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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74) 경북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왕자 탯줄 묻어…태교 명소로 각광
[정태겸의 풍경](74) 경북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왕자 탯줄 묻어…태교 명소로 각광(2024. 10. 16 06:00)
2024. 10. 16 06:00 문화/과학
성주라는 동네는 참 낯설다. 참외 말고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나마 ‘언택트 성지’라는 수식어로,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도리어 좋은 여행지로 포장돼 알려진 편이다. 처음 경북 성주를 찾았을 때 내 느낌은 그랬다. ‘이런 곳을 왜 몰랐을까.’ 세종대왕이 자손의 탯줄을 모아서 태실을 만들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조선 왕조가 왕가의 탯줄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으며, 구태여 스스로 찾아보는 이도 없다. 세종대왕자 태실을 찾은 후 알게 된 것이 일제의 또 다른 만행이다. 조선의 왕가는 전국의 길지 중 길지를 골라 54기의 태실을 만들었는데, 이걸 일제가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에 한데 모아 버렸다는 것. 이제는 태봉산이니 태봉리 같은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세종대왕자 태실이 고스란히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게 반가운 건 그래서다. 선석사라는 사찰 곁, 태봉의 정상부에 태실은 자리하고 있다. 주차하고 조금만 걸으면 금방이다. 온종일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넓은 평지가 펼쳐져 있고, 여기에 19개의 태실이 조성돼 있다. 어느 곳을 봐도 주변이 훤히 내다보이는 위치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명당인 그곳. 따스한 볕이 목덜미를 어루만져 주기에 기분이 좋은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정태겸의 풍경](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2024. 10. 02 06:00)
2024. 10. 02 06:00 문화/과학
길가에는 어느덧 사과가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근처를 지날 때면 으레 들렀다 가게 되는 곳이 경북 영주의 부석사다. 소백산 끝자락 부석면에 앉은 부석사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있었다. 타들어 갈 것만 같은 태양은 누그러지고 짙게 물들어가던 초록의 빛깔도 조금씩 너그러운 색채를 갖춰가고 있었다. 여름의 꽃 백일홍(배롱나무)은 마지막 꽃잎을 산들산들 흩날렸다. 이 절의 이름인 부석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나타나는 무량수전 곁에 있는 바위가 바로 그 떠 있는 돌이라고 한다. 의상을 흠모했던 여인 선묘가 용이 되어 이 자리에 사찰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상을 도왔다는 이야기. 의상을 막아섰던 무뢰배들을 선묘가 커다란 돌을 띄워(부석) 물리쳤다는 고사가 깃든 절이 부석사다. 그래서일까. 절이 참 예쁘다. 영주에 내려올 때면 잊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는 이유다. 보물찾기하듯 모르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도 부석사의 매력이다. 안양루 아래 처마의 장식이 멀리서 보면 가부좌를 튼 수없이 많은 부처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게 그중 하나다. 안양루에 올라 부석사에서만 맞이하는 풍경을 본다. 소백산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움. 부처의 세상에 올라서일까. 언제 찾아와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태겸의 풍경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3) 경북 울릉군 독도의 돌돔- 바다 사막화 막는 ‘독도의 수호자’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3) 경북 울릉군 독도의 돌돔- 바다 사막화 막는 ‘독도의 수호자’(2024. 08. 28 06:00)
2024. 08. 28 06:00 문화/과학
2018년 8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관계자들과 함께 독도를 방문했다. 독도 최단거리 기점을 조사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서 돌돔 무리를 만났다. 한국에는 ‘돔’ 자 항렬의 물고기가 많다. 돔은 가시 지느러미를 의미하니 돔 자가 들어간 어류는 가시 지느러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중 참돔과 감성돔, 돌돔 등은 스쿠버다이버뿐 아니라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돌돔은 어릴 때는 주로 떠다니는 해조류인 ‘뜬말’ 아래에 붙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암초 그늘로 숨어들어 저서 생활을 한다. 양턱의 이빨이 단단한 데다 새의 부리처럼 생겨 딱딱한 소라나 성게 등을 깨어 먹을 수 있다. 특히 성게를 즐겨 먹기에 암초 틈 근처에 성게 껍질이 늘어져 있으면 근처에 돌돔이 살고 있으리라 추정해볼 수도 있다. 그래서 돌돔을 전문적으로 낚는 낚시꾼들은 말똥성게를 미끼로 사용한다. 돌돔은 어릴 때는 몸 전체에 뚜렷한 일곱 개의 검은색 가로줄이 있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희미하게 변해 은회색이 된다.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돌돔은 작은 몸에 있는 뚜렷한 검은색 가로줄무늬로 관상용 열대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름에 ‘돌’ 자가 붙은 내력은 주로 암초지대에 살기에 암초를 뜻하는 ‘돌’ 자가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육질이 돌처럼 단단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정태겸의 풍경](70) 경북 울릉도 현포-들판의 보랏빛 파도 ‘그림 같은 꽃밭’
[정태겸의 풍경](70) 경북 울릉도 현포-들판의 보랏빛 파도 ‘그림 같은 꽃밭’(2024. 07. 31 06:00)
2024. 07. 31 06:00 문화/과학
차를 몰아 경북 울릉도를 일주할 때였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산길로 올라 오르락내리락. 코너를 돌아서 나가던 중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넓은 들판에 보랏빛 파도가 일렁였다. 평평한 땅이 드문 울릉도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꽃밭이었다. 귀한 풍경에 차를 멈추었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평지가 드문 건 그래서다. 바위가 많고 척박하다. 야생화가 많고, 여름이면 나리꽃이 여기저기 만발하다. 이렇게 한 종류의 꽃을 무더기로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심지어 보랏빛이라니. 한쪽에 누군가 꽃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 버들마편초. 본 이름은 숙근버베나라고 부르는 남미 원산의 식물이다. 사진을 찍고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다른 버베나에 비해 이 종은 키가 크고 줄기가 꼿꼿해 비바람에도 쉬이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 많은 울릉도에는 안성맞춤이다. 울릉어선안전국 현포중계소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면적은 3967㎡(약 1200평). 울릉군은 2022년 텅 빈 이 땅에 버들마편초를 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꽃으로 가득 채워졌다. 저쪽으로는 진청색 바다가 일렁이고, 육지의 이쪽은 자줏빛으로 물든 절경이라니. 울릉도여서 볼 수 있는, 섬이 주는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66) 경북 울릉도 독도-처절하게 지켜온 동쪽 끝 우리 땅
[정태겸의 풍경](66) 경북 울릉도 독도-처절하게 지켜온 동쪽 끝 우리 땅(2024. 05. 15 06:00)
2024. 05. 15 06:00 문화/과학
정확히 네 번째다. 처음 독도행 배에 올랐던 게 2013년 여름이었다. 울릉도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잔잔하던 파도는 독도 인근에 이르자 꽤 출렁거렸고, 결국 상륙에 실패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도전했지만, 연달아 상륙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독도경비대를 위로 방문하는 팀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이 왔다. 울릉도를 거쳐 아침 일찍 배에 올랐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첫 입도에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독도경비대 숙소 옥상에 올라갈 기회까지 주어졌다. 가파른 해안절벽을 따라 놓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수많은 갈매기가 주변으로 날아다녔다. 경비대 건물 앞쪽 절벽 한쪽에 ‘한국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1952년 전쟁을 틈타 독도 점유를 노리던 일본에 맞서 울릉도 주민이 모여 독도의용수비대를 창설했고, 서도의 해식동굴에서 머물며 독도를 지켰다는 설명도 들었다. 그때 그들이 동도를 오가며 바위에 새긴 글자가 ‘한국령’이다. 동도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끝까지 올랐다. 맞은편으로 서도가 웅장한 모습을 오롯이 드러냈다. 한반도 동쪽 끝의 우리 땅. 처절하게 지켜온 그 땅의 모습이 찾아온 사람의 가슴에 ‘한국령’이라는 세 글자와 함께 각인돼 버렸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64) 경북 청도 운문사-바람은 목련을 흔들고, 북소리는 봄을 부르고
[정태겸의 풍경](64) 경북 청도 운문사-바람은 목련을 흔들고, 북소리는 봄을 부르고(2024. 04. 10 06:00)
2024. 04. 10 06:00 문화/과학
10여 년 만에 경북 청도 운문사를 찾았다. 생각보다 봄볕이 포근하고, 제법 따스한 날이었다. 숱하게 많은 사찰을 다녔는데, 운문사를 참 좋아한다. 이처럼 단정하고 잘 가꾼 정원이 돋보이는 곳은 드물다. 무엇보다 운문사의 새벽은 감동이다. 이 시대에 이처럼 간절한 소리가 전율이 일도록 하는 의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감동적이다. 오죽하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운문사의 새벽예불을 극찬했을까. 아직도 오래전의 그 새벽이 눈과 귀에 선하다. 운문사 경내를 돌아다닐 때 북소리가 울렸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저녁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스님 둘이 나란히 서서 번갈아 가며 북을 쳤다. 꽃을 좇아 절 안으로 들어와 있던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북을 울리는 현란한 몸동작에 빠져들었다. 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목련 가지를 흔들었다. 그제야 하얀 꽃의 존재가 드러났다. 북소리의 장단에 맞추듯 목련의 우아한 꽃잎이 살랑거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 이 봄날의 축제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하루가 저물기 전 햇살은 여전히 포근하고, 하루의 끝을 알리는 북소리는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시나브로 봄이다.
정태겸의 풍경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4)경북 울릉군-거대한 플랑크톤 노무라입깃해파리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4)경북 울릉군-거대한 플랑크톤 노무라입깃해파리(2024. 03. 06 06:00)
2024. 03. 06 06:00 문화/과학
플랑크톤(Plankton)은 어떤 특정한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지칭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약한 부유생물을 통칭한다. 플랑크톤이라는 용어는 1887년 독일의 동물학자인 헨젠(Christian Andreas Victor Hensen)이 처음 사용했는데 ‘떠다니다, 표류하다’, 또는 ‘목적 없이 헤매다, 방황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랑크토스’가 그 유래다. 크기는 촉수의 길이가 10m 이상에 이르는 해파리에서부터 수 마이크로미터(μm) 또는 그 이하인 원생동물까지 포함하므로 분포의 폭이 상당히 넓다. 대부분의 플랑크톤은 크기가 작지만, 개체 수는 아주 많다. 바닷물 1ℓ 안에 식물플랑크톤은 수천만 개체, 동물플랑크톤은 수백 마리까지 들어 있다. 이들은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해 다른 동물들을 생존할 수 있게 한다. 일반적으로 플랑크톤이라 하면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사는 곳에 따라 바다에 사는 해양플랑크톤과 민물에 사는 담수플랑크톤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해양플랑크톤은 먼바다에 사는 외양플랑크톤, 얕은 바다에 사는 연안플랑크톤, 기수역에 사는 기수플랑크톤으로 세분된다. 담수플랑크톤 역시 호수플랑크톤, 연못플랑크톤, 하천플랑크톤, 우물플랑크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사는 깊이에 따라서도 표층플랑크톤, 중층플랑크톤, 심층플랑크톤으로 구분되며, 햇빛이 충분한 곳에서 살아가는 양광성플랑크톤이 있다면, 햇빛이 약한 곳을 좋아하는 음광성플랑크톤도 있다. 그런데 이들과 달리 유생기 때만 물에 떠서 살아가는 일시플랑크톤도 있다. 바로 따개비, 성게, 불가사리와 같은 저서동물들의 알이다. 이들은 성체가 되고 나면 한 곳에 붙어서 살아야 하거나 움직임이 느리기에 평생 살아갈 곳을 찾기 위해 유생기 때 플랑크톤 형태로 떠다닌다. 여름에서 가을 사이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발견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모습이다. 해파리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플랑크톤으로 분류한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정태겸의 풍경](58)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청량산인’ 퇴계가 사랑한 가을 산
[정태겸의 풍경](58)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청량산인’ 퇴계가 사랑한 가을 산(2023. 12. 07 07:00)
2023. 12. 07 07:00 문화/과학
가을이면 꼭 가보고 싶었던 산이 있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 대한민국에서 오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이어서 쉽사리 발걸음을 옮길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좀처럼 마음 내기 어려운 먼 곳이어도 한번 다녀오면 자꾸만 갈 일이 생긴다. 그토록 가을마다 가고 싶었던 그곳에 다녀올 일이 종종 만들어졌다. 시기도 딱 좋았다.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때.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이틀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청량산은 퇴계 이황이 사랑했던 봉화의 절경이다. 오죽하면 퇴계는 도산서원에서 15㎞를 걸어 청량산에 올랐다. 스스로를 ‘청량산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가 도산서원에서 출발해 청량산을 오르던 길은 이제 ‘예던길’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됐다. 청량산에서도 청량사는 절정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첩첩이 늘어선 산자락 가운데에 쏙 박혀 있는데, 절의 가람 배치가 매우 묘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부처의 세계로 다가가는 방식을 택한 다른 사찰과 달리 이곳은 산의 생김새를 따라 물음표처럼 전각을 배치해 두었다. 보통의 산사를 상상한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풍광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 독특한 산 한복판이 가을로 물들었다. 파란 하늘과 반짝이는 단풍의 빛깔. 모두가 입을 모아 “우와!”를 외친다. 퇴계가 사랑했던 이 산에서 나의 마음도 함께 물들어가고 있었다.
정태겸의 풍경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29)경북 포항시 월포리 - 조류와의 조우(2023. 05. 05 12:20)
2023. 05. 05 12:20 문화/과학
스쿠버다이빙 도중 강한 조류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자마자 수십 m나 떠내려가 버려 당황하기도 한다. 특히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그 지역의 조석현상과 조류의 들고남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체험이라도 할 양으로 갯벌로 나섰다가는 물이 들이차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해루질’이 갯벌체험 형태로 잘못 받아들여지면서 갯벌 익사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2300번 이상 스쿠버다이빙으로 바다를 찾은 필자도 서해의 강한 조류를 만나면 당황하곤 한다. 199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서해 고군산군도 해역에 침몰한 일본 선박 탐사에 나섰을 때 일이다. 강한 조류를 고려해 100㎏이 넘는 납덩어리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로 던진 다음 로프를 잡고 침몰 선박으로 접근했다. 조류가 얼마나 거세던지 로프를 잡은 손에 마비가 오고 말았다. 로프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침몰 선박으로 조금씩 하강을 시도했다. 한참을 내려가다 올려다보니 뒤따라 오던 팀원이 보이지 않았다. 로프를 놓치는 바람에 조류에 떠내려가 버린 것이다. 모든 작업이 중지됐다. 수색 및 구조에 나섰다. 다행히 조류의 흐름에 따라 뱃길을 잡은 선장의 오랜 경험 덕에 1시간여 만에 표류하고 있던 팀원을 구조할 수 있었다. 사진은 스쿠버다이버들이 안전줄을 이용해 하강하는 모습이다. 조류가 있는 바다에서는 안전한 수중활동을 위해 하강이나 상승 시 안전줄을 이용해야 한다.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정태겸의 풍경](39)경북 영양 두들마을 - 차가운 겨울 따스한 한옥(2022. 12. 30 14:55)
2022. 12. 30 14:55 문화/과학
겨울의 한옥은 다른 계절에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앙상한 가지를 흔드는 활엽수와 스산한 날씨에도 여전히 푸른 기운을 간직한 침엽수를 모두 곁에 뒀다면 더 좋겠다. 경북 영양의 두들마을은 지금 이 계절에 그런 한옥의 느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내에서도 가장 오지라고 불리는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들’은 ‘둔덕’, 그러니까 언덕배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정확히 그 뜻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고, 마을의 지형이 언덕 위에 올라 있는 형국이라 그런 의미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1640년 병자호란을 피해 석계 이시명 선생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터를 일궜다. 그의 후손인 재령 이씨 일가가 집성촌을 이뤘다. 지금도 석계 선생이 살던 석계고택이 잘 보존돼 있다. 그가 후학을 가르치던 석천서당도 번듯하다. 거북 형상의 반석 위에 올라앉은 유우당은 이 마을의 백미다. 차가운 바람에 뺨이 얼얼할 때쯤 나긋한 오후 햇볕이 한옥 마루에 드리웠다. 눈에 닿는 그 모든 풍경이 따스하게만 보인다. 마당에 선 푸른 침엽수는 다가올 봄을 기대하게 한다. 영양의 두들마을에서 새로운 한 해의 희망을 읽는다.
정태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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