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86 건 검색)
- 올해도 서울 도심에 500곳 이상 ‘꽃밭’ 만든다
- 2025. 01. 14 16:08사회
- ... 정원 모습. 서울시 제공 올해에도 서울시내 나대지·콘크리트 포장지 등 500 여곳이 넘는 지역에 ‘꽃밭(정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14일 서울시 집계를 보면 지난해 3~12월 시내 총 536개소(42만㎡)에...
- 영월 동강 ‘붉은 메밀 꽃밭’ 28일 개장···내달 13일까지 다양한 행사
- 2024. 09. 27 12:14사회
- ...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 삼옥2리 먹골마을 동강 변에 조성된 ‘붉은 메밀 꽃밭’. 영월군 제공 삼옥2리 마을 운영 협의회는 축제장 주변에서 메밀을 주재료로 한 토속음식 등을...
- 메밀동강붉은메밀꽃
- 철원 고석정 꽃밭 30일 개장···천일홍, 핑크뮬리 등 24종 100만여 그루
- 2024. 08. 27 16:10사회
- ... 주변에 축구공 모양의 쉼터 3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에 자리 잡은 고석정 꽃밭에 설치된 이색적인 조형물. 철원군 제공 또 방문객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야간에도 꽃밭을...
- 꽃밭철원군고석정천일홍코스모스
- 양구 꽃섬에 붓꽃, 창포 등 봄꽃 만개···4㏊ 규모 계절별 대규모 꽃밭 조성
- 2024. 05. 16 14:25사회
- ... 진행하기로 했다. 김순희 양구군 생태산림과장은 “앞으로도 파로호 꽃섬에 지속해서 특색있는 꽃밭을 조성할 것”이라며 “아름다운 봄꽃을 보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봄꽃창포양구군파로호
스포츠경향(총 30 건 검색)
- ‘엄마친구아들’ 정해인♥정소민, 꽃밭 키스신 비하인드
- 2024. 09. 25 11:36 연예
- tvN ‘엄마친구아들’ tvN ‘엄마친구아들’ 정해인, 정소민의 로코 케미가 폭발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연출 유제원, 극본 신하은,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더모도리) 측은 25일, 최승효(정해인 분)와 배석류(정소민 분)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해바라기 꽃밭 키스신의 비하인드 스틸을 공개했다. 본편만큼 설레는 배우들의 카메라 뒷모습이 뜨거운 호응의 이유를 짐작게 한다. ‘소꿉남녀’ 최승효, 배석류가 마침내 친구에서 연인으로 거듭났다. 최승효의 고백에 대답하기로 약속한 유통기한이 지나고, 배석류는 뒤늦게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했다. 달콤한 입맞춤과 함께 시작된 ‘어른연애’는 차원이 다른 설렘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지난 22일(일) 방송된 12회 시청률이 평균 8.3% 최고 9.1%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 수도권 기준) TV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는 정해인(1위), 정소민(2위)이 6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9월 3주차 기준) 그런 가운데 공개된 사진 속 최승효, 배석류가 달콤한 첫 입맞춤을 나눈 해바라기 꽃밭 사이 본체들의 대기 시간 모습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다정한 인증샷을 남기는 두 배우의 청량하고 달달한 비주얼 케미스트리가 감탄을 자아낸다. ‘워너비’ 남사친, 여사친 면모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부터 정소민을 바라보는 정해인의 부드러운 눈길과 따뜻한 미소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핑크빛 로맨스를 가속화하며 심박수를 상승시킨 정해인, 정소민의 로코 시너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한편, 지난 방송 이후 공개된 13회 예고 영상에는 두 사람의 본격적인 비밀 연애가 그려지며 흥미로운 전개를 기대케 했다. ‘승류커플’의 아슬하고 짜릿한 비밀 연애는 성공할 수 있을지, 앞으로 로맨스 꽃길만 걸을 수 있을지 4회만을 남겨둔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 13회는 오는 28일(토)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
- 아이키 “이효리가 밥 사 먹으라고 카드 줘”(꽃밭 병동)
- 2023. 12. 06 14:13 연예
- ‘꽃밭 병동’ 영상 캡처 댄서 아이키가 이효리 미담을 공개했다. 아이키는 5일 이혜영과 지예은이 진행하는 유튜브 ‘꽃밭 병동’에 출연했다. 지예은은 아이키를 ‘오빠보다 언니야’ 병에 걸렸다며 플러팅 장인으로 소개했다. 아이키는 여러 방송에서 화려한 플러팅 기술을 선보였다. 아이키는 “저는 인정 못한다. 그냥 타고났다. 실제로 사람들을 좋아해서 한 말인데 그게 이슈가 됐다”라며 의도한 플러팅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혜영은 아이키 열혈 팬임을 밝혔다. 아이키가 유명해진 ‘스우파’ 이전 미국 댄스 서바이벌 NBC ‘World Of Dance’ 때부터 팬이었다. 이 대회에서 아이키는 제니퍼 로페즈에게 극찬을 받았다. 이혜영은 “우리나라를 빛내는 모습을 보고, 또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럽고 꼭 보고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혜영은 “국제적으로 제니퍼 로페즈를 꼬셨다고 하던데 어떻게 꼬셨나”라고 물었다. 아이키는 “그냥 제니퍼 로페즈만 보면서 열심히 춤췄다. 눈을 못 떼더라”라고 말했다. ‘꽃밭 병동’ 영상 캡처 이혜영이 얼마나 아름다웠냐고 묻자 아이키는 “이혜영 선배님만큼 아름답지 않았다”라며 플러팅 고수의 면모를 보였다. 지예은이 “이혜영 선생님은 여자 안 좋아하시지 않냐‘라고 하자 이혜영은 ”아니다. 여자 좋아할 수 있다. 남자 이제 지겹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키는 이효리 미담도 공개했다. ”효리 언니는 저에게 카드를 주셨다“라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혜영이 깜짝 놀라 ”현금카드를?“이라고 묻자 아이키는 ”맞다. 밥 사 먹으라고 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혜영은 ”난 그냥 현금으로 주겠다“라며 이효리 못지않은 아이키 열혈 팬임을 증명했다.
- 코요태, 꽃밭에서 포즈 “코요태&코스모스”
- 2023. 10. 06 19:12 연예
- 신지 SNS 혼성그룹 코요태가 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통해 영원한 ‘국민 그룹’의 케미를 선보였다. 신지는 6일 오후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코요태 멤버들과 함께 꽃놀이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하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 속에는 꽃받침 포즈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김종민을 비롯해 러블리한 표정으로 귀여운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는 신지, 여기에 시크한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빽가까지, 사진만으로도 느껴지는 세 사람의 케미는 대중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전국 각지의 행사 및 페스티벌을 장악하고 있는 코요태는 지난 5일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남원, 완주, 고성, 서울 등 다양한 지역들의 행사에 참여하며 쉼표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꽃놀이 사진은 코요태가 전국 각지를 돌며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도중 공개한 근황인 만큼, 팬들은 연일 뜨거운 반응과 반가운 마음을 가득 드러내는 중이다. 전국에서 ‘국민 그룹’의 저력을 드러내고 있는 코요태는 오는 11월 17일 오후 7시 30분과 18일 오후 6시 양일간 KBS 아레나홀에서 콘서트 투어 ‘2023 코요태스티벌 : 순정만남’을 개최한다.
- ‘판도라’ 장희진, 이지아 정체에 흑화...선물 받은 꽃밭 밀었다
- 2023. 03. 19 21:48 연예
- tvN 방송 캡처 ‘판도라 : 조작된 낙원’ 장희진이 흑화했다. 19일 오후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판도라 : 조작된 낙원’에서는 이지아의 정체를 알게 된 장희진이 흑화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홍태라(이지아)가 오영인 것을 알게 된 고해수(장희진)는 “아니야. 언니가 절대 오영일 리가 없어”라고 믿지 않았다. 홍태라는 고해수에게 오영의 이야기를 하라 시킨 것이 장금모(안내상) 회장의 수족 엄상배(성창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장 회장은 고해수의 시아버지인데 어떻게 고태선을 죽여놓고 그 딸을 며느리로 삼냐는 홍태라에 김선덕(심소영)은 그룹을 위해서는 아들의 결혼쯤이야 얼마든지 장난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널 표재현 부인으로 만들어 표재현의 절대 약점으로 만들 수도 있고 기억이 돌아온 것도 모두 계산된 거겠지. 고해수는 내가 아니라 시아버지 손에 죽게 생겼는데. 고해수가 고태선 사건을 파헤칠수록 위험해지는 건 고해수야”라고 비열하게 웃었다. 다이아몬드 값을 제대로 치른 것 같다며 사라진 김선덕에 홍태라는 “해수가 위험해”라며 다급하게 움직였고 모든 것을 고해수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언니가 왜 김선덕을 만나? 정말 언니야? 우리 아빠를 죽인 범인이? 언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며 괴로워했고 이내 침착하게 생각에 잠겼다. tvN 방송 캡처 달리기를 하던 고해수는 홍태라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리 질렀고 ‘전부 다 가짜였어. 우리 아빠 죽여놓고 뻔뻔하게 내 옆에 접근해서 날 속이고 위하는 척 연기한 거야’라고 분노했다. 홍태라는 장금모가 기억이 없어진 자신이 왜 필요했을지 고민했고 표지우(김시우)와 대화하는 사이 창문에 무언가 날아와 깨져버렸다. 밖으로 나온 홍태라는 꽃밭을 밀어버리는 고해수를 발견했다. 고해수는 “미안. 내가 돌멩이를 치운다는 게 잘못해서 그쪽으로 던져버렸어. 많이 놀랐어?”라고 물었다. 홍태라가 만들어준 꽃밭인데 뭐 하냐는 표재현에 그는 “갑자기 보기 싫어져서. 너무 활짝 피어있잖아. 여기 어울리지 않게. 괜찮지 언니?”라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때 경비가 달려오자 고해수는 “오신 김에 여기 싹 다 밀어주세요. 꽃 한 송이도 남지 않게 말끔히”라고 말했고 홍태라는 무언가 느꼈다. 한편 tvN 주말드라마 ‘판도라 : 조작된 낙원’은 오후 9시 10분에 만나볼 수 있다.
주간경향(총 3 건 검색)
- [정태겸의 풍경](70) 경북 울릉도 현포-들판의 보랏빛 파도 ‘그림 같은 꽃밭’(2024. 07. 31 06:00)
- 2024. 07. 31 06:00 문화/과학
- 차를 몰아 경북 울릉도를 일주할 때였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산길로 올라 오르락내리락. 코너를 돌아서 나가던 중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넓은 들판에 보랏빛 파도가 일렁였다. 평평한 땅이 드문 울릉도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꽃밭이었다. 귀한 풍경에 차를 멈추었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평지가 드문 건 그래서다. 바위가 많고 척박하다. 야생화가 많고, 여름이면 나리꽃이 여기저기 만발하다. 이렇게 한 종류의 꽃을 무더기로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심지어 보랏빛이라니. 한쪽에 누군가 꽃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 버들마편초. 본 이름은 숙근버베나라고 부르는 남미 원산의 식물이다. 사진을 찍고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다른 버베나에 비해 이 종은 키가 크고 줄기가 꼿꼿해 비바람에도 쉬이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 많은 울릉도에는 안성맞춤이다. 울릉어선안전국 현포중계소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면적은 3967㎡(약 1200평). 울릉군은 2022년 텅 빈 이 땅에 버들마편초를 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꽃으로 가득 채워졌다. 저쪽으로는 진청색 바다가 일렁이고, 육지의 이쪽은 자줏빛으로 물든 절경이라니. 울릉도여서 볼 수 있는, 섬이 주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 정태겸의 풍경
- [특집| 기차여행]하늘 세 평 꽃밭 세 평 추억은 삼천 평(2013. 09. 17 16:10)
- 2013. 09. 17 16:10 문화/과학
- ㆍ추석연휴 백두대간협곡열차 타고 힐링 여행 떠나요 S-train, V-train, O-train…. 요즘 철도 여행이 힐링 여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차로는가보기 힘든 추억 속의 시골 간이역, 고향의 느낌을 주는 한적한 시골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철도여행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 저자이자 코레일 명예기자인 박준규씨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체험기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철도여행 상품을 소개한다. 박준규씨와 함께 철도 여행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함께 느껴보아도 좋을 것이다. V-train에서 바라본 풍경 올해 4월 나오자마자 지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한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는 창밖으로 첩첩산중 물길을 따라 졸졸졸 노래하듯 산과 협곡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맑은 공기와 상쾌한 냄새, 시골 오지 간이역까지 오감만족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힐링(Healing)열차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부터 V-train으로 행복여행을 떠나보자. V-train은 분천역·철암역에서 탈 수 있으며, 여기까지 버스로 가려면 복잡하지만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를 이용하면 손쉽게 갈 수 있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O-train을 이용하면 제천역에서 내려 다른 O-train으로 환승하면 되고, 수원역이나 천안역에서 O-train을 타면 분천역까지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하다.(단, 수원/천안 O-train은 월·화요일은 운행하지 않음) 분천역까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을 읽으며 기차여행 정보를 얻고, 카페실에서 군것질을 하는 재미에 푹 빠지고, 좌석마다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도 마음껏 이용하다 보면 생각보다 심심하지는 않다. 분천역 탐구생활(11:51~14:00) 분천역은 단군 이래 엄청난 변화를 겪은 기차역이다. 예전에는 열차가 정차해도 타고내리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지만, 지금은 V-train의 출발역이 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요충지가 됐다. 여행 편의를 위해 마을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 특산품 판매소가 생기면서 떠났던 마을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휴식개념의 편안한 트레킹 코스가 개발됐다. 매년 5월에는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 기념 자매결연으로 분천역 옆에 스위스 빙하특급의 출발역인 체르마트역이 설치된다. 한국과 스위스의 문화가 접목된 이색적인 포토존은 생기 넘치는 마을로 변신한 분천역의 오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V-train을 타기까지 먹거리 장터에서 산채비빔밥, 도토리묵, 파전, 동동주 등 간단한 식사를 하고, 체르마트역, 호랑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2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V-train 분천역 출발(14:00) 오늘의 하이라이트, V-train으로 추억여행을 떠날 시간이다. 하얀색에 검은색 얼룩무늬 기관차와 진한 붉은색의 객차는 유럽에서나 보았던 고급열차를 연상시킨다. 열차를 타면 비둘기호에서 보았던 딱딱한 의자, 선풍기, 목탄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른들은 옛 완행열차의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관찰하며 “아빠 이건 뭐야?” “왜 이렇게 생겼어?” “우리 어디까지 가는 거야?” 물어보기 바쁘다. ‘빵’ 하는 경쾌한 경적소리를 내며 분천역을 출발한다. 일반열차 같으면 휙 달릴 텐데 V-train은 시속 30㎞로 천천히 미끄러진다. KTX의 10 분의 1 속도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느린 열차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도시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두메산골 아름다운 경치를 조금이라도 더 여유롭게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V-train 즐기기① 분천(14:00)→비동임시승강장→양원(14:12) 분천역에서 시골풍경을 보여주는 것도 잠시, 곧바로 사람 하나 없는 산 사이로 지나간다. 열차가 긴 철교를 따라 꺾어질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행여나 개천에 떨어질까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잠시 비동 임시승강장에 멈춘다. 여기에서 내리면 체르마트길이라 하여 비동~양원역간 2.2㎞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철교를 건너 언덕을 넘고 냇가를 따라 양원역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니, 조용히 자연과 친구가 되어 걷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안내판 및 나무에 예쁜 길 표시 리본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역사에 선 V-train. V-train이 비동역에서 출발하자마자 잠깐 터널을 통과하는데, 고개를 들면 천장에 설치된 야광스티커가 반짝반짝 빛나며 소우주가 펼쳐친다. 찰나의 시간까지 배려를 해준 센스가 돋보인다. 비동~양원구간은 3분여 짧은 운행시간이지만 앉아 있기보다는 오른쪽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V-train 최고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유일의 오픈형 객차, 다시 말해 창문을 열 수 있는 열차다. 창문을 열어 상쾌한 공기를 들이키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양원역에 도착하기 전 철교를 건널 때 맨 뒤칸에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열차가 크게 휘어지며 냇가를 건너는 협곡열차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즐길 수 있다. V-train 즐기기② 시골간이역 양원역(14:12-22) 열차가 양원역에서 10분간 머무르니, 잠시 내려서 시골간이역의 정취를 느껴본다. 승강장 앞에 개집같이 생긴 조그마한 건물이 역이며, 흥미로운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양원역은 봉화군 소천면 원곡마을에 위치하고 있는데, 강을 사이로 동쪽은 울진군, 서쪽은 봉화군이 서로 경계하고 있다. 울진 원곡과 봉화 원곡의 양쪽 ‘원곡’이라는 뜻으로 양원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마을 앞에 기차가 지나갔지만 열차가 서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기차를 타려면 승부역까지 5㎞를 넘게 걸어야 했다. 철도청에 양원에도 정차를 시켜달라고 꾸준히 민원을 냈다. 1988년 4월 마침내 기차가 정차를 하게 되자 주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승강장과 안내판, 대합실, 역사까지 직접 만들었다.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라고 할 수 있다. 작지만 V-train 말고도 일반열차가 왕복 1회 정차하기에 원곡마을과 세상이 서로 통하는 소중한 기차역이다. 시간상 멀리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승강장, 벤치, 나무안내판, 철길, 간이화장실(실제 화장실이 아닌 포토존으로 이용함)을 배경으로 아니면, 친절한 승무원에게 “사진 좀 같이 찍으면 안될까요?”라고 용기 내어 말하면 포즈를 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V자를 그리며 인증샷을 찍는 즐거움이 있다. 역 옆에 마을사람들이 직접 준비한 막걸리와 파전으로 요기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V-train 즐기기③ 양원(14:22)→승부(14:30) 양원역을 출발할 때에는 맨 뒤 전망칸을 이용해보자. 오른쪽으로 강을 따라 달리다가 철교를 건너면 강이 왼쪽에 위치하는 등 계속 풍경이 바뀌는데, 철길 역시 직선으로 때로는 곡선으로 형태가 바뀌지만 분명한 것은 끊임없이 이어져 있으니, 마치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는 듯하다. 승부역 도착 직전 어둠 속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빛이 보일 때에는 삶의 어려움을 겪어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인간승리 정신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V-train 즐기기④ 첩첩산중 오지역 승부역(14:30-35)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기념석의 문구처럼 시골간이역이지만, 1955년 12월 31일 개통된 영암선(영주~철암 87㎞)의 중심역이기도 하다. 버스를 타려면 10㎞ 넘게 석포까지 이동해야 하기에 승부역도 양원역처럼 마을사람들에게 있어 소중한 보물이나 다름없다. 승부역에도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데, 승강장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는 오늘도 변함없이 승부역을 지키고 있다. 따가운 햇볕에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에는 멋진 단풍나무로 변신하고, 겨울에는 멋진 눈꽃이 피는 자연 포토존으로 변신하는 카멜레온 같은 친구이다. 그 외에 인력, 궤도재료, 보선작업용 공구를 운반하기 위해 사용된 장비인 핸드카(Hand Car), 승부역 기념석, 연인이 함께 하는 사랑의 자물쇠, 소원을 말하면 들어준다는 용관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것을 거부한다면, 기관차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기백호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면 잘 나오는 것은 물론, 얼마든지 재미있는 연출도 가능하다. V-train 즐기기⑤ 승부(14:35)→철암(15:01) 승부역을 출발하면 다시 경치를 감상하다가 석포역을 지나자마자 60㎞/h의 정상속도로 달린다. 색다른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른바 ‘협곡열차 승무원과 함께 하는 기념사진 촬영하기’인데, 승무원 모자와 제복을 입고 V-train 이름, 사진, 오늘 날짜가 적힌 기념판을 들고 사진을 찍는 행사다. 마음에 드는 승무원하고 같이 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또한 조그마한 관광열차라고 우습게 말할 게 아니다. 입이 심심할 때 손이 가는 먹거리가 없으면 기차가 아니라는 말 그대로 미니매점도 마련되어 있으니, 군것질의 매력에 푹 빠지다보면 금방 철암역에 도착한다. 철암역 탐구생활(15:01-17:35)-삼방동 벽화마을, 구문소,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2시간이 넘게 남는데 그냥 대합실에 앉아있는 것보다 이왕 여행하는 거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하거나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근대문화유산 탐방은 주위를 천천히 걸어다니는데, 철암역 미술갤러리,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제21호로 지정된 역두선탄장, 삼방동 폐탄광촌 등을 볼 만하다. 석탄산업의 발전으로 1970~80년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가 사람들이 떠나고 낙후되었던 암흑기, 그리고 V-train으로 새롭게 태어난 마을에서 탄광촌의 애환과 추억, 동심을 스토리텔링 벽화로 재현해 시대의 변화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역 앞 광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2시간에 1만2000원(유류비 별도)으로 렌터카와 달리 짧은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어 비용부담이 덜하다. 가까운 여행지로는 고생대에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긴 높이 20~30m, 넓이 30m의 구문소(강물이 산을 뚫고 지나가는 기이한 형상 관찰지)와 38억년 전 지구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선캄브리아,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누어 사라지고 진화한 생물을 체계적으로 전시해 놓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대표적이다. O-train 철암 17:35→청량리 21:45/서울 22:05 O-train 철암 17:11→천안 21:42/수원 22:14 열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휴식을 취하거나 까먹기 전에 V-train과의 추억을 수첩에 차근차근 메모하면 서울 도착은 금방이다. V-train은 그림 같은 경치, 친절한 승무원, 시골간이역 정차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듯하다. 한 번쯤은 경험해봐야 할 대한민국 대표 기차여행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글·사진|박준규 pcfixman@hanmail.net
- 특집
- [길에서 만난 사람]꽃밭으로 변한 수도권 매립지 드림파크(2012. 06. 05 18:25)
- 2012. 06. 05 18:25 문화/과학
- 버려진 더미 위로 다시 꽃들이 피어나고, 꽃무지 사잇길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웃음이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꿈의 공원은 스스로 치유되길 바라는 자연 스스로의 치유와 회복성을 기대하는 미래지향의 꿈이다. 수도권 매립지의 야생화 꽃밭에서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동쪽 끝, 축구장 면적의 120배에 달하는 터가 커다란 꽃밭으로 변했다. 활짝 핀 봄꽃 66만 송이는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작약꽃이 만발하고, 마음까지도 노랗게 물들일 만큼 넓은 유채꽃밭에서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활짝 꽃처럼 미소 짓는다. 꽃밭 사잇길로 유모차를 앞세운 젊은 부모와 양산을 든 탐방객들이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발길이 한층 한가하고 여유롭다. 지난 가을에는 멋진 억새들이 바람에 머릿결을 풀어헤치던 그 언덕에도 꽃들이 반짝인다. 세쌍둥이 아빠 이중효씨(인천 서구)가 그의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 “아내가 꽃구경을 가자고 해서 나왔습니다. 유모차 2대에 아이 셋을 태우고 다니니 여간 힘이 부치는 게 아닙니다. 땀이 나긴 하지만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나오니 행복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이곳을 ‘드림파크’라 부른다. 드림파크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자연환경의 생태적 복원을 지향한다. 버려진 대지에 다시 피어나는 생명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체험학습을 나온 심흥씨(인천 서구 당하동) 역시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공원이어서 일부러 짬을 내 가족과 함께 찾았다. “아들 재엽이랑 가끔 수도권 매립지에서 운영하는 부대시설인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비교적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여서 해마다 개방시기에 맞추어 찾아오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미 익숙하게 이곳을 꿈의 공원, 드림파크라 부른다. 이미 이곳 생태공원에서 동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물과 숲을 이룬 나무들, 꽃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곳이 고향입니다. 매립지가 들어서기 전후로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스스로 치유되는 자연성의 회복이 놀랍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예전에 이곳이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곳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곳에 나무와 꽃들이 자라고,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발밑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고 상상하지 못합니다.” 드림파크의 꿈은 생태환경의 미래지향적 회복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매립지 자체의 활용성을 확대해 공공의 시민 여가 및 스포츠 등 문화 활용공간으로의 점진적인 변화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환경생태공원의 조성이다. 환경생태공원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쓰레기 매립지를 생활 속의 일상적인 공간으로서 재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① 세쌍둥이 아빠 이중효씨(인천 서구)가 그의 아내와 함께 수도권 매립지 나들이를 나왔다.② 수도권 매립지에 생태체험을 나온 아이들.③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겸 체험학습을 나온 심흥씨(인천 서구 당하동)는 매립지 개방시기에 맞춰 이곳을 자주 찾는다. 쓰레기 매립지는 테마가 있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연탄재 야적장이었던 곳은 승마장, 수영장, 야생초 화원 등이 있는 ‘녹색바이오단지’로 탈바꿈 중이다. 대중골프장, 주민체육시설 등이 들어서는 체육공원은 제1매립장이었다. 수목원, 화훼원 등이 들어서 있는 환경이벤트 단지는 원래 제2매립장이었고, 바이오에너지타운과 폐자원에너지타운 등 환경에너지단지는 제3매립장이 탈바꿈한 곳이다. 제4매립장을 수변레저단지로 만들어 안암호와 자연관찰지역이 들어섰다. 수도권 매립지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녹색의 땅으로 변화되면서 환경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립지는 426만 그루의 나무가 있는 휴식처다. 소나무, 자작나무, 느티나무 등 교목 19만 그루가 이용객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산수유, 왕벚나무 등 묘목이 161만 그루 심어져 있고,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개나리·자산홍·해당화·눈향 등의 관목이 264만 그루나 자리잡고 있다. 악취로 진동했던 쓰레기 매립지는 환경 복원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환경생태공원이자, 주민이 언제나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고라니, 꿩, 뱀 등 야생동물에 주의하세요 몇 년 사이 생태공원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생태공원에는 동식물 개체수가 늘어가고 있다. 인적이 뜸한 숲길에서는 고라니, 꿩, 뱀 등이 간혹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드림파크는 연중 봄(5월 말~6월 초)과 가을(10월 초) 시민에게 숲을 개방하고 있다. 개방된 곳은 공원을 중심으로 계절꽃이 무리를 이루어 활짝 피어 있고 또 호수 주변으로 수생식물원 등 테마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60만 송이의 봄꽃이 피어난 곳에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기다려 이곳을 찾아온 탐방객들은 꽃구경을 하거나, 생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휴식을 취한다. 조용한 가운데 여유롭게 꽃을 감상하는 모습이다.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조성했다. 수도권 매립지는 2014년 전면 개방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6월 10일까지 개방된다. 도시락을 싸올 경우 꽃밭과 정원 등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야생초화원, 자연학습관찰지구, 습지관찰지구, 억새원, 자연생태연못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36개 테마에 약 300종의 식물 66만본이 심어져 있다. 10년 가까이 연탄재가 매립됐던 곳에 이제 향긋한 꽃내음이 가득하다. 꽃밭으로 변신한 매립지는 나들이 명소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장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라면 가벼운 걸음으로 나서도 좋을 듯하다. 글·사진|이강 leeghang@tistory.com
- 길에서 만난 사람
레이디경향(총 5 건 검색)
- 향긋한 봄내음과 함께 찾아온 도심 속 꽃밭
- 2023. 03. 13 09:55 리빙
- 스타필드 안성 ‘파머스 마켓’ 전경. 생기 가득한 봄꽃으로 수 놓인 도심 속 ‘스프링 가든’이 문을 연다.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는 본격적인 노마스크 시대를 맞아 향긋한 꽃내음을 맡을 수 있는 ‘플라워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스타필드 안성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은 꽃 정기구독 브랜드 ‘꾸까’와 함께 유러피언 감성의 재래식 꽃 시장을 모티브로 했다. 국내외 화훼 농가에서 직접 공수한 싱싱한 제철 꽃을 준비해 가볍게 들려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꽃을 구매할 수 있다. 유럽의 꽃 시장에 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포토존에서 감성 사진도 잊지 말 것. 23일까지 진행된다. 스타필드 고양 1층 고메 스트리트 앞에서는 싱그러운 생화가 가득한 ‘프레시 가든 플라워 마켓’이 열린다. 화사한 봄꽃은 물론 공기정화 식물과 다양한 화분이 준비돼 있어 꽃송이가 피어나는 활기찬 플랜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제격이다. 마켓과 함께 화분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화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체험 이벤트도 마련됐다. 15일까지. 스타필드 하남에서는 16일부터 29일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핑크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사춘기’와 협업해 완성된 공간은 센트럴 아트리움 미디어 타워 앞을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특히 사람 키보다 큰 자이언트 플라워, 몽실몽실한 구름나무로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매일 선착순 50명에게 매뉴팩트 아메리카노 이용권을 증정한다.
- [‘트로트 엑스’ 화제의 3인방]① 30년 무명 가수 나미애의 꽃밭
- 2014. 07. 08 19:07 연예
- 저마다의 사연은 달랐지만 트로트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이들이 한 무대에서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흥겨움을 전하는 자리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애절함을 담아내는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에 트로트 새 바람을 일으킨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트로트 엑스’.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나미애 역시 ‘떨림’이 있고 ‘꺾임’이 있는 트로트의 한 자락처럼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다. 오직 음악이 전부였던 지난 30년. 그녀가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건 인고의 시간 속에서도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대 위의 전사 작고 아담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 속에 배어 있는 애절함. 첫 무대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불렀을 때부터 나미애씨(50)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1명이었다. 심사위원이던 태진아의 표현처럼 ‘이토록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왜 그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매회 그녀는 보석처럼 빛났다. 여기에 30년 무명의 설움을 딛고 마침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축하 연락이 많이 와요. 그렇지만 달라진 건 없어요. 어제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이 다르지 않듯 저는 예전 그대로의 저인걸요. 트로트를 더 열심히 알리라고 큰 상을 주신 것 같아요. 오히려 방송 후 책임감과 함께 겸손함이 생겼어요. 말이나 행동도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대선배들이나 톱스타들은 이런 불편함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무명이었을 땐 나름의 편안함이 있었는데(웃음)….” 사실 그녀는 이미 7집 앨범까지 낸 어엿한 중견 가수다. 그렇지만 혹여 ‘저러니까 30년 동안 무명이었겠지’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프로그램 오디션을 앞두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녀의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TV에 나오는 딸의 모습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한마디였다. “‘이번이 마지막 무대야’라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어요. 긴장감을 털어내기 위해 ‘우와, 나를 위해 이렇게 멋진 무대를 세운 거야?’라고 최면도 걸어봤죠. 그런데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예요. 바로 그때 ‘객석에서 엄마가 듣고 계시잖아. 그럼 됐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사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노래를 불렀죠. 그러다 마침내 엑스 월이 오르는 걸 보면서 그동안 쌓여온 응어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하마터면 노래를 끝까지 못 부를 뻔했어요.”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쟁자였던 벤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하면서 탈락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방송을 통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결 당일, 그녀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벤은 배울 점이 참 많은 친구예요. 실력도 잘 정돈돼 있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내가 저 나이 때 저 정도로 노래를 했던가’ 하고 여러 번 질문해봤는데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요(웃음). 연습하면서 ‘승패를 떠나 온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자’라고 말했어요. ‘꽃밭에서’를 나눠 부르며 역동적으로 표현해보자고 했죠.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 거예요. 결국 엔딩을 제외한 클라이맥스 부분은 벤에게 양보했어요.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아쉬웠어요.” 구사일생으로 심사위원들에게 ‘파이널 배틀 진출권’ 카드를 받고 다음 단계에 진출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박자, 음정 안 틀린다고 잘 부르는 게 아니에요. 저는 매 순간 진정성을 담아 노래를 불렀어요. 거짓 없이 불러야 듣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나이가 되니까, 감히 인생을 조금은 알겠어요. 또 트로트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도….” 나를 버티게 한 힘, 어머니 스무 살 때 지인을 따라 녹음실에 갔다가 작곡가 이호섭을 만나게 됐다. 어릴 적부터 가수를 꿈꿨지만 가정 형편 탓에 선뜻 나서지 못한 그녀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였다. 일찌감치 실력을 알아본 스승은 기본이 되는 발성부터 가르쳤다. 날마다 반복되는 연습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즐거움이 더 컸다. “녹음실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했어요. 그렇지만 토큰도 없고…. 1시간 노래 수업을 위해 몇 시간씩 걸어야 했죠. 한여름이었는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강행군을 하다 보니 나중엔 별이 다 보이더라고요(웃음).” 중풍으로 누워 계신 아버지와 이미 자신들의 가정을 꾸린 언니들. 그녀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알음알음으로 한 캬바레 무대에 오르게 됐고, 그것이 트로트 가수로서의 첫 내딛음이었다. “그 뒤로 별별 고비를 다 겪었어요. 방송 출연시켜준다는 말에 몇 달간 모은 돈을 갖다 줬는데 나 몰라라 하고, 돈이 좀 들어오나 싶었는데 대표가 잠적해버리고…. ‘산 넘어 산’ 인생이었죠. 그렇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더 독하게 노래에 빠지게 됐어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 행복해했어요.” 오로지 트로트만 고집하던 그녀는 미사리에 있는 라이브 카페에서 일하며 다른 장르의 음악도 섭렵하기 시작했다. 신청곡 위주로 선곡하다 보니 초반에는 고충도 많았다고. “발라드 곡을 불러도, 댄스 곡을 불러도 ‘뽕끼’가 있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죽어라 연습했어요. 몇 천 번씩 같은 곡을 반복해 불렀죠. 나중엔 민요까지(웃음).” 기회가 줄어드는 무대와 달리 날마다 늘어나는 빚.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걸려오는 독촉 전화. 희망이라는 빛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 번. 그때마다 그녀를 버티게 한 힘은 어머니였다. “저는 친구가 없어요. 음악을 하면서 먹고살기도 바빴기 때문에 친구를 만날 여유가 없었어요.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풀었죠.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는 늘 제게 ‘사람이 이렇게만 살라는 법은 없다’라며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힘을 주셨어요. 이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결혼하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는걸요. 제가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아시니까….” 여전히 그녀의 삶은 팍팍하다. 상금으로도 다 갚지 못하는 빚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자신처럼, 혹은 자신보다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제 기사에 공통적으로 달린 댓글이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이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여기까지 외길 인생을 걸어온 제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셨대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나미애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30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앞으로 더 활짝 피어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이번 프로그램 참가를 계기로 침체된 트로트가 부활돼서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요. 좌절의 늪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성구 ■사진 제공 / CJ E&M ■장소 협찬 / 에반스 빌(070-7636-3872)>
- [동네 이야기]도심 속 꽃밭 양재동 꽃시장
- 2008. 10. 20 재테크
-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 살다 보면 언제 마지막으로 흙을 밟았는지, 꽃향기를 맡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저 멀리 자연 속으로 길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양재동에 가보자. 10월, 양재동 꽃시장에는 국화 향이 가득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정식 명칭 : 농수산물 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계절을 잊은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화려하게 꽃을 피운 선인장과 5월의 여왕 장미, 꼿꼿이 봉오리를 세운 서양 난과 각종 허브, 과일나무까지 양재 꽃시장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식물원이다. 서울에 이처럼 꽃향기 가득한 곳이 있을까? 때문에 이곳은 언제나 아이와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집 좀 꾸밀 줄 안다는 살림꾼들로 붐빈다. 물론 카메라를 목에 걸고 데이트 나온 연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양재동 꽃시장은 6만6,000㎡의 부지에 입주업체 406개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꽃시장이다. 꽃 경매장과 꽃 도매 시장, 화분에 담긴 나무와 꽃을 파는 분화 온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가정용 꽃보다 경조사나 행사용 꽃이 월등히 많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조경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정기적으로 꽃시장을 찾는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다. 6백여 종에 달하는 꽃들이 시중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팔려 나간다. 장미와 튤립은 한 단(10송이)에 5천원, 프리지어나 목련 등은 4천~5천원 선이며 한 뿌리가 심어진 작은 화분 하나는 2천~3천원이면 살 수 있다. 가을을 맞아 더욱 인기가 높아진 국화 화분은 한 개에 2천원 정도다. 1만5천원 정도면 집 안을 화사하게 꾸밀 화분 서너 개를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 방에는 알록달록 작은 꽃이 달린 카랑코에를, 어르신 방에는 색이 화려한 베고니아나 시클라멘을, 신혼부부 방에는 향이 진한 붉은 장미를 두는 것이 좋다고 현지 상인이 귀띔한다. 이곳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화분에 담긴 꽃을 파는 분화 매장과 꽃꽂이용 꽃을 파는 생화 매장, 바구니나 소품 등 화훼 관련 액세서리를 파는 화훼 자재용품 매장, 선물용 꽃바구니를 파는 화환 매장이다. 화환 매장은 꽃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매동에 함께 있는데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새벽 1시께 열리는 꽃 경매도 꽃향기 가득한 새벽을 즐길 수 있는 이색 구경거리다. 분화 매장과 화환 매장은 아침에 문을 열어 오후 8시까지 영업하지만 생화 매장은 경매가 시작되는 새벽 1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 정도면 파장이다. 오전 10시나 11시 정도에 가면 신선한 꽃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1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양재동 꽃시장은 더없이 좋은 나들이 장소다. 대부분 한번 올 때마다 가슴에 한가득 꽃을 안고 돌아간다. 2 대부분의 꽃이 하우스에서 자라기 때문에 특별히 계절을 타거나 하지는 않지만 역시 생화 매장에는 소국이 제철이다. 3 분화 매장에서 만난 천일홍. 대부분 이름표를 꽂아 이름과 가격을 표시한다. 4 분화 매장의 금귤 나무. 5 생화 매장에 가지런히 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소국. 신문지에 싸서 준다.양재동 꽃시장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성남 방면)로 나와 성남·과천 방향으로 버스 승차 후 양재동 꽃시장에서 내리면 된다. 간선버스는 140, 470, 471, 407, 462번, 지선버스 4312, 4424, 4432, 4422번을 이용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꽃시장의 주차비는 한 시간에 1천원이다.■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 동네 이야기
- ‘꽃밭에서’ 이후 30년 가수 정훈희
- 2008. 02. 15 연예
- 누가 오래된 노래를 촌스럽다고 하는가 좋은 노래는 늙지 않는다. 2008년 겨울 정훈희 를 다시 들었고 이 고운 노래가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왕년의 정훈희’는 없다 누군가는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7080’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지만 정작 그 시대의 가수들은 새로움을 노래하지 않는다고. 추억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모두 ‘왕년’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자극하는 것은 추억이고, ‘왕년’에 머무는 가수도 있다. 과거의 영광이 짙을수록 깊이 빠질 수 있는 달콤한 함정이다. “나는 ‘왕년의 누구’라는 말, 하지 말라고 해요. 아직 여전히 노래하고 있는데 무슨 왕년이에요.” ‘열린음악회’나 ‘가요무대’에서 노래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간간이 다른 가수의 앨범에 수록된 그의 노래가 더 반가웠다. 진행형의 정훈희를 만날 수 있었다. 윤상 4집에서 정훈희는 ‘소월에게 묻기를’을 불렀다.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는 아니다. 타이틀곡은 ‘이사’였다. 그러나 윤상의 앨범을 통째로 감상한 사람들은 정훈희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다. 20대나 50대나 마찬가지다. 작곡가 이영훈씨의 노래를 묶은 컴필레이션 앨범 ‘옛사랑 1집’에서는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다시 불렀다. 담담한 멜로디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나 이제 후회 없다’고 담담하게 노래할 줄 아는 가수가 필요했다. 사랑도, 아픔도 알고 있는 가수가 회상하듯 불러야 했다. 정훈희는 세 번 부르고 녹음을 마쳤다. 정훈희는 슬픈 노래를 불러도 울지 않는다. 한(恨)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내 목소리에는 색깔이 없다’고 말한다. 심수봉처럼 절절한 목소리도 아니다. “나는 심수봉씨, 김수희씨 노래를 들을 때 한국적인 것을 느껴요. 어떤 한(恨) 같은 그런 것. 저는 색이 없어요. 그냥 자금자금 부르는 가수니까(웃음).” 정훈희의 조카인 가수 제이(J)의 최근 앨범에는 함께 부른 ‘8318’을 수록했다. 지난 2000년 발매된 제이 2집에 수록된 곡이다. 제이의 알앤비(R&B)를 정훈희가 불렀지만, 그렇다고 정훈희가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선명하게 들리는 가사, 넘치지 않는 감정으로 노래하는 이별은 그래서 더 슬프다. ‘자금자금 부른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사랑과 이별을 녹여낸 그의 보컬은 절절한 노랫말을 일상으로 초대한다. “가수는 그런 것 같아. 처음에 노래할 때는 아주 매력적이었던 오늘의 포인트가 내일은 단점이 될 수 있거든요. 잘 ‘우는’ 가수가 있다고 해요. 그러면 1절을 부르면서도 딱 한 소절만 울어야지. 장점이 있으면 딱 한 번만 써야 하는데 요즘은 작곡가도 울어라 제작자도 울어라 하니까 그 테크닉을 얼마나 썼는지 잊는 것 같아요(웃음).” TV에는 잘 우는 가수들이 널렸다. 남자고 여자고 흐느낀다. ‘소몰이 창법’은 우스개가 됐다. 가수는 노래하는 내내 울지만, 듣는 사람은 울지 않는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둘 중에 한 명이 병에 걸리거나 조폭과 싸우다 죽는 ‘슬픈’ 뮤직비디오도 소용없다. “가수 목소리도, 스타일이 유행하면 다 그 스타일로 가죠. 그래서 요즘 엔지니어들이 힘들어해요. 하루 종일 믹싱하면서 우는 소리 듣고 있으니까(웃음).” 지금 정훈희는 20년 만의 독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30년 만의 독집이고, 20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김현철, 유영석 등 젊은 작곡가들이 힘을 보탠다. “항상 노래하면서, 나는 급한 것 없었어요” 노래하지 않아도, 정훈희의 말투에는 드라마틱한 음률이 있다. 흐느끼지 않아도, 그 큰 눈에는 발화하는 단어가 담고 있는 만큼의 감정이 실린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처럼 붉어지던 눈은 다음 순간 웃음이 됐다. 맑은 고음의 웃음소리가 짐작케 하는 낙천성. “내 노래는 한 맺힌 소리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55세 여자의 담담함. 정훈희는 어렸을 때부터 땅을 치고 우는 한국 영화의 주인공이 싫었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 따라서 극장에 가잖아요. 그러면 한국 영화는 막 땅을 치면서 울어요. 모든 영화배우들이 슬픈 장면에서는 땅을 치고 울었어요. 외국 영화는 소리 없이 울었어요. 눈물 없이. 그리고 엄마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파티’ 하면 막걸리 잡숫고 바닥에 퍼져서 우는 거, 난 그게 제일 보기 싫었어요(웃음).” 어린 정훈희는 ‘난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한(恨) 같은 것은 안 품을 거야’라고 결심했다. 노트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구절을 썼다. “항상 그랬어요. 나는 교회 다니면서 성경 구절은 몰라도 그 말은 삶의 모토가 됐어요. 지금도 울면 소리를 안 내요. 코를 훌쩍거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우는지도 잘 몰라요.”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던 지난 몇 년도 그렇게 살았다. 부산에는 카페 ‘정훈희와 김태화의 꽃밭에서’가 있다. 카페의 발코니는 바다와 닿아 있다. 대한(26)과 민국(21) 두 아들을 키우며 남편 김태화(59)와 함께였다. “나는 급한 것 없었어요. 발코니에서 노래하면서. 뒤에는 하늘도 있고, 바다도 있고. 비가 부슬부슬 오면 태화씨랑 노래하고. 그런 맛에 또 몇 년이 지나가고. 우리 둘이 그런 얘기했어요. 태화씨나 나나, 언제 노래 불러도 무대에 서면 정훈희니까, 김태화니까. 나 같은 목소리도 없고 그런 노래도 없고.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니까 언제든 노래하면 돼. 그런 마음이었어요.” 지난 2001년에는 조카 제이와 그룹 히식스 멤버였던 오빠 정희택씨, 그리고 두 아들도 참여한 앨범 ‘행가(幸家)’를 만들었다. 정희택씨의 음악 생활 30년을 기념하고, 1970년대를 풍미했던 그의 가족들이 함께한 최초의 음반이었다. “이 앨범을 윤상씨가 듣고 ‘한 곡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던 거죠. 그리고 윤상씨 곡을 들은 윤종신씨가 ‘저도 한 곡’ 하고 나섰고(웃음). ‘정훈희라는 가수가 이런 노래를 이렇게 하는 구나’하고 알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최초의 기억은 지난 1989년, 남편 김태화씨와 ‘우리는 하나’를 부르던 모습이었다. ‘우리 남편은 청바지만 입는다’며 웃는 모습은 오늘과 다르지 않았다. 일산 라페스타에서 오픈 준비 중인 라이브 카페에는 김태화씨도 있었다. 청바지를 입고, 야구 모자를 눌러 쓴 그는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1978년 ‘꽃밭에서’ 이후 30년을 술회하는 정훈희의 목소리는 노래처럼 담담했지만 그 과정이 마냥 수월하지는 않았다. “1979년에 태화씨 만나서 연애하다가 ‘같이 살아볼까?’해서 3년 같이 살다가 애 하나 낳고. 혼인신고 하고 3년 더 살다가 결혼식 하고. 그렇게 살고 있었어요. 방송은 많이 안 했지만 항상 노래하면서(웃음).” 마흔 살 무렵에는 감당하기 힘든 허무가 찾아왔다. 이제는 여자로서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 7~8년이 지난 결혼생활도 삐거덕거렸다. ‘오늘 헤어질까 내일 헤어질까’를 고민했고 그냥 죽어버릴까 생각도 했다. “바싹 말랐었어요. 체중이 45kg 정도밖에 안 나갔으니까. 내 안에 사랑이 하나도 없었어요. 내가 나를 버렸던 거죠. 남편, 자식도 꼴 보기 싫었어요. 그러다 옛날에 주일학교에서 노래하던 생각이 나서, 종교를 갖고 다시 사랑을 찾았죠(웃음).” ‘우리는 하나’는 둘째 아이를 낳고, 40대 초반의 허무를 극복하고 부른 노래다. 결혼 10주년이 되던 해, 다시 남편의 눈을 바라보며 ‘당신을 사랑해요, 너무나’라고 노래할 수 있게 됐다. “나 굉장히 힘들었어요. ‘우리는 하나’ 나오기 전에. 그걸 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슬픔과 괴로움은 언제나 있죠. 하지만 거기 빠져서 지고 마는 게 아니라,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하나의 숙제일 뿐이니까요.”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만든 가수협회 지난 2005년부터는 가수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후배 간의 화합을 위해 중간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선후배 간의 교류가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가수는 다른 공연 분과에 비해 ‘개인 플레이’가 강할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40년간 연기자의 방송 출연료가 100% 이상 오르는 동안 가수들의 출연료는 10% 인상에 그치는 등 실질적인 복지 차원의 문제도 제기됐다. 협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정훈희가 전면에 나섰다.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려 후원금을 모았다. “많은 가수들이 가수협회를 만들자고 했지만 모이지 않았어요. 뿔뿔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하나가 되지 않았죠. 후배들한테 전화해서 설명했어요. ‘우리를 대변할 단체가 없다’고. 한 달 만에 1억 6천만원을 모았어요. 가수협회가 허가도 받기 전이라서 제 개인 통장이었는데도, 3백~5백만원씩 ‘팍팍.’ 저도 놀랐고, 사무실에서도 놀랐어요(웃음).” 수십 명의 가수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한 돈은 2억 정도. 가수협회는 지난 2007년 3월 29일에 사단법인이 됐다. 5백만원을 넣고 만든 정훈희의 통장은 이제 가수협회 최초의 ‘역사적인’ 통장이 됐다. “‘비’ 한 명이 콘서트를 하면 수만 명이 모이죠. 그렇게 가수는 ‘톱’ 한 명만 있으면 돼요. 하지만 연기자 두세 팀이 보이콧을 하면 드라마를 만들 수가 없죠. 가수는 그게 안 돼요. 그래서 뭉쳐야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 살 제가 깎아 먹고 있던 거였어요.” 오픈을 앞두고 있는 라이브 클럽도 신인 가수와 힘들게 살고 있는 가요계 선배들을 위한 무대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낮에는 1만~3만원 정도를 입장료 겸 커피값으로 받고 그날 수입은 무대에 섰던 가수들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식이다. 지난 1월 20일에는 ‘홍콩아가씨’를 부른 가수 금사향씨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봉사 활동 기금으로도 활용한다. “김태화씨가 음향에 욕심이 많아요. 지금 갖추고 있는 시스템도 한국에 두 대뿐인 거예요. 가수가 노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노래하고. 설 무대가 없는 친구들을 불러서 공연도 하고.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는 가수니까 노래만 하라’는 거죠. 그 돈은 좋은 데 쓰고요. 수익금으로는 기름 유출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태안을 도울 계획도 하고 있어요.”정훈희 최초의 기립박수 작곡가 이봉조씨가 ‘안개’를 선물한 것은 정훈희가 고 1 때였다. “가시나, 쪼깐한 게 건방지게 노래 잘하네”라는 이봉조 선생의 한마디는 유명하다. 이봉조·정훈희 콤비의 시작이었고, 히트곡이 쏟아졌다. 국제 가요제에서 상을 놓친 적이 없다. 도쿄국제가요제 가수상(1970년), 그리스가요제 인기상(1972년), 칠레국제가요제 3위(1975년) 등 각종 국제 가요제에서 한국의 음악성을 세계에 알렸다. 정훈희가 가수상을 수상한 70년 도쿄국제가요제에는 ‘댄싱퀸’의 스웨덴 그룹 아바(ABBA)도 참가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박수갈채 속에서만 살아왔을 것 같은 화려한 인생. 어려움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곱고 얇은 선.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기립박수는 국제가요제 수상과는 거리가 있다. 1977년, 군산에 있는 미(美) 공군부대에서 한 위문 공연이었다. 그 전에는 기립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클럽에서 노래할 때 관중들은 표현에 인색했다. 방법을 몰랐다. ‘오징어를 던지는 것’이 그나마의 환호였다. “‘언체인드 멜로디’를 불렀어요. 그냥 내 식대로 부른 거죠. 그리고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너무 당황했어요. 얼굴이 빨개져서 ‘땡큐’라고 말할 수밖에요. 군인들은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앉을 줄을 몰랐어요.” 그들은 정훈희를 몰랐지만, 감동을 표현할 줄 알았다. 당시 정훈희가 주로 섰던 무대의 관객들은 표현이 서툴렀다. ‘가수’를 천시하는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으면 기립박수를 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이름 없는 사람이 노래를 얼마나 잘하든 기립박수를 치지 않았어요. 노래보다는 사람이 먼저죠.” 선선하게 노래하는 정훈희의 목소리에 욕심은 읽히지 않는다. “가수 정훈희는 영원히, 죽을 때까지 노래하면서, 가수들 위해서 열심히 노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욕심을 비운 자리에는 고집과 자신감이 있다. ‘돈이 되니 트로트를 하자’는 숱한 제안을 물리치면서 ‘정훈희의 발라드’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보통 때는 트로트를 많이 흥얼거려요. 남편도 가만히 노래 듣고 있다가 ‘여보 너무 잘한다’며 칭찬하기도 하고(웃음). 하지만 좀 어렵다고 제 발라드를 버리는 건 노래하는 후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꽃밭에서’를 부를 때는 소녀의 마음이 된다. 그리고 그는 “이제 무대에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도, 이별도, 아이들 키우는 얘기도, 노래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삶과 세월은 공감을 담보한다. 정훈희의 노래는 정훈희만 할 수 있다는 명백한 진정성. 2월에는, 데뷔 40년의 질곡이 묻어나는 가수의 새 노래를 들을 수 있다. ■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민영주 ■장소 협찬 / 일산 라페스타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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