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184 건 검색)
- ‘계엄 동병상련’ 미얀마인 “민주주의 지켜낸 한국인에 감사”
- 2024. 12. 17 20:55사회
- ... 한국에서도 반복되면 어떡하나, 또다시 갈 곳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무서웠어요.” 그는 재한미얀마인들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5시간여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날 많은...
- 탄핵, 국내외 영향
- “한국 시민들, 민주주의 지켜줘서 고맙습니다”...‘투쟁 4년차’ 미얀마인들이 전한 인사
- 2024. 12. 17 15:49사회
- ... 한국에서도 반복되면 어떡하나, 또다시 갈 곳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무서웠어요.” 그는 재한미얀마인들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5시간여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날 많은...
- 탄핵, 국내외 영향
- 정선 ‘삼탄아트마인’ 일원에 미디어아트 조성···랜드마크화 추진
- 2024. 10. 21 12:05사회
- ... 2015년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선군은 폐광을 활용한 관광명소인 ‘삼탄 아트마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비 46억 원을 지원받아 미디어아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먼저...
- 삼탄아트마인정선군최승준
- [속보]올해 노벨 화학상에 구글 딥마인드 허사비스 등 3인…AI로 단백질 연구 공로
- 2024. 10. 09 18:59과학·환경
- ... 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시애틀캠퍼스 교수(62)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48),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39)를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스포츠경향(총 583 건 검색)
- ‘이재성 선발, 홍현석 교체’ 마인츠, 레버쿠젠 원정서 0-1 분패
- 2025. 01. 15 10:33 축구
- 레버쿠젠 | AP연합뉴스 이재성을 선발로 내세운 뒤 홍현석과 교체한 독일 프로축구 마인츠가 레버쿠젠에 무릎을 꿇었다. 마인츠는 15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레버쿠젠에 0-1로 패했다. 이로써 마인츠는 최근 3연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8승4무5패(승점 28점)로 18개 팀 중 5위에 자리했다. 반면 레버쿠젠은 7연승으로 승점을 38점(11승5무1패)로 늘려 2위를 유지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바이에른 뮌헨(12승3무1패·승점 39)에 승점 1점차로 따라붙었다. 이재성은 선발 출전해 왼쪽 2선에서 공격에 가담하며 66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벤치에 있던 홍현석과 후반 21분 교체됐다. 이날 경기의 승부는 후반 3분 터진 레버쿠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프리킥 한방에 갈렸다.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리말도가 왼발로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 레버쿠젠의 연승을 이끌었다. 결승골을 넣은 레버쿠젠의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레버쿠젠 | AP연합뉴스
- ‘이재성 선발 66분+홍현석 교체 24분’ 마인츠 3연승 마침표, 7연승 레버쿠젠에 무릎
- 2025. 01. 15 10:03 축구
- 이재성. 게티이미지코리아 홍현석.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재성과 홍현석이 뛴 마인츠(독일)가 선두 경쟁 중인 레버쿠젠을 만나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인츠는 15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1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레버쿠젠에 0-1로 졌다. 3연승 중이던 마인츠는 연승이 끊겼고, 8승4무5패(승점 28점)의 성적으로 18개 팀 중 5위에 자리했다. 4위 라이프치히(승점 30점)와는 승점 2점 차다. 레버쿠젠은 7연승을 기록했다. 승점을 38점(11승5무1패)로 늘려 2위를 유지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바이에른 뮌헨(승점 39점·12승3무1패)에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재성은 선발 출전해 왼쪽 2선에서 공격에 가담하며 66분을 뛰었고, 벤치에 있던 홍현석과 후반 21분 교체됐다. 이날 경기의 승부는 후반 3분 터진 레버쿠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프리킥 한방에 갈렸다.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리말도가 왼발로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 레버쿠젠의 연승을 이끌었다.
- 이재성·홍현석 코리안 듀오 동반 출격 마인츠, 후반기 첫 경기 승전보…챔스가 보인다
- 2025. 01. 12 11:34 축구
- 마인츠의 이재성이 11일 보훔과 분데스리가 홈 경기에서 요나탄 부르카트(왼쪽에서 두 번째) 선제 골이 나온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마인츠|AP연합뉴스 마인츠가 코리안 듀오의 활약 속에 분데스리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완승을 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진입했다. 마인츠는 11일 독일 마인츠의 메바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16라운드에서 보훔을 2-0으로 제압했다. 최근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리그 4위까지 상승했다. 승점 28점(8승 4무 4패)을 기록한 마인츠는 바이에른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등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승점 35점으로 13위에 머물고,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2점에 불과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날 경기에서 보 헨릭센 감독은 3-4-2-1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최전방에 요나탄 부르카르트를 배치하고, 2선에 이재성과 파울 네벨을 위치시켰다. 중원은 필립 음웨네, 사노 가이슈, 도미닉 코어, 안토니 카시가 담당했으며, 백3는 모리츠 옌츠, 스테판 벨, 대니 다 코스타가 구성했다. 골문은 로빈 젠트너가 지켰다. 경기는 마인츠가 완벽하게 장악했다. 전반 22분 이재성이 강한 압박으로 볼을 탈취해 부르카르트와의 연계 플레이로 첫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전반 23분에는 카시의 로빙 패스를 부르카르트가 절묘하게 이어받아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28분에는 이재성의 헤더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마인츠의 홍현석이 11일 보훔과 분데스리가 홈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마인츠|AP연합뉴스 전반 38분, 네벨의 부상으로 홍현석이 그라운드를 밟으며 코리안 듀오의 호흡이 시작됐다. 후반 11분에는 이재성의 크로스를 홍현석이 달려들며 슈팅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후반 24분, 이재성이 침착하게 음베네에게 볼을 연결했고, 이어진 크로스를 부르카르트가 마무리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이재성은 90분 동안 종횡무진 활약했다. 강한 압박과 볼 탈취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고, 정확한 패스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기회 창출 1회, 공격 진영 패스 10회, 리커버리 7회, 볼 경합 성공 5회를 기록하며 통계매체 풋몹으로부터 평점 7.5점을 받았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전반기 5골 2도움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54분을 뛴 홍현석은 리커버리 6회, 볼 경합 성공 5회, 피파울 3회를 기록하며 평점 7.0점을 받았다. 전반기 311분 출전에 그쳤던 그는 이날 적극적인 수비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윙백의 공격을 지원하며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노릴 만한 활약을 보여줬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마인츠의 다음 경기는 15일 바이어 레버쿠젠 원정이다. 컵대회 포함 9연승을 달리는 레버쿠젠을 상대로 험난한 도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한 마인츠가 코리안 듀오와 함께 또 다른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분데스 리뷰] ‘코리안 듀오, 챔스도 보인다!’ 이재성 90분·홍현석 52분 활약···마인츠, 최하위 보훔에 2-0 승→3연승+4위 도약!
- 2025. 01. 12 01:27 축구
- 후반기 첫 경기에서 코리안 듀오가 동반 출전했다. 이재성은 선발로 나와 90분, 홍현석은 전반 38분 교체로 출전해 52분가량을 소화하며 활약했다. 마인츠는 보훔을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4위까지 올라섰다. Getty Images 후반기 첫 경기에서 코리안 듀오가 동반 출전했다. 이재성은 선발로 나와 90분, 홍현석은 전반 38분 교체로 출전해 52분가량을 소화하며 활약했다. 마인츠는 보훔을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4위까지 올라섰다. Getty Images 후반기 첫 경기에서 코리안 듀오가 동반 출전했다. 이재성은 선발로 나와 90분, 홍현석은 전반 38분 교체로 출전해 52분가량을 소화하며 활약했다. 마인츠는 보훔을 2-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4위까지 올라섰다. 마인츠는 11일 오후 11시 30분(한국시간) 독일 마인츠의 메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독일 분데스리가 16라운드 홈 경기에서 보훔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마인츠는 8승 4무 4패(승점 28)를 기록하며 4위로 올라섰다. 마인츠 선발 라인업. 마인츠 SNS 보 헨릭센 감독이 이끄는 마인츠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로빈 첸트너가 골문을 지켰고, 모리츠 옌츠-슈테판 벨-대니 다코스타가 백3를 구축했다. 수비진 앞에는 필리프 음베네-사노 카이슈-도미니크 코어-앙토니 카시가 포진했고, 2선에 이재성과 파울 네벨, 최전방에 요나탄 부르카르트가 나섰다. 홍현석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디터 헤킹 감독이 이끄는 보훔은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파트리크 드레베스가 골문을 지켰고, 베르나르두-이반 오르데츠-팀 외어만이 백3를 구축했다. 수비진 앞에는 막시밀리안 비테크-앙토니 로시야-이브라히마 시소코-펠릭스 파슬라크가 포진했고, 2선에 마투시 베로, 최전방 투톱에 모리츠 브로신스키와 필리프 호프만이 나섰다. 이재성이 상대 선수와 경합을 펼치고 있다. Getty Images 전반 23분 요나탄 부르카르트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Getty Images 전반 22분 이재성의 결정적인 도움 기회가 무산됐다. 강한 압박으로 볼을 탈취하며 역습을 전개했고, 부르카르트가 이재성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무리 슈팅이 힘없이 드레베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하지만 곧바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전반 23분 후방에서 카시가 길게 연결해 준 공을 부르카르트가 절묘한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트리며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마인츠가 홈에서 먼저 앞서 나갔다. 전반 28분 이재성의 헤더가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짧게 연결한 뒤, 올라온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더로 시도했으나 드레베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8분 홍현석이 급하게 투입됐다. 네벨이 상대 선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고, 더이상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홍현석이 교체로 나섰다. 홍현석은 그대로 네벨의 자리에 위치하며 이재성과 함께 2선에 포진했다. 후반 24분 요나탄 부르카르트가 추가골을 터트렸다. Getty Images 후반 24분 요나탄 부르카르트가 추가골을 터트렸다. Getty Images 후반 11분 이재성과 홍현석이 작품을 만들어 낼 뻔했다. 왼쪽에서 이재성이 크로스를 연결했고, 홍현석이 뛰어 들어갔으나 발에 맞지 못하면서 아쉽게 슈팅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후반 24분 마인츠의 추가골이 터졌다. 박스 앞에서 공을 잡은 이재성이 침착하게 왼쪽으로 내줬고, 음베네가 크로스를 연결했다. 골문 앞에서 부르카르트가 밀어 넣으면서 추가골이자 자신의 멀티골을 터트렸다. 마인츠가 두 골 차로 리드를 벌렸다. 후반 추가시간 1분 90분을 소화한 채 이재성이 교체로 물러났다. 결국 마인츠의 2-1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주간경향(총 4 건 검색)
- [시네프리뷰]도우터 오브 마인-이탈리아 여류감독의 색다른 모성이야기(2019. 04. 29 11:02)
- 2019. 04. 29 11:02 문화/과학
- 각각 이성과 본성, 이상과 욕망, 문화와 육체를 대변하는 두 명의 엄마는 이제는 아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자아로 성장해야 하는 한 소녀에게 있어 심각한 혼란이자 의지해야만 하는 상반된 주체다. 제목 도우터 오브 마인 (Figlia mia/ Daughter of Mine) 제작연도 2018 제작국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러닝타임 97분 장르 드라마 감독 라우라 비스푸리 출연 발레리아 골리노, 알바 로르워쳐, 사라 카수 개봉 2019년 4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씨네룩스 세계 영화사에서 이탈리아만큼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힘을 유지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네오 리얼리즘’으로 대표되는 예술영화의 계보와 ‘마카로니 웨스턴(서부극)’, ‘지알로(범죄물)’ 같은 대중적 상업영화의 영역이 동시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과거에 비해 대중영화의 영향력은 현저히 미미해졌고 자국 영화의 경쟁력도 약화되었지만 이탈리아의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레이트 뷰티>(2013)를 연출한 파올로 소렌티노, <아이 엠 러브>(2009)의 루카 구아다니노 등은 비평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며 과거 이탈리아 영화가 누린 명성의 대를 잇고 있는 현재진행형 감독들이다.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 역시 이탈리아 국적의 멜로드라마로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갈등에 처한 세 여자의 이야기가 젊은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연출로 그려진다. 며칠 지나지 않아 10살이 되는 소녀 ‘비토리아’(사라 카수 분)는 얼마 전부터 알게 된 대책 없이 술에 절어 사는 안젤리카(알바 로르워쳐 분)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끼고 조금씩 그녀의 주변으로 다가선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 티나(발레리아 골리노)는 둘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티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토리아는 결국 안젤리카가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조롭지만 강렬한 영화음악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 속에 사용된 음악들은 유난히 귀에 머문다. 작곡가 겸 가수 지아니 벨라가 1981년 발표한 칸소네 히트곡 ‘이 사랑을 끝낼래(Questo Amore Non Si Tocca)’는 비토리아와 안젤리카와 본격적인 유대가 시작되는 지점에 사용되는 삽입곡이다. 트럭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부르며 막춤을 추는 안젤리카와 그 모습을 보며 점차 흥에 빠져들게 되는 어린 비토리아의 모습은 꽤나 정겹게 다가온다. 그러나 흥겨운 멜로디와 별개로 포르노라는 단어나 남녀의 노골적인 애정행위를 묘사하고 있는 가사와 모순되는 분위기는 두 사람의 관계가 그리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위태로움과 불안함으로 이어진다. 작곡가 난도 디 코시모가 영화를 위해 작곡한 스코어들은 상당히 소극적으로 사용되는 편인데 세 번의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초반부 안젤리나를 찾아 홀로 길을 나서는 비토리아가 걷는 장면, 중반부에 등장하는 더 이상 과거와는 같은 방식으로 딸을 지킬 수 없음을 깨닫고 집으로 향하는 티나가 홀로 걷는 장면, 그리고 후반에 이르러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안젤리카가 비애에 젖어 홀로 걷는 장면이 그것이다. 각각의 장면에 등장하는 단조롭지만 강렬한 음악들은 세 여인의 발걸음과 맞물려 정서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찰나를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한 여성연대극 영화는 이탈리아의 서쪽에 위치한 사르데냐 섬에서 촬영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이국적 마을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은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갈등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킨다. 상당 부분을 핸드헬드로 촬영해가며 영화의 생동감을 높이고자 노력한 블라단 라도빅 촬영감독은 아름답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촬영지의 환경이 영화 속에서 상충하는 모성애의 두 가지 측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영화의 ‘젊은 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여류감독 라우라 비스푸리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다수의 단편을 통해 꾸준히 기량을 닦았다. 2015년 밀라노를 여행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 데뷔작 <스웨어 버진>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80여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그녀는 3년 만의 신작 <도우터 오브 마인>을 통해 한층 다층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펼친다. 각각 이성과 본성, 이상과 욕망, 문화와 육체를 대변하는 2명의 엄마는 이제는 아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자아로 성장해야 하는 한 소녀에게 심각한 혼란이자 의지해야만 하는 상반된 주체다. 서로를 향한 이들의 견제와 반목은 결국 치명적 위기의 위태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종국에는 이해와 연대로 귀결된다.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은 분명히 여성영화의 영역에 있는 작품이지만 영화적 기교와 재미는 그것에 대한 편견을 충분히 뛰어넘는다.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봤을 때 주변 상영관에서 쉽게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마주치게 된다면 스크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고난 여배우들의 향연장 영화 <도우터 오브 마인>은 어쩔 수 없이 주연을 맡은 세 여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작품이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소녀 비토리아를 연기한 사라 카수는 촬영지인 사르데냐 섬 출신으로 이 작품으로 처음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순수한 소녀와 당찬 여성의 모습이 모두 녹아 있는 신비로운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1980년대 영화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발레리아 골리노라는 이름이 무척 반가울 것이다. <레인맨>(1988), <못 말리는 비행사>(1991) 등의 작품으로 국내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녀는 과거 그녀의 장기였던 섹시함에 원숙미까지 더한 모습으로 돌아와 마음으로 키운 딸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티나를 애잔하게 연기한다. 꾸준한 작품활동에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아 더욱 반갑다.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삶을 살다 10년 만에 마주친 딸아이에게 마음을 뺏기며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모 안젤리카 역을 맡은 알바 로드워쳐는 얄밉지만 함부로 미워할 수 없는 입체적인 악역을 연기해낸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이름과 얼굴이지만 이미 다양한 작품과 인물을 통해 출중한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국내에도 정식 소개되었던 <아이 엠 러브>(2009), <헝그리 하트>(2014) 등의 작품과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돼 흥행에 성공한 <완벽한 타인>의 원작영화 <퍼팩트 스트레인저스>(2016)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현재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우라 비스푸리 감독과는 첫 작품 <스웨어 버진>(2015)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다.
- 시네프리뷰
- [편집실에서]바더 마인호프(2012. 06. 13 12:01)
- 2012. 06. 13 12:01 오피니언
- 독일 영화 를 보는 그 순간까지 이 영화의 실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영화평의 첫 부분에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호프집 이름인 줄 알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영화는 1967년 팔레비 이란 국왕의 독일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했던 베를린 자유대의 학생이 서독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는 장면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실제로 서독에서 발생했습니다. 영화 제목인 바더 마인호프는 안드레아스 바더라는 운동권 조직 리더와 울리케 마인호프라는 여기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두 사람의 실제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있습니다. 대학생의 죽음에 분노해 서독의 공권력에 저항하는 두 사람은 영화 초반에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는 인물로 비쳐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극단적인 테러 행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고 결국 적군파의 리더가 됩니다. 이들의 조직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바더 마인호프 갱’으로 불려졌습니다. 적군파 조직은 백화점 폭탄 테러, 은행 강탈, 보수인사 납치 등의 사건을 일으키고,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와 연합해 여객기 공중납치를 합니다. 정의로운 행동의 출발이 테러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기는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각각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이 영화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바더 마인호프식의 테러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이들과 같은 극단적인 주장도 있지 않기에 현재의 상황과 비유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무리입니다. 과도한 비유나 연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이 영화가 떠오른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핵심으로 이석기·김재연이라는 두 명의 남녀 의원이 상징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요소는 진보라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며, 잘못하면 그릇된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너무 극단적인 주장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가 됩니다. 인터넷에서 에 대한 영화평을 읽다 보니 한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혁명과 테러 사이에서 추락하다.’ 이 제목을 보고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패권과 종북 사이에서 추락하다.’
- 편집실에서
- [커버스토리]신흥부자는 투자 마인드가 다르다(2007. 06. 19)
- 2007. 06. 19 사회
- 30억대 어떻게 모았나… 첨단 정보와 과학적 분석 자료가 기반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과 해외 부동산 규제 완화 속에서 신흥 부자들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이미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 뉴욕의 오피스나 상가를 구입하고 있다. ‘21세기형 신흥 부자’들의 투자전략과 마인드는 50대 이상의 이른바 ‘전통적인 부자’들이 1960~1980년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에서 큰돈을 벌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이들은 재벌총수의 아들·딸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젊은 나이에 수십억을 모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해서 그렇게 큰돈을 번 것일까? 유동성 현금자산 20억 원 이상을 보유한 30~40대 젊은 부자 176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성공투자노하우를 다룬 책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저자 박용석씨는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 부자들의 경우 현재는 수십억 재산가들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부를 이루는 데 수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출발했다”며 “다시 말해 그들은 저축을 통해 수천만 원을 모으고, 이를 종잣돈으로 삼아 뛰어난 투자처를 물색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천만원 종잣돈으로 투자처 물색 박씨에 따르면 젊은 부자들의 재테크는 전통적인 투자시장인 부동산을 기반으로 하되 주식, 채권, 외환, 해외투자 등 그 투자처와 투자종목의 다변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검소함과 절약정신으로 돈을 모으고 유지시켜온 전통적인 부자의 가치관과 전략을 대신해, 첨단 정보와 과학적인 투자 마인드가 새로운 부자 ‘트렌드’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부동산은 신흥 부자들에게도 여전히 재테크의 기본이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대신 해외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자 가장 먼저 쌈짓돈을 해외에 보낸 사람들이 바로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다. 주택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세금폭탄에 대한 그들의 대응도 빨랐다. 시중은행의 한 PB담당자는 “온 나라가 세금 논란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똑똑한 부자들은 놀랍게도 느긋했다”며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기 전부터 다주택을 정리하고 토지도 세금이 적은 수익창출용으로 갈아타는 등 이미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 철저하게 대비해왔다”고 전했다. 정책과 시장동향에 일희일비하는 일반 서민에 비해 부자들은 냉철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무작정 덤비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인맥은 물론 국제적 감각을 동원해 패턴을 달리한 투자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해외부동산 전문업체인 굿비전의 송동훈 이사는 “최근 부자들은 뒤늦게 동남아에 투자하고 있는 일반투자자와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을 선호한다”면서 “동남아 역시 부동산 거품이 갈수록 크다는 점을 인지한 한국 부자들이 임대수익이 연 8~10% 정도인 미국 뉴욕의 오피스나 상가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현재 한국의 부자는 미국 등 해외 출장이 잦고 견문이 넓은 편이라 무작정 투자하기보다는 국제 정세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투자에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1997년 IMF외환위기와 2000년대의 벤처 창업 붐은 새로운 부자의 길도 탄생시켰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실적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모하면서 스톡옵션, 고액 연봉을 받거나 영업 등을 잘해도 부자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도 지식과 정보를 무기로 벤처 회사를 창업하거나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주식 상장과 고액 연봉으로 돈을 모은 부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주식, 채권, 외환 등 다변화 주식 투자와 관련해 신흥부자들은 단타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대개 일 년에 서너 번, 많아야 분기별로 한두 번 정도 매매를 할 뿐이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 시세판을 보면서 일희일비 사고파는 ‘단타족’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증권가의 통설이다. 한 증권사 객장. 젊은 부자들은 주식투자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스로 연구한 몇 종목에 정석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흥 부자들이 다루는 종목도 우량·대형주에 한정되어 있어, 아무리 유망한 종목이라도 규모가 작다면 잘 쳐다보지 않는다. 소형주는 살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있고, 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수에 있어선 분할매수가 특징이다. 몇 억씩 사고 나서 주식이 빠지면 당황하지 않고 다시 저점에 매수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단가를 낮추어간다. 그리고 몇 달을 낚시하듯 기다린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신 정보로 무장한 젊은 부자들은 종목도 스스로 연구한 몇 종목에 한정하며, 정석투자에 가장 가까운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 부자는 재테크 분야보다는 수익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문승렬 국민은행 차장은 “전에는 부동산 부자는 부동산으로, 주식부자는 주식으로, 그리고 사업부자는 사업으로만 고집하던 투자방식이 최근 상당히 변화했다”면서 “지금은 ‘수익률’ 중심으로 크게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지난 2월 39%대이던 개인투자자 매매 비중이 4월에 50%대까지 급증한 것을 보면 부동산 부자들이 잘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주식의 상승추세를 보고 뒤늦게 참여하고 있고, 주식 부자들도 상가나 빌딩 등 소위 임대수익이 가능한 부동산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트펀드 등 이색펀드에 관심 부의 형성 과정은 강북과 강남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박종연 신한은행PB파이낸스센터장은 “강북은 전통적 부자이거나 자수성가형(사업을 통한 자산형성) 또는 상속·증여를 통한 부자가 많은 반면, 강남의 경우에는 수년간 지속된 강남부동산 폭등 및 보유주식실물가치 상승으로 부자의 대열에 낀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성공작으로 꼽히는 아트펀드는 부자들의 이색 취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설정액이 80억 원 이상인 사모펀드 형식의 아트펀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이 주도해 아트펀드를 출시했고 갤러리 차원에서 아트펀드를 조성하기도 한다.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강남 부자들이 그간 갖고 있던 작품들을 하나둘 팔고 새로운 작품들을 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대규모로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펀드가 대세란 판단 아래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자들이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어 금융권과 갤러리 차원에서 이들을 상대로 한 아트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사진은 고미술품 경매 현장. 열기가 뜨거워지자 최근에는 공모펀드를 만들려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감지될 정도. 서정기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이사는 “요즘 부자들은 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돈줄로 인식한다”며 “예술을 향유하면서 화젯거리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코엑스에서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관람객 수 6만4000명, 거래금액만 17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미술품 시장에 몰려든 부자들이 구매를 주도했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우펀드 등 이색펀드에도 가장 먼저 투자하는 것이 한국의 부자들이다. 이색펀드는 대부분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사모펀드 형태가 많다. 평소 다져둔 인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규철 마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부자들은 폐기물, 배추, 탄소 등 어떤 품목이든지 가격의 등락 등 시장성이 확보되면 투자에 나선다”며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저자 박용석씨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예전과 같은 고도성장기가 다시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젊은 부자들의 90%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디플레이션의 시대, 저성장의 공급과잉 시대에서 돈을 벌려면 좀더 매력적인 투자시장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 젊은 부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전략”이라고 전했다.
- 표지 이야기
- [BOOK]그림박물관 & 백만장자 마인드(2007. 01. 23)
- 2007. 01. 23 문화/과학
- 그림박물관 한 권으로 읽는 서양미술사 이러 지음, 홍은경 옮김, 크레듀, 1만9000원 “‘그림’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포함된다. 하나는 회화를 창조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또 하나는 사람이 감상하는 작품 자체를 의미한다.” 중국의 미술사학자 이러는 ‘세계 명화 100선이 담긴 그림박물관’ 서두에서 ‘그림’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러는 모두 100장의 구성으로 꾸민 이 책에서 기원전 1만5000년의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상처 입은 들소’부터 1970년 미국의 현대미술가 로버트 스미슨의 ‘나선형 방파제’까지 서양미술사를 정리했다. 엄밀히 말해 서양미술사라기보다는 ‘서양회화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조각, 공예, 건축 등 여타 미술사에서 볼 수 있는 미술의 다른 장르는 이 책에서 볼 수 없다. 제목에 걸맞게 저자는 서양의 ‘그림’만 설명한다. 비록 각 장의 길이가 짤막하고 장마다 수록한 작품도 한두 편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중국의 미술사학자가 서양미술사를 정리했다는 것이 낯설지 모른다. 아무래도 중국이 동양미술사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서양의 명화가 소개된 것이 20세기 초라는 사실도 내용면에서의 가벼움을 의심케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오히려 이것이 장점으로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내용이 매우 평이해 누가 읽어도 무리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수박 겉핥기’ 식은 결코 아니다. 수록한 작품 설명은 물론, 그 작품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의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당시 시대상, 작가의 특징,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한 설명 등을 간추려 정리했다. 저자는 그림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했고 인류의 진화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서양미술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이 있을 듯하다. 고흐에 대해 많은 사람은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른 ‘광기의 천재화가’로 알고 있다. 그가 젊은 시절 선교사로서 탄광촌에서 광부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 사고현장에서 광부들을 구조한 일이 오해를 사 교회에서 쫓겨난 사실, 보통사람처럼 가정을 꾸리고 그림을 팔아 먹고살기를 희망했다는 사실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평범하게 살겠다는 희망도 무너지고 생전에 화가로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사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았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1612~1621)는 매우 끔찍한 작품이다. 시퍼런 장검과 홀로페르네스의 목에서 튀는 피는 그림을 보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끔찍하지만 꽤 유명한 이 작품의 화가는 아르테미시나 젠틸레스키라는 서양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다. 이 작품은 1598년 거장 카라바조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를 모방한 작품이지만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칼을 꽉 움켜잡은 유디트의 팔, 무섭도록 냉정한 유디트의 표정, 공포 분위기를 한층 돋우는 명암 등 묘사와 기법 면에서 카라바조의 작품을 능가한다. 그야말로 한과 복수심이 배어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젠틸레스키가 이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복수심 덕분이다. 어릴 적 스승에게 여러 차례 능욕을 당했고 법에 호소했지만 오히려 악몽 같은 고문을 당했던 젠틸레스키는 남자에 대한 복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유디트를 그림으로써 대리만족을 얻었던 것이다. 200여 점의 작품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롭게 서술한 이 책은 ‘한 권으로 읽는 서양미술사’라는 표현을 쓰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백만장자 마인드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세요? 토머스 J 스탠리 지음, 장석훈 옮김, 북하우스, 1만8000원 진심으로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로또복권 당첨 기대를 버려라. 백만장자는 되고자 하는 마음자세에서 오는 필연일 수는 있지만, 우연한 행운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백만장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백만장자는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하늘의 복을 받고 태어난 엄청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극소수의 사람은 복을 받고 태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백만장자는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도 아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엘리트도 아니며, 특별히 머리가 좋은 천재도 아니다. 그렇다면 백만장자는 어떻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는 백만장자 마인드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백만장자 마인드가 무엇인지, 그것을 왜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첫째, 성실하라. 진실되며 열정을 가져라. 이 마인드는 경제를 유지시켜줄 것이며 앞으로도 유지시켜줄 중요한 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학교 성적이 경제적 성공의 장애가 되도록 만들지 말라. C학점이라는 성적을 문제라고 인식할 것이 아니라, 딛고 오를 발판으로 삼아라. 셋째, 금전적 모험을 감수할 용기를 가져라. 그뿐 아니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실패 또한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넷째, 독창적이면서도 이윤이 많이 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다섯째,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택하라. 실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성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과 결혼했다. 여섯째,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가계를 꾸려 나가라. 많은 백만장자는 새것을 사기보다 쓰던 것을 고쳐서 쓴다. 절대로 허튼 일에 돈을 쓰는 법이 없다. 일곱째, 집을 고를 때는 백만장자의 예를 따르라. 그들처럼 따져보고, 발로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협상하라. 여덟째, 균형 있는 생활방식을 택하라. 백만장자는 대체로 ‘돈 안 드는 활동’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즐기는 데는 일반인의 생각처럼 그리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저자는 백만장자 733명의 다양한 일화를 사례로 담아 부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짱과 투자요령,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시간과 에너지 배분방법 등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제시한다. 삶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와 난관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채워가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생활지침서가 될 것이다. 조지혜〈인턴기자〉 dngur3548@naver.com
- BOOK
레이디경향(총 3 건 검색)
- <마인> <힘쎈여자 강남순> 백미경 작가 BBC 라디오 출연…‘K-드라마를 말하다’
- 2024. 07. 02 10:29 문화/생활
- BBC가 한국 여성 서사 드라마의 글로벌 영향력 주목해 작가 백미경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BBC 캡처 백미경 작가(이하 백 작가)가 영국 BBC 라디오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K-드라마의 글로벌 인기를 분석했다. 최근 백 작가는 BBC In the Studio의 ‘Baek Mi-kyoung: writing a female superhero K-drama In the Studio’ 편에 섭외를 받고 출연해 전 세계를 사로잡은 K-드라마의 작가 백미경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BBC In the Studio는 아티스트, 음악가, 작가 등 전 세계 유명 창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따라가며 이들의 작품 세계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어보는 BBC의 대표적인 라디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백 작가는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마인>, <힘쎈여자 강남순> 등 탁월한 여성 서사를 구현해 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재벌가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쾌감을 선사한 <마인>부터 모계 혈통 이야기로 새로움과 카타르시스 모두를 극대화하며 재미를 선사한 힘쎈여자 시리즈 등 여성 서사 붐이 일기 전부터 꾸준히 매력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이에 BBC는 한국 여성 서사 드라마의 글로벌 영향력에 주목, 여성 서사 맛집인 백미경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조명했다. 이날 백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드라마 집필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집필 과정 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 것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K-드라마의 매력과 K-드라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백 작가는 1시간 정도 영어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과거 영어학원 원장으로서의 경력을 되살리며 탁월한 영어 회화 실력을 뽐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백 작가는 꾸준히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 다시 한번 K-드라마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편 백 작가가 출연한 ‘BBC In the Studio’는 7월 2일(영국 현지 기준) 전 세계로 송출될 예정이며, 방송 후 BBC 월드 서비스 누리집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 이보희 27년 전, 그 자리에서 리마인딩 화보
- 2014. 03. 28 15:20 연예
- 1987년 4월. 당시 「레이디경향」에 실린 패션 화보를 27년이 흐른 지금, 고집스럽게 재현해봤다. 같은 날, 같은 장소, 같은 디자이너의 의상 그리고 같은 모델 이보희와 함께. 이것이 진정한 ‘리마인딩’이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창간 32주년 기념호를 준비하는 기자의 손길이 바쁘다. 특집 기사 아이템을 찾기 위해 회사 자료실 구석에서 묵은 먼지를 걷어내며 과거 잡지를 헤집었다. 그때! 한 여인과 시선이 마주쳤다. 여리하고 촉촉한 눈망울로 비스듬히 기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여인. 스물아홉의 이보희(55)였다. 넘실거리는 한강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그녀는 신화 속 여신처럼 환상적이다. 별다른 표정을 지은 것도 아닌데 보는 이의 마음이 흔들린다.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적당히 타협하며 과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는 참 현명한 배우다. 1980, 90년대 당시 이보희는 단연 톱스타였다. 매달 「레이디경향」의 중요 지면은 그녀의 소식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떤 달은 스님과 ‘인생’이란 주제로 심도 깊은 대담을 나눴고, 또 어떤 달은 바쁜 영화 촬영장에서 시간을 쪼개 인터뷰를 했다. 때로는 이렇게 멋진 패션 화보로 청초한 매력을 발산했다. 촬영 당일 사진 속 그날처럼 한강은 너울너울, 빌딩의 조명을 받아내며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도 이렇게 칼바람이 불었을까? 꽃샘추위의 끝자락에서, 더구나 밤 촬영을 강행했더니 체감온도는 한겨울 못지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시스루 소재의 얇디얇은 S/S 의상을 입어달라는 가혹한 부탁을 했다. 눈을 질끈 감고 “리마인딩이어서요…”라며. 게다가 다음날은 이보희가 새로 들어가는 MBC-TV 일일드라마 ‘모두 다 김치’의 첫 촬영일이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추워서 어떡하냐”라는 기자의 말에 오들오들 떨던 그녀의 대답은 의연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더라도 번지점프를 해내야 하는 것이 배우의 숙명이에요. 한 번 하겠다고 한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해요. 배우의 약속은 한 사람과 한 것이 아니니까요. 수많은 스태프와 더 많은 시청자들과 한 약속이니까요. 제가 배우를 하고 있지만 참 대단한 직업인 것 같아요. 책임감 없이는 길게 못해요.” 이보희는 배우 생활 35년간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다. KBS-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사람들’을 끝낸 지 한 달이 채 지났을까.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간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단 한 해도 작품을 쉰 적이 없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과 강한 책임감 탓이다. 그녀의 리즈 시절 이보희는 특히 화보를 사랑했다. 제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엇박자처럼 어긋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찰나의 순간에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런 작업들이 신기하다. “옛날에는 화보 찍는 걸 즐겼기 때문에 제 자료가 많을 거예요. 젊을 때는 어떤 머리를 해도, 어떤 화장을 해도 예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나이 들수록 점점 카메라를 피하게 되는 거죠. 의상은 변함없이 젊고 세련됐는데, 모델이 따라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죠.” 그녀만큼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중견 배우는 많지 않다. 비결은 주름을 잠시잠깐 감춰주는 시술이 아니다. 그녀는 꾸준한 요가로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로 ‘55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화보 촬영할 때 숨 들이마시느라 힘들었는데 눈치 못 챘나요?(웃음)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서너 번은 요가를 해요. 원래 찌는 체질은 아니지만 나잇살이나 군살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더니 살들이 좀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자동 완성 검색어에 ‘리즈’라는 단어가 뜬다. 사람들은 이보희의 아름다운 젊은 날의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또 자연 미인이 귀한 요즘이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리즈 시절’이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젊었을 때는 제가 예쁘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이가 들어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 예뻤다고 느껴요. 젊음이 예쁜 거지요. 젊음이….” 시간이 주는 선물 이보희는 지금의 김태희, 한가인으로 비견되는, 시대를 대표하는 미인이었다. 요즘 젊은 여배우들이 당당한 직업군으로 인정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왕년에 잘나가던 동료 여배우들과 가끔 골프를 쳐요. 모여서 하는 얘기의 대부분이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예요. 지금은 연예인들의 직업적 위상이 전문직만큼이나 높잖아요. 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고요. 우리 때는 특수한 직업이긴 했지만 그리 대우받지는 못했거든요.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했고요.” 무엇보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여배우에 대한 한층 너그러워진 대중의 시선이다. “여배우를 바라보는 깐깐한 잣대도 많이 사라졌죠. 우리 때는 남자와 사귀기만 해도 결혼해야 되는 시대였으니까 참 살기 퍽퍽했어요. 요즘 배우들은 자유롭게 연애하고 일도 열심히 하며 인정받잖아요. 참 부러워요(웃음).” 얌전하고 부끄러움을 잘 탔던 그녀는 자신이 배우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친구를 따라갔다가 이 길로 들어섰다. 지금 생각하면 인생의 기회를 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고 내 주장이라곤 없었던 사람이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거절하지 못했지요. 요즘은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드라마 속에서는 악역, 아니면 푼수 역할을 주로 맡지만… 그래도 좋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 선택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어느 순간 ‘내가 말을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었나?’ 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넉살도 늘고 용감해졌다. 문득 흐르는 세월이 나쁜 것만을 가져다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번 화보에서 보여준 그녀의 완숙미와 우아함도 시간이 준 선물이 아닌가. 「레이디경향」 1987년 4월호에서 다룬 톱디자이너 3인의 특집 화보이다. 이광희 디자이너는 ‘로맨티시즘&어반’ 컨셉트로 배우 이보희와 함께 한강에서 야간 촬영 화보를 완성했다. 27년 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디자이너의 감각과 이보희의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Mini Interview 또 한 명의 주인공, 이광희 디자이너 이번 리마인딩 화보의 또 다른 주역은 이광희(62) 디자이너다. 그녀의 손길은 과거 「레이디경향」의 이곳저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우리나라 패션계가 막 태동했던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늘 선두자리를 지키며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지금은 ‘상위 1%를 위한 로열 부티크’로 자리 잡고 과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옛날에 참 재밌게 일했어요. 저도 의욕이 넘쳤으니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란 건 다 해봤을 거예요. 일반인들이 해외에 잘 나가지 못했던 시절에도 처음으로 해외 화보 촬영을 했으니까요.” 지금의 ‘관광청’이나 ‘항공사’의 후원도 없었던 시절. 오롯이 그녀의 자비를 들여 해외 촬영을 준비했다. “일하는 걸 좋아해서 그랬는지, 새로운 도전에는 돈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웃음). 당시 패션에 대한 인식은 지금처럼 좋지 못했어요. 디자인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멋진 옷을 사는 건 과소비나 사치로 치부했죠. 그런 인식을 바꾸고 말겠다는 나름의 사명으로 일했어요.” 그녀는 디자이너로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당대 톱스타들과 많은 작업을 진행했다. 이보희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모델이었다. “이보희씨와는 굉장히 많은 작업을 했지요. 참 조용한 스타일이었어요. 촬영장에 와서도 유난스러운 것도 없고 말도 잘 안 하고 해야 할 일만 묵묵히 했어요. 저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편해서 잘 맞았어요.” 디자이너는 인맥이나 커뮤니티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녀는 ‘대인기피증’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밥 한 끼를 같이 먹지 않고 20년을 함께 일한 기자도 있어요. 인맥을 만드는 능력은 빵점이지요. 지금까지 제 곁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세월을 통해 가까워진 사람들이죠. 함께 있어도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사람들.” 그녀는 5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눈을 돌려 ‘희망고’라는 국제NGO 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희망고’는 ‘희망의 망고나무’의 준말로 망고나무 심기를 통해 남수단 톤즈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돕는다. 또 얼마 전에는 현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합교육문화센터인 ‘희망고 빌리지’를 만들기도 했다. “제가 평소 존경했던 김혜자 선생님을 따라 아프리카에 처음 간 것이 계기였어요. 부티크를 운영하면서는 대중과 소통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구조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호흡하고 다가가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티셔츠나 블라우스를 디자인하고 바자회도 열고 있습니다.” 그녀는 천생,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외면의 아름다움 그리고 이제 내면의 아름다움에까지 다다른다. 이광희 디자이너와 배우 이보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책임감과 사명이었다. 세월의 흐름에도 흔들림 없이 건재할 수 있었던 두 여인의 본질일 것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원상희, 안진형(프리랜서) ■의상&소품 협찬 / 이광희 부티크(02-792-3311), 에스콰이아 ■헤어&메이크업 / 수민, 김수민(위드뷰티살롱, 02-515-2322) ■촬영 협조 / 한강사업본부 문화홍보과>
- ‘엄마’ 자신을 위한 마인드 테라피
- 2011. 10. 28 17:29 육아/교육
- ㆍ한국형 자녀교육 심리전문가 문은희 박사의 조언 한국형 자녀교육 심리전문가이자 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문은희 박사는 신간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통해 아이의 문제는 곧 엄마의 문제로부터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 박사는 “이제는 아이보다 엄마를 이야기할 때”라고 말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 세간의 말이 있다. 뒷맛이 씁쓸하지만 이것만큼 요즘 세태를 잘 꼬집은 말도 없다. 엄마들은 혹여 자신의 나태함이나 무지로 인해 아이가 뒤처질까봐 시간을 내어 육아서나 교육 지침서를 읽는다. 그리고 각종 교육 설명회에도 다니며 학원 정보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학부모 모임에도 열심히 참석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해마다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 비율은 높아만 가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인 ADHD나 틱장애와 같은 각종 정신적 질병을 앓는 어린이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 탓일까? 엄마는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가? 루소의 「에밀」을 읽고 심리학자의 길로 서울의 중심인 종로의 번잡한 대로변 뒤에는 이곳이 서울인지 믿기지 않을 만큼 전혀 다른 느낌의 동네가 있다. 가회동, 계동, 삼청동 일대를 일컫는 북촌마을이다. 종로의 기세야 그 옛날부터 대단했을 터이지만 자리를 지켜온 마을의 모양새는 소박하고 정답기 이를 데 없다. 북촌길 골목을 걷다 작은 골목 가파른 계단 끝에 다다르면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작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소박한 입간판에는 (사)한국 알트루사 여성상담소라고 적혀 있다. 이곳은 심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하면서 정신건강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유일의 단체다. 지난 20여 년간 이 상담소를 이끌어온 사람이 바로 심리학자이자 자녀교육 전문가인 문은희 박사다. 문 박사는 문재린 목사의 딸이자 문익환 목사의 여동생으로 또 언젠가부터는 영화배우이자 사회운동가인 문성근의 고모로도 불리고 있다. 이름만 대면 모두 알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 조카의 그늘 아래서 다소 위축된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지만 문 박사가 살아낸 삶의 족적을 보면 누군가의 그늘이 아니라 큰 뿌리 위에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눈의 총기와 말씨의 또렷함은 여전한 기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은희 박사의 첫 전공은 의학이었다. 하지만 주삿바늘 하나 찌르지 못하는 성정으로 인해 의대를 중도 포기하고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고치는 삶은 애초부터 그녀에게 맞는 옷이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몸이 아닌 마음을 고치는 것이 되었지만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이란 책을 읽게 되었어요. 읽어봤나요? 꼭 읽어보세요(웃음)…. 가상의 주인공인 ‘에밀’의 성장과 교육 과정을 담고 있죠. 루소는 인간은 본래 선하게 태어났고, 교육은 이런 인간, 즉 아이들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찾을 수 있게 돕는 과정이라고 봤어요. 그 책을 읽는데 무엇인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이거다!’ 싶더라고요. 교육심리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라고도 할 수 있고,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죠.” 포함 단위, 한국 엄마들의 독특한 심리구조 포함이론이란 한국 여성과 서양 여성의 우울증을 비교·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여성만의 독특한 심리구조인 ‘포함 단위’를 문 박사가 학문적으로 정립한 것이다. 문 박사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영국의 한 시사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오랫동안 집과 소식이 끊긴 노숙인을 조사해 집중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기자는 런던 거리에서 만난 젊은 노숙인을 그의 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별로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우리네 정서로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것처럼 얼싸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문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다음날 기자가 다시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아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이어지는 그 어머니의 답은 놀라웠다. “아들과 나는 성격이 맞지 않아 같이 살 수 없어요.” 한국의 엄마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자 대답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식을 집에서 내보내는 것도 모자라 노숙인 신세가 되었음에도 모른 체하는 엄마가 한국에 있을까? 문 박사는 경제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만 부모의 집에서 머물기를 원하는 노숙자 아들을 내치는 어머니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를 이상할 것 없다는 듯 받아들이는 영국 시청자들이 더 놀랍게 느껴졌다고 한다. 문 박사는 이어 한국 가정의 예를 소개했다.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낸 남편과 장성한 아들을 둔 한 중년 여성이 있다. 맏아들은 연애 결혼 후 아들, 딸 낳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며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가뜩이나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 걱정이었던 둘째 아들이 삐걱대던 결혼생활을 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혼까지 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오면서 잘 살아왔다고 자부해오던 그녀는 깊은 시름에 빠졌고, 이어 이들 가족 모두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급기야 남편은 충격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녀는 둘째 아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인들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들을 보고 뭐라고 할지 걱정이고, 아들에게 붙을 ‘이혼남’ 꼬리표는 괴롭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서양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지만, 보통의 한국 엄마들은 그녀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을 표할 것이다. 나아가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해봐라’, ‘이혼한 며느리를 찾아가 저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며 적극적으로 훈수 두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모질게 느껴지는 영국 엄마와 자식에게 전부를 건 듯한 헌신적인 한국 엄마의 다른 점은 그저 성격 차이 때문일까? “영국 엄마의 사례를 접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저도 한국 여자이자 한국 엄마니까요(웃음). 영국 엄마의 자아에는 ‘나’라는 그녀 자신 하나가 있는 거예요. 반면 한국 엄마의 자아 속 ‘나’에는 자신뿐 아니라 아이, 남편, 부모 더 나가서는 시댁, 친정 등 모두가 포함되어 있거든요. 영국 엄마의 경우 ‘나’ 와 ‘너’로 분리되어 있지만 한국 엄마의 경우 모든 것이 ‘나’로 동일시돼 전부 내 문제인 거죠.”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 말고, 아이가 받고 싶은 사랑을 한국 엄마의 ‘나’에는 자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아이=나’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렇기에 모든 엄마들은 아이에게 거침없이 개입한다. 어렸을 때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알려 하지 않고 그저 달래기에 급급해한다. 시간이 지나면 ‘우는 것은 좋지 못하다’거나, ‘못나고 약해 보이니 울지 말라’고까지 말한다. 조금 큰 아이가 장래희망을 말하면, ‘너 어렸을 때 병원놀이 하면서 의사선생님 되고 싶다고 했잖아’라며 아이의 꿈을 ‘의사’로 몰고 가버린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기뻐하고, 나쁜 성적을 받으면 무섭게 야단친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서 스크루지 영감이 착한 사람으로 변한 것에 감동하는 아이를 보면서 ‘구두쇠로 살아도 모자랄 판에 다 퍼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렇게 되려 하면 어쩌나’ 하고 내심 여리고 착한 아이의 심성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한다. 여기서 아이의 감정은 없다. 오로지 엄마의 입장과 엄마의 판단, 엄마의 감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엄마들은 끝없이 ‘널 위해서’라는 이유로 어느 학교를 가며, 어떤 친구와 사귀고, 어떤 직업을 가지며,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에 대해 끝없이 주입하고 강요한다. “우는 아이는 달래야죠. 울게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왜 우는지에 대해 알려 하지 않고 빨리 달래거나, 울지 않는 상태가 좋은 줄 알아요. 그게 잘하는 엄마인 줄 알고 아이가 울 기회조차 허용하지 않아요. 기저귀가 젖어 울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배고파 울기 전에 젖을 주고, 졸려서 울기 전에 재워주는 거죠. 아이는 배고픈, 찝찝한, 졸린 느낌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고 엄마는 문제를 해결만 한 것이지 문제를 공유하지는 못했죠. 이렇게 키우게 되면 아이는 엄마와 감정을 소통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숨어버립니다. 많은 엄마들이 ‘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책만 읽어요’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지만 혹여 아이가 엄마를 거부하고 책 뒤로 숨은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거예요.” 문 박사는 엄마가 사랑을 담아서 한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정작 사랑으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아이에겐 고역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인공조미료 하나 쓰지 않은 유기농 재료로만 식사를 준비하고, 늘 예쁘고 깨끗하게 차려입혀주고, 좋은 학교, 좋은 학원을 찾아 보내주는 등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혹 엄마 노릇을 일거리로 생각하고 열심히 해내고만 있었던 것이 아닌지 말이다. “아이의 눈을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아이가 입으로 말하는 것 말고 눈으로 말하는 것을 들어보려고 해보세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지 마라’와 같은 말은 마음을 나누겠다는 자세가 아니죠. 아이에게 가면을 씌우고 엄마가 듣고 싶은 거짓된 답을 유도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저 눈을 좀 맞추고, 아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느껴보세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죠. 아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엄마 마음이 건강해져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 안의 아이를 찾아 그 느낌을 회복해야 해요.” 겉보기엔 더없이 좋아 보이는 엄마가 있다. 시댁과 친정에 헌신적이라 집안 어른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는다. 남편과는 부부 싸움 한 번 하지 않았다고 자부할 만큼 금실 좋은 사이로 알려졌다. 웬만하면 의견 충돌을 피하고 남편 뜻에 따라주고, 아이들에게는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체벌 없이 키웠다. 사람들은 신사임당이 따로 없다고 칭찬해준다. 그러나 정작 이 엄마는 만성적인 갑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잘한다고 하지만 정작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이 어떤 기분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 집에 큰 소리 안 나고 조용하면 되는 줄 알고 참고 또 참기만 해온 것이다. 문 박사는 이 엄마 안에 숨은 ‘아이’를 찾아보았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와 줄줄이 태어난 동생들 때문에 그녀는 어릴 적 외가에서 살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외조부모는 사이가 몹시 좋지 않았다. 허구한 날 밤이면 큰 싸움을 하는 탓에 어린아이는 그때마다 외조모의 무서운 고성에 잠을 깨곤 했다. 어린 눈으로 싸움의 잘잘못을 알지 못했고 그저 무서운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는 외조모의 모습이 공포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할머니만 소리치지 않는다면 이 무서운 상황이 끝날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서운 상황, 불편한 상황은 ‘나만 참으면, 나만 말하지 않으면, 나만 화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된 것이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도 그녀의 마음속 어린아이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조금이라도 싸움이 될 것 같거나 의견 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참았다고 한다. 해야 할 말조차 하지 않고 사태를 덮기에 급급해왔던 것이다. 엄마 안의 ‘아이’가 그렇게 반응해온 것이다. 느낌을 회복하고, 포함의 단위를 더 넓힐 때 아이를 아프게 하는 엄마도 분명 과거엔 자녀와 똑같은 아이였고, 보살펴주는 엄마가 있었을 것이다. 과거의 엄마 ‘아이’는 이제는 친정엄마라 불리는 그 엄마와의 관계가 어땠을까? 엄마 ‘아이’의 과거는 행복했을까?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엄마 안의 상처받은 ‘아이’로 인해 지금 내 아이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라고 문 박사는 말한다. 그것을 ‘느낌의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느낌이라는 사전적 의미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행간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엄마들이 얼마나 건조하게, 마음을 기능적인 용도로만 사용해왔는지 잘 알 수 있어요. 느낌이란 말을 아주 어려워하거든요.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대요. 감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기쁨과 설렘, 포근함, 뿌듯함, 슬픔, 아픔, 분노, 창피함, 감격, 흥분, 그리움 등등 마음의 색깔 말이죠. 감정의 근원적인 뿌리, 그 원인을 찾으면 내 감정의 실체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내 아이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말하지 않아도 느낌을 알 수 있는 사이, 부모와 자식의 건강한 관계가 되는 거죠.” 문 박사는 느낌을 회복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꾸는 첫 시작으로 거창한 것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과거 상처를 주었던 부모의 역할을 해줄 ‘대리모’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엄마 안의 아이가 과거의 감정을 풀어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여기서 ‘대리모’란 일종의 멘토와 같은 상담자 역할을 일컫는다. 그런 상대를 찾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글을 써보라고 권했다. 여기서 글이란 일기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듣고 있다는 기능을 발휘하는 글쓰기. 쉽게는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도 좋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달린 몇 개의 댓글도 과거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좋은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포함 단위’로 한국 엄마들을 설명할 수 있었어요. 느낌을 회복하고 자녀를 엄마인 자신으로부터 건강하게 분리시키라고 조언했죠. 분리시킨다는 말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엄마도 있는데, 이는 아이를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랍니다. 그러면서 그 포함의 단위를 더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아이에서, 내 아이의 친구에게로 또 내 아이의 학교 아이들에게로 그 단위를 점점 넓히다 보면 건강한 공동체 의식이 자란답니다.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생각하는 넓은 포함 단위는 엄마와 아이뿐 아니라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엄마는 나를 어른이 되어서 알기 시작했지만,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엄마와 알고 지냈다!’ 문은희 박사의 아들이 작문 시간에 쓴 글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 구절을 읽고 아이들이야말로 엄마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애는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오늘도 푸념하고 속상해하고 있다면 내 아이 말고, 내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엄마 안의 ‘아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내 아이에 대한 답은 내 안의 ‘아이’에게 있으니 말이다. 문은희 박사가 말하는 아이를 아프게 하는 엄마의 잘못된 행동 16가지 1 자녀의 큰 꿈에만 박수쳐주었는가? 2 엄마의 꿈을 자녀의 꿈이라고 착각하지 않았는가? 3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하다고 칭찬했는가? 4 아이답지 않고 어른스러워야 좋아했는가? 5 규칙과 약속을 꼭 지키게 했는가? 6 엄마 취향과 같은 것을 고를 때만 허용했는가? 7 슬픔을 공감하기보다 해결해주기 위해서만 노력했는가? 8 “너는 내 전부다”라고 부담을 주지 않았는가? 9 실패할까 두려워 미리 지적하고 잔소리하지 않았는가? 10 아이와 마음을 나눈다고 엄마의 생각을 여과 없이 쏟아냈는가? 11 자만하지 말라고 남들 앞에서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12 아이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안심했는가? 13 아이 자신보다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가? 14 전문가나 책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가? 15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는가? 16 체벌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가?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 ■참고 서적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예담)>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