감이 원래 야당의 장이고 야당이 주인공”이라면서 “하지만 상임위원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어서 야당으로서는 힘겨운 국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감은 21대 국회의 첫 국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확보해 지금은 모두 176석이다.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에다 상임위 위원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다. 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초선 의원들이 많아 첫 국감을 어떻게 치를지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은 176명의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82명의 의원이 초선이다. 국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자,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 야당도 여당처럼 사실상 ‘초선들의 국감’이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전체 의원 103명 중 58명이 초선이다. 초선 의원이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공격수 의원들을 주로 법사위와 운영위에 배치함에 따라 일반 상임위의 경우 ‘예전 국회와 달리 전투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C의원은 “상임위에서 야당의 정책 검증 능력이 예전 국회와 비교할 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국민의힘에서는 이전 국감에서 활약한 보좌진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결국 국감장에서 이를 소화해야 하는 것은 초선 의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제2야당인 정의당 역시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명의 의원이 초선이다. 열린민주당은 세 명 모두 초선 의원이다. 야당으로서는 국감 자료 확보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소장은 “사모펀드 관련 권력형 비리의 경우 관련 기관에서 공식적인 자료를 주지 않으면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관련 기관에서 거대 여당이라는 상황 때문에 자료를 순순히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인 A씨 역시 “야당에서 국감 자료를 요구하면 관련 기관에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제대로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질병관리청 제외’ 주장도 올해 국감의 최대 복병은 코로나19 사태다. 이미 국회에서는 국회 출입기자와 국민의힘 당직자가 확진자로 판정받아 여러 차례 국회 활동이 제한됐다. 국감 일정을 바꿀 수 있는 돌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때문에 국감이 축소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부처나 핵심 기관 이외의 공공 기관 국감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국감장에 출석하는 기관 측 관계자들도 인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의원측 보좌진인 D씨는 “이번에 상임위의 결산 심사에서도 정부 부처에서 오는 인원이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국감에서도 최소 인원으로 국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국감을 실시하게 되지만, 완전 비대면 국감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국감을 앞둔 9월 국회 의원회관이 늘 북적거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의원회관은 한산하다. 의원회관은 9월 둘째 주 현재,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다. 국민의힘 측 D씨는 “예년 같으면 국감을 앞두고 관련자들을 불러 자세한 내용을 파악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전 준비도 힘든 상황”이라면서 “각 의원의 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상임위에서 국민의힘 차원에서 아직 국감 전략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D씨는 “국감의 세부 일정이 확정되는 9월 중순이 돼야 상임위별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측 보좌진 E씨는 “민주당 역시 상임위별로 아직 구체적인 회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국감 일정 축소될 수도 일부에서는 비상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국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9월 9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국정감사보다 국가위기 극복이 먼저”라면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현장에서 실시하는 현장 국감 역시 많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국감 때마다 최대 이슈로 부각됐던 국감 증인·참고인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는 국감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에 나섰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국감 증인 출석에 기업의 오너가 출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때문에 국회에 대규모 로비를 하곤 했다. 정무위의 여당 관계자 F씨는 “재벌개혁 이슈를 놓고 재벌의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이고,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쪽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국감 때문에 증인 선정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 D씨는 “어쩌면 국감의 증인·참고인 심문이 화상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감의 위축은 야당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 A씨는 “국감 축소는 야당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야당으로서는 현장에서 직접 의혹을 밝혀야 하고, 대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10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올해 국감이 끝나면 바로 여야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공세의 첫 목표는 추 장관이 되고 있다. 민주당 B의원은 “국감이 추 장관 관련 의혹으로 정쟁의 장이 돼 버리면 또다시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정쟁 국감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검증하는 정책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우정이야기]전 세계 우편 노동자에 감사를(2020. 05. 22 14:40)
- 2020. 05. 22 14:40 경제
- 지난해 12월 한 장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다. 반짝이 루돌프 스티커를 떼어내고 봉투를 여니 도톰하고 예쁜 파란 카드가 나왔다. ‘얼른 서로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카카오톡으로 언제든 말을 건넬 수 있는 시대, 손글씨로 만남을 기약한다니 새삼 설렌다. 어쩌면 내년에는 이 우편물의 발신지에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신년수첩의 여름휴가 후보지 목록에 도시 이름을 올려두었다. 지난 2월 28일 경기 파주 문산우체국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김기남 기자 다섯 달이 지난 이달 초에야 나는 답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세심하게 골라 정성스레 쓴 카드를 들고 서울 서대문역의 우체국을 찾았을 때, 세상이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뉴욕으로는 우편을 보내실 수 없습니다. 그쪽에서 못 받겠다고 했거든요. 정 보내려면 국제특급(EMS)으로 부쳐야 하는데, 빨라야 한 달 걸리고 언제 도착할지 저희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아뿔싸. 전염병이 편지까지 막으리라고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인터넷우체국에 공지된 지난 5월 18일 기준 현황을 보면, 미국으로 보내는 물품에 대해서는 EMS 접수만 가능하고, 캐나다는 토론토 지역에 대해서만,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 대해서만 각각 EMS 접수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우편은 아예 보낼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항공편이 대폭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각국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우편물 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편은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인프라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만국우편연합(UPU)이 192여 개 회원국 간 우편 업무를 조정한다. 지난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편 요금할인 제도가 자국에 불리하다며 ‘탈퇴’ 으름장을 놓은 게 UPU의 큰 골칫거리였다. 개발도상국에 할인을 해주는 현행 제도가 중국에 유리하다는 게 미국 쪽 판단이었다. 결국 임시 총회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타협안이 도출돼 갈등이 일단락됐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은 UPU에도 새 과제를 던졌다. 데이비드 대지 UPU 대변인은 지난달 초, UPU가 미국 쪽에 보츠와나와 인도 등 22개국으로의 우편 및 물품 발송을 중지하라고 요청한 당시 미국 방송 보이스오브아메리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전부 비행기가 뜨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팬데믹이 원인일 뿐 누구의 탓도 할 수가 없어요.” 일말의 무력감이 묻어나는 말이다. 발송 중지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긴급 구호물자 지원도 중단된다는 의미였다.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UPU 총회도 코로나19 전파 우려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는 오는 8월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엽서며 카드로 소통하는 것은 요즘 권장되는 ‘비대면’이지만, 그 우편물을 각자의 집으로 실어나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바이러스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고 일하는 전 세계의 우편 노동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국내 상황은 또 얼마나 감사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지됐던 택배·EMS 방문접수 서비스도 지난 5월 11일부터 다시 시작됐다. 이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국내 우편 노동자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 우정이야기
- [편집실에서]국정감사, 자료와의 전쟁(2018. 10. 15 14:20)
- 2018. 10. 15 14:20 오피니언
- 가을이 완연해졌다. 가을을 느끼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날씨에 민감한 사람들은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면서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자연을 즐겨 찾는 사람들은 단풍에서 가을을 느낀다. 어떤 이는 저녁 무렵 해가 기울면 짧아진 해로 가을을 느끼기도 한다. 여의도 국회는 다른 방식으로 가을을 느끼게 된다. 가을 초입에 들어서면 국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부쩍 늘게 된다. 국정감사의 대상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봄여름에는 얼굴도 보이지 않다가 이 기간이 되면 이들의 출입이 잦아진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국회 앞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숫자만으로도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국회 보좌진들은 여름휴가를 마치자마자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간다. 해당 상임위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산하기관이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국정감사 기간에 매일 닥치는 산하기관 감사를 할 수 없다. 의원실에서는 주요 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산하기관의 주요 업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고, 올해 국감의 주요 포인트를 선정한다. 그리고 난 뒤 주요 포인트에 맞게 해당 기관에 자료를 요구한다. 해당 기관에서는 예민한 자료 같은 경우 의원실에 제출하기를 꺼린다. 나중에 국감에서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과 의원실 간의 자료 신경전이 벌어진다. 말단공무원과 의원실 비서 간의 싸움이 나중에는 해당 부처 국장과 보좌관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장관과 의원 간의 싸움으로 커지기도 한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보좌진들은 해당 기관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료를 요구해 집요하게 해당 사안을 파헤친다. 반면 무능한 보좌진들의 경우 아무 의미도 없는 방만한 자료를 요구해 해당 기관에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또한 물어봐야 뻔한, 그리고 매년 의례적으로 똑같은 자료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료가 하나둘 의원실에 도착하게 되면 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된다. 각 의원실마다 자료를 배부하는 해당 기관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국감은 의원들의 질의와 해당 기관장의 답변에서 끝나지만, 실제로는 제출된 자료에서 승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자료 전쟁’에서 승리한 의원실이 국감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최근 가짜뉴스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어떠하더라’ 식의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 이런 미확인 소문들을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으로 던지는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국정감사장을 파행으로 이끄는 주범들이다. 미리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고, 그 제출받은 자료로 해당 기관을 비판하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의 우수의원이다. 자료만큼 중요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국감 자료들을 보게 된다. 궁금했지만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의혹이었지만 자료로 드러난 뉴스들이 눈에 팍 띈다. 가짜뉴스가 아닌, 진짜뉴스는 바로 이런 것이다.
- 편집실에서
- 아파트 관리비 ‘감사공영제’ 논란(2018. 06. 19 15:40)
- 2018. 06. 19 15:40 경제
- ㆍ현행 외부 회계감사제도 부실 늘어나자 대안으로 도입 주장에 찬반 갈려 2014년 배우 김부선은 아파트 난방비를 매년 한푼도 내지 않던 세대가 있다는 의혹을 폭로하면서 ‘난방 열사’가 됐다. 그의 폭로 이후 아파트 관리비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함과 동시에 2015년부터 300인 이상 아파트에서는 외부 회계사로부터 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외부 회계감사제’가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입주자 10분의 1 이상이 동의할 때만 감사를 받았으나 이제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하는 외부 회계감사제는 그러나 회계감사 ‘100시간’ 가이드라인을 둘러싸고 담합 논란이 제기되는가 하면,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하기 위해 회계사를 지정받아 운영하는 ‘감사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 김기남 기자 최소 ‘100시간’ 감사시간 논란 ㄱ회계법인은 지난 2014년 회계연도에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1건당 최저 90만9000원을 받는 등 대구 수성구 등에서 무려 192개 단지의 회계감사를 수임했다. 회계사 6명이 약 6개월 동안 192개 아파트 단지를 감사해, 1개 단지당 소요되는 감사일은 평균 0.66일에 불과했다. 무리한 수임은 결국 부실감사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들여다본 결과, 이 회계법인에서는 아파트의 예·적금 확인절차가 소홀한 경우가 5개 단지, 장기수선충당금 적정 징수 여부 검토 소홀 52개 단지, 공사계약 관련 검토 소홀 170개 단지 등 부실감사가 적발됐다. 현재 아파트 회계감사가 이뤄지는 구조는 이렇다. 300인 이상 거주하는 아파트라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감사인을 선정한다. 외부 회계감사 결과와 민원 등을 기초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감사를 한다. 문제는 대부분 최저가 입찰을 위주로 외부 회계감사인을 선정한다는 데 있다. 감사비용도 결국 관리비에 부과될테니 적은 비용을 들이는 게 입주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추다보니 회계사 입장에선 여러 아파트 계약을 따내야 하고, 결국 감사에 들여야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부실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는 2015년 1월부터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회계법인 등에게 가이드라인을 내보냈다. 아파트 단지를 직접 방문하고, 감사조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의 발단이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말 ‘100시간 가이드라인’을 강제해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가격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담합에 해당한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100시간 감사시간’ 적용 이후 2015년 아파트 단지의 외부 회계감사 보수(비용)이 213만9000원으로 2014년보다 120.7%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인회계사회는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해야 필요한 감사절차를 제대로 수행하고 감사품질도 향상된다”고 반발했다. 특히 공인회계사회가 2015년 9000여곳의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 3317개 단지의 722개 세대에서 불필요한 관리비를 줄여 세대당 연간 6만3000원의 관리비를 절감했다고 반박했다. 감사공영제 필요 vs 더 이상 불필요 ‘100시간 감사’ 논쟁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감사 공영제’ 도입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외부 감사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을 선정하는 주체가 입주자 대표들이라는 점이다. 한 번 계약을 따냈으면 다음해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입주자 대표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감사인들은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재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저가입찰에 따른 부실감사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감사공영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각 아파트마다 회계사를 직접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감사의 객관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만약 지정하는 단체가 공인회계사회가 된다면 전문교육을 이수한 회계사들로 구성된 감사단을 운영해 감사인 선정을 도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장 등이 모여 있는 주택관리사협회나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등은 불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주택관리사협회는 지난 5월 말 공정위의 공인회계사회 검찰 고발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의 감사제도는 외부 회계감사 외 내부 감사제도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도 시행하고 있어 공적 감사제도는 이미 충분하게 도입된 실정”이라며 “공영감사를 빌미로 과도한 감사 등을 실시해 감사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반대했다. 또 지난해 정부가 지적한 회계문제도 ‘현금흐름표 미작성(43.5%), 항목 분류 등 회계처리 부적정(18/2%) 등으로 회계처리가 미숙해서 벌어진 일일뿐 횡령 등의 문제는 2.5%(9009단지)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감사비용 절감을 위해 외부 회계감사 시행 주기를 매년이 아니라 격년으로 하자는 주장과 예전처럼 자율감사제로 돌아가자는 주장마저 나온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 문제는 결국 비용 대비 효용을 얼마나 거둘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매달 나오는 아파트 관리비가 제대로 부과되고 있는지 일반인이 직접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누군가 관리비를 감시해준다면 입주민들이 비용을 감당할 의향이 있을까. 제대로 감사를 해준다면 지금보다도 오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공익성이 높아 공익적인 회계감사의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서 공적기관이 감사대상자를 정하는 감사공영제를 도입하고, 도입하는 곳에는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주목! 이 사람]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의 관장 박소영씨 “자발적 후원자들에게 정말 감사”(2018. 05. 21 16:10)
- 2018. 05. 21 16:10 사회
- 경기도 광주 퇴촌에 ‘베짱이’를 빼닮은 도서관장이 있다. 책만큼이나 노는 걸 좋아하는 관장님은 평일에도 느긋하게 도서관 자리를 지키는 법이 없다. 도서관 이용객은 혼자 책을 빌려갔다가 알아서 반납해야 한다. 도서관도 일주일씩 방학이 있다. 주말에는 내리 쉰다. 그러다가 ‘삘’ 받는 날에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밤에도 문을 연다. 그저 ‘재미’로 대출받아 차렸다가 벌써 5년째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는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의 관장 박소영씨(42) 얘기다. 왜 ‘서재’와 ‘도서관’이 나란히 이름에 붙었을까. 박씨는 “우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아니에요. 보통 남의 집 서재 들어가면 불편하잖아요. 그 정도 느낌의 공간이었으면 해서 붙인 이름이에요. 열심히 돌아가는 도서관은 아니고 그저 좀 놀면서 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재미로 시작한 도서관이 입소문이 나면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 소장 장서도 벌써 7000권을 훌쩍 넘어섰다. 방문객 발길이 늘어날수록 박씨가 품을 들여야 할 일도 덩달아 많아졌다. 도서관 살림이 생각보다 고되지만 그렇다고 지금 와서 멋대로 문을 닫을 순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도서관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후원해주는 분들을 개미라고 불러요. 따로 모집한 것도 아니에요. 자발적으로 오며가며 후원 신청서 써주신 분들이에요. 평균 40명 정도 되는데. 정말 고맙고 감사하죠. 도서관은 그분들과 다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이에요.” 책읽는 베짱이에 들어오는 책의 기준은 따로 없다. 그야말로 박씨 마음대로다. 하지만 박씨가 특별히 편애하는 책들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들이다. 보통 책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은 받은 후원금 가운데 10만원씩 책정한다. 새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기엔 빠듯한 예산이지만 박씨는 적은 돈 덕분에 오히려 개미의 마음을 귀하게 여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리해서 지자체에 도서관으로 등록하고 지원을 바라지 않는 이유다. 도서관은 돈 버는 일은 아니지만 얻는 게 많다. 가장 큰 자산은 제발로 찾아오는 좋은 사람들이다. “대충 이런 거 좀 해보면 어떨까 운만 떼도 하나하나 다 도와줄 만한 분들이 주변에 생겼어요. 사람들이 원래 자신만이 가진 빛깔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여러 빛깔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부딪히고 이런 모습들이 정말 좋습니다.” 박씨는 이제 지루한 일상을 견디며 도서관을 지키는 일이 가장 힘들면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씨가 지난해 4월 개미들에게 보낸 소식지 가운데 한 구절을 전한다. “오후가 되면 시끌벅적 도서관 문을 여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마구솟아오르는 힘을 어찌할 수 없어 하는 녀석들은 도서관 마당으로 내쫓아가며 보내는 일상. 언제나처럼 평온하면서도 시끄러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요사이는 속에서 자꾸 울컥하는 것이 올라온다. 아무래도 4월이라 그런가보다. 이번달에 하는 낭독음악회 제목처럼 우리들 서로서로 많이 안아주는 달이 되기를.”
- 주목! 이 사람
- [내 인생의 노래]최덕신의 ‘나’ - 지금 내게 주신 것들에 대해 감사(2018. 03. 05 16:35)
- 2018. 03. 05 16:35 문화/과학
- 가끔 살다보면 앞 뒤가 꽉 막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경을 마주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송명희 시인 작사, 최덕신 작곡의 <나>라는 노래를 찾아 듣곤 한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5년차에 직장을 구하던 시절이 나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박사과정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했고, 내심 동기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박사과정 동안 좋은 논문을 쓰지 못해 직장을 잡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니 삶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음을 처음 직시했던 그 때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송명희 시인의 <나>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노래였지만 그 당시 상황이 곤궁하고 마음이 가난하니 가사의 한 줄 한 줄이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 송명희 시인은 태어날 때 의사의 실수로 뇌를 다쳐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가난 때문에 그녀는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송명희 시인은 누구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몸으로 빈방에서 홀로 외롭고 가난한 시간을 보냈다. 노래에 나오는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라는 가사가 송명희 시인의 이런 어려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노래는 멋진 반전을 만들어낸다.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송명희 시인은 자신의 장애와 가난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것들과 그들이 느끼지 못한 사랑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이렇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다’고 외친다! 그 당시 이 노래를 들으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펜 하나 혼자 쥐기 어려울 정도로 외롭고 힘겨운 환경에도 삶이 공평하다고 외치는 송명희 시인과 남들보다 더 가지지 못해 삶을 불평하고 원망하는 나의 모습을 비교하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 노래를 통해 자신이 처한 외롭고 힘겨운 삶에도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의미를 찾는 숭고하고 성숙한 삶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삶에 대한 동경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에 대한 고찰을 진지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흠뻑 눈물을 흘리고 나니 이상하게 가슴이 뻥 뚫리고 마음이 진정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남들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더 높아져야 한다는, 더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다. 그래서 나의 삶은 필요 이상으로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며, 고단하며, 역설적이게도 피폐해져 간다. 그러다가 한계상황이 오면 <나>라는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항상 눈물이 나며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 내 인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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