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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찬의 실용재정](43) 민생회복과 충돌하는 세법 개정
[김유찬의 실용재정](43) 민생회복과 충돌하는 세법 개정(2024. 08. 02 16:00)
2024. 08. 02 16:00 경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정훈 세제실장, 최상목 부총리,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22년과 2023년에 이은 세 번째 ‘부자 감세’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율 인하와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 다주택자 중과 완화를 통해 감세하고 2023년에도 국가전략·신성장원천기술 확대, 출산 등에 따른 증여 공제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산 및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상속세로 보인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세(상증세) 최저세율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늘리고, 최고세율 구간은 ‘30억원 초과에 세율 50% 적용’에서 ‘10억원 초과에 세율 40%’로 내렸다. 가장 큰 변화는 자녀 공제로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제액 인상이다. 단번에 10배, 1000% 늘린 것이다. 자녀가 많으면 공제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최대 주주에 대한 보유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상속세에서 지배주주 지분에 대한 20%의 가치 할증평가는 사실과세와 공정과세를 위한 최소수준의 할증인데도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주주 지분은 일반 주주 지분보다 평균 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밸류업(value-up·가치 향상)과 스케일업(scale-up·고성장)을 명분으로 가업상속공제도 더 확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적절한 명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업 위해 가업상속공제 혜택 확대 한국 기업의 밸류업이 어려운 것이 상속세 부담에 기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상속세 부담 완화는 불평등과 경제 양극화라는 시대 최대의 경제·사회적 위기 요인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과거엔 10억원을 물려받는 게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전체 사망자 중 1~2명만 상속세를 냈지만, 세계적인 금융 완화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위계층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크게 늘었다. 사망자가 100명이라면 이중 7명 정도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세 부담을 줄여 과거 1~2명만 세금을 내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무엇에 좋은 것일까. 양극화의 심각성과 이 추세를 조금이라도 저지하려는 노력은 세법 개정안에 흔적도 없다. 세수결손이 큰 상황에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상속세에서 확보할 수 있을 세를 왜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도 없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자본소득에 대한 혜택이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확대), 금투세 폐지, ISA 세제지원 확대 등은 근로소득과 비교해 과도한 자본소득에 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고 세수가 부족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건전한 경제적 동기에 기인한 투자가 아닌, 100% 투기적 동기에 의한 투자를 우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2020년 12월 법제화된 금투세는 역대 정부가 1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의 최종 결과물이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대체하고 근로·사업소득뿐 아니라 자산소득에 대해 과세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금투세는 2023년 시행을 앞두고 한차례 시행을 유예한 바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완전히 폐기하면 국민적 합의와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가전략기술사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연장하고 통합투자세액공제에서는 증가분 공제율을 확대하면서 점감구조를 도입했다. 지나친 수준의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더 확대하는 것은 투자 확대보다 세수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중소기업 유예기간 확대와 중견기업 범위조정(일률적으로 중소기업의 3배 수준)은 중견기업을 명분으로, 중소기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특례를 유지하는 것이다. 혼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되는 건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불공정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개편하는데 기존에 제외하던 1년 미만 기간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도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좋은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기업이 기간제 고용을 늘리려는 유인이 본래 강하다는 점에서 추가 세제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지 않을지 우려된다. 세법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와도 충돌한다. 체감경기의 어려움 지속에 따른 민생회복 지원, 인구 위기와 성장둔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성장 및 세수의 선순환 복원이 세법 개정안이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로 표방됐는데, 민생회복을 세제로 지원하는 내용은 취약하다. 소득과 자산이 취약한 계층은 세금 부담도 낮아 세금을 통한 지원은 한계가 있고 재정을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다. 부자 감세로 세수결손액 10조원 웃돌 듯 2024년 세법 개정안은 2022년 세법 개정안부터 이어온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상속세와 자본소득, 법인세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은 재벌 등 기업소유주들과 부유층에 대한 세 부담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민생회복에 이바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경제에서 성장은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줄 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024년 정부 세제 개편안이 제안하고 있는 개인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소득 상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으로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을 가져오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세수는 4조4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부자 감세가 명백한데, 정부가 제시한 세수효과 수치는 서민과 중산층 세 부담 경감 효과가 큰 것으로 발표돼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결손액은 56조원이었고, 올해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세수결손액이 최소 1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전재정을 지향한다면서 계속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유찬의 실용재정
[정태겸의 풍경](65)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
[정태겸의 풍경](65)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2024. 04. 24 06:00)
2024. 04. 24 06:00 문화/과학
활공장에 섰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이었다. 경남 합천의 대암산 활공장. 세계적으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지형을 갖췄다는 곳이다. “자, 이제 달리세요!” 나를 앞에 태운 파일럿의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땅을 굴렀다. 다리가 헛발질한다 싶은 그때였다.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올랐다. 대암산 활공장의 앞은 초계적중 분지다.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된 국내 최초의, 최대의 운석 충돌구다.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땅은 이 일대를 빙 에워쌌다. 그중 정면으로 우뚝 솟은 흙더미가 대암산이 됐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니 분지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대신 뜨거운 태양이 지표를 달궈서 상승기류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에 올라타 하늘을 활공한다. 세계 각국의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다. 짜릿하다. 낙하산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은 그랬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만든 지형. 그 위를 날아 한눈에 운석 충돌구를 담는 경험. 함께 날아오른 모든 이가 이카로스가 된 것 같은 봄날이었다.
정태겸의 풍경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 낙관할 수 없다”(2021. 11. 22 14:02)
2021. 11. 22 14:02 정치
ㆍ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인터뷰 현상변경 움직임은 갈등을 수반한다. 지키려는 관성과 나아가려는 동력 사이의 격돌이다. 끝없는 마찰이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듯 갈등은 변화의 동력을 만든다. 이러한 의미에서 평화로운 변화는 없다. 국제사회의 생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기존 질서에 파열음을 만들고 있다. 단극체제를 수성하려는 관성과 양극체제로 나아가려는 동력의 격돌이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때까지 이들의 부조화가 만든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사진/김영민 기자 변화가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는 이 같은 인식에서 나온다. 이미 국가 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해진 상황에서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쪽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특히 지정학적 요충지에 놓인 한국에게 선택은 생존과 직결된다. 미중관계 변화를 살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플라자 프로젝트 6회는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미중 무력 충돌 가능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지난 11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진행했다. -미중 화상 정상회담 어떻게 평가하나. 부형욱(이하 ‘부’) “지난해 미국 대선은 베트남전 반대와 인권운동으로 극심한 분열 속에서 치러진 1968년 대선과 유사한 측면이 있었다. 당시 선거에서 승리한 닉슨이 백악관에 들어와 보니 미국이 만신창이 상태였다. 압도적 우위에 있었던 핵전력이 소련에 도전받고 있었고, 베트남전 장기화로 국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닉슨 행정부는 ‘시간벌기’ 전략을 구사하며 이 상황을 타개했다. 유럽에서는 소련과 데탕트를 구현함으로써 군비경쟁의 숨통을 틔웠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끌어안았다. 분열된 미국의 내상을 치유하고 국제적 지도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했던 전략이었다. 미국의 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이와 유사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아시아판 데탕트 국면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시간벌기 전략을 구사하면 한반도 상황도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북핵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중국 견제에 대한 미국 동맹국들의 협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지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유화적 발언을 했는데. 부 “핵심은 대만 독립 반대, 중국의 무력 침공도 반대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은 이미 노쇠해졌고, 여러모로 고단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게 안 나간 것이지 미국의 의도가 변한 것은 아니다. 여건만 개선된다면 미국은 다시 강하게 나올 것이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작전 범위 / Hoehn and Ryder(2021) -일시적이더라도 미중 간 대립이 완화되면 한국의 대중봉쇄라인 참여 압박은 줄어들지 않겠나. 부 “반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이제는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각종 합의문을 재확인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동맹국들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다.” -미중관계가 과거 갈등상황과 비교해 어느 정도로 위기인가. 부 “적어도 2010년 이전까지는 미중 간 경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 우세였다. 당시는 중국의 경제력이 곧바로 군사력으로 전환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미국은 2척의 항공모함을 파견한다. 그걸로 상황이 해소됐다. 당시 미국의 전력을 실감한 중국 군부가 ‘피눈물을 흘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굴욕이었다. 중국은 그때 이후 칼을 갈며 군비증강에 나섰다. 그 결과는 최근 미 국방부에서 발간한 ‘2021년 중국 군사력 평가’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2030년 중국의 핵무기가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지금 중국이 약 30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데 10년 후면 1000개가 된다는 것이다. 예산을 얻어야 하는 국방부 자료라는 측면에서 과장이 있겠지만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약 25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전력은 어디가 우위인가. 부 “여전히 게임이 안 된다. 전 세계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 우위다. 다만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으로 치면 서태평양 지역에 해당하는데 당장 중국과 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투사할 수 있는 전력은 주한·주일미군 정도밖에 없다. 분명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지만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려면 적어도 한달 이상은 걸릴 것이다. 일주일 안에도 승패가 판가름나는 현대전에서 이는 엄청난 시간이다. 쉽게 말해, ‘자산은 많아도 당장 쓸 수 있는 현찰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어떻게 전력 열세를 뒤집은 것인가. 부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이다. 반접근은 쉽게 말해, 중국 영해로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상대적으로 공격적 콘셉트를 가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사일이나 폭격기 등을 동원해 접근하는 적을 차단한다. 반면 지역거부는 중국 근방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지 못하게 하는 개념이다. 상대적으로 방어적 콘셉트다. 중국은 동아시아 해역에 ‘도련선’이라고 부르는 2개의 해상 방어선을 설정하고 있다. 1도련선, 2도련선 하는 식이다. 지난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왔던 구역이 1도련선 안에 있다.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은 도련선 안으로 들어오는 적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 17, 둥펑 21을 배치해 잡는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를 목표로 전력을 키웠는데 미국 항공모함도 가라앉힐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항공모함의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항공모함이 침몰하면 미국의 자존심이 가라앉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게다가 약 6000명 정도의 병사가 항공모함에 근무하는데 이들이 수장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리스크다.” 미군의 전략장사정포 배치 검토안 / forbes -미국은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에 왜 대응하지 못했나. 부 “미국의 뼈아픈 실책이다. 9·11 테러 이후 지난 20년을 대테러, 중동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지만 미국 국력은 이미 너무 크게 소진된 것이다. 중국은 이 기간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일단 경제력을 키우고 이를 서서히 군사력으로 전환시켰다.” -이에 대항하는 미국의 대응 전략은 없나. 부 “미국은 2015년 무렵부터 ‘군도방어전략’을 세웠다. 도련선 안으로 항공모함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을 둘러싼 섬들에 미사일발사기지를 설치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핵심은 섬에 설치하는 지상발사시스템의 확보다. 사실 이 전략은 너무 공격적이고 위험하기 때문에 이미 한차례 폐기된 적이 있다. 1987년 냉전 때 일인데 미소 양국은 INF(Intermediate Nuclear Forces) 조약을 맺어 사거리 500㎞에서 5500㎞에 이르는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은 전부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 조약 체결로 유럽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졌고 냉전 종식의 촉매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약이 미소 양국만을 구속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중거리 미사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30여년 지나다 보니 미국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전력이 됐다. 결국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조약을 폐기하고 지상발사시스템을 대량 확보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중국 본토를 겨냥하는 군도방어전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섬이라도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폭격 가능하지 않나. 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섬들을 방어진지로 삼고, 미사일을 쏘기 시작하면 잡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할 때 바다에서 발사하면, 열 감지에 의해 금방 구분된다. 그런데 섬과 같이 여러 시설이 함께 있는 곳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상발사시스템은 섬에 대량으로 들여다놓고, 발사차량 등을 이용해 이동하며 쏠 수 있다. 섬에 공장을 세워두고 무기를 생산해도 된다. 항공모함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러한 것이 가능한 섬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항공모함은 단 한발의 미사일을 맞고도 가라앉을 수 있지만 섬은 핵무기로도 가라앉히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섬에는 민간인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쏜 미사일에 민간인이 사망하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한편으로는 굉장히 영리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무서운 전략이다.” -이 전략에 한반도도 들어가나. 부 “정밀타격미사일(Precision Strike Missile·PrSM)이라고 불리는 프리즘 미사일과 전략장사정포 배치와 관련이 있다. 프리즘 미사일은 사거리 750㎞ 정도인데 지대함 기능도 추가해 개발 중이다. 전략장사정포는 1600㎞의 사거리를 갖는 장거리포다. 2023년에 완성품이 나온다. 2019년 랜드(RAND) 보고서는 중국과의 군사분쟁 시 전략장사정포를 동맹국 및 우방국에 배치할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목포 인근에 장사정포를 배치한다. 목포에 장사정포가 배치되면 중국 동남해안 상당 부분이 사거리 내에 들어온다. 이를 반영한 도면까지 있을 정도로 구체적 계획인데 현재 이 도면은 삭제된 상태다. 미국의 전략이 그렇다.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 하고 보고서 등에 살짝 드러내고, 반응을 보는 것이다. 반발이 심하면 안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한다고 해보자. 우리가 먼저 그 보고서를 찾아내 배치해달라고 할 것이다. 북한을 핑계로 무기가 한국에 들어온 상황에서 미중 간 군사충돌이 발생한다면 해당 시설들이 공격받을 수 있다. 당연히 우리 국민의 피해도 생길 것이고, 한국도 자연스럽게 대중국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인도-태평양 지역 미중 군사경쟁 상황(2025년 예상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일 대 일로 맞붙는 경우(사진 왼쪽) / Hans Kristensen, “(The Other) Red Storm Rising: INDO-PACOM China Military Projection” ,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가 참전해 중국과 맞붙는 경우 / Hans Kristensen, “(The Other) Red Storm Rising: INDO-PACOM China Military Projection” -사드도 같은 개념인가. 부 “미사일 네트워크의 일환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우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도 열어뒀는데 이게 북한을 견제하는 것도 맞지만 궁극적으로 중국 견제도 맞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서 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일본 너머에 있는 항공모함을 노리는 대함 미사일이 무서운 상황이다. 이를 사드로 잡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한다고 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좋다. 중국도 견제하고 비용은 한국이 지불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북한을 견제한다는 명목하에 미중 무력 충돌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결국 미국의 전략은 동맹국들과 위험을 나눈다는 것 아닌가. 부 “동맹국들이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 하에서 경제적 성장을 누렸으니 이제는 그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기여하라는 것이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국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도 뒤집어보면 미국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역대 왕조가 여러나라와 국경을 접하며 국력을 소진해 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한·주일미군의 역내 분산 가능성도 있다. 주한미군 규모의 하한선도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의 분산배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하는 ‘방기의 우려’, ‘국방력 약화’는 어떻게 보나. 부 “방기의 우려라고 하는 것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 문제인데 우리 국민은 6·25전쟁으로 미군 철수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다. 이를 자극하면 굉장히 강한 정치적 에너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력이나 국방력을 봤을 때 우리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 국방력만 따지면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맹주급에 속한다. 미국이 이런 나라를 포기한다면, 과연 패권국으로서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운다고 볼 수 있을까. 시간으로 비유해 보면 중국은 9시 방향, 미국은 3시 방향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는 2시 반, 일본이 2시쯤에 서서 줄을 당긴다. 한국은 지금까지 1시 반 정도에 서서 당기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이 11시나 12시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는 평택기지라는 역외 최대 미군기지가 있다. 이걸 우리가 20조원 정도를 들여 다 해줬다. 늘어나는 한국의 국방비도 대부분 미국 무기를 사는 데 들어간다. 한국이 이 정도로 충성심을 보이는데 어떻게 11시나 12시에 있다고 할 수 있나. 노무현 정부 때 차기 정부에 국방비 9조원을 증액해 넘겨줬다. 이명박 정부는 8조원을 증액했고, 박근혜 정부는 6조원을 증액해 차기 정부에 넘겼다. 문재인 정부는 16조원을 증액해 넘겨준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미국으로부터 ‘방기된다’, ‘국방력 약화됐다’ 등의 평가는 현실과 다르다.” -반면 진보 정치권은 북한문제 때문에 중국과 밀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 “사실 미중이 사이가 나빠지면 북핵문제 해결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한쪽 편을 든다고 나아지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쪽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 쪽에 약간 경도된 상황을 유지하며 자강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만약 미국에 편승한다고 해도 그 전제는 우리가 자강력을 갖춘 뒤라야 한다. 힘을 갖추면 미중 양측 모두가 손을 내밀 것이다.” -미중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나. 부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나’라는 일반적 인식에 동의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상호 파괴적인 군사충돌은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한번 뒤집어보자. 시 주석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결국, 실제로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 세계가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밀리면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렵다. 상대가 조금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구도다. 합리적으로 보면 어떤 나라든 전쟁을 원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전쟁의 시작이 합리적 판단과 관계가 있었나. 상황을 전쟁으로 치닫게 한다는 점에서 낙관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직접적으로 맞부딪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적·국지적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남중국해·대만 등지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큰 창피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대통령에 조언한다면. “첫째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는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한데 난세는 결국, 자강이 답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군사적 자강은 전작권과도 연계된다. 미중 경쟁 시기가 도래하다 보니 미국은 전작권 반환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을 떠나 적어도 군사적 자율성 측면에서만 보면 빠르게 전작권을 회복하는 것이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 문제가 악화될수록 미중 간에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 있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위협하니까 미국에 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법 아닌가. 남북이 상호 군비통제 조치를 적극 구현할 수 있는 토대부터 마련하고 선택을 해도 늦지 않다. 미중 사이의 선택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전장에서 한반도를 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플라자 프로젝트
출판계·문체부 왜 사안마다 충돌하나(2021. 05. 21 13:35)
2021. 05. 21 13:35 문화/과학
출판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립각을 세우며 맞서고 있다.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도입 과정에서 각기 서로 다른 표준계약서를 내놓으며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출판유통 관행 개선을 위해 도입이 예고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두고도 양측이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세 누락 등의 사태가 불거지면서 출판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출판업계를 향한 일방적인 강요 일색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정부는 일련의 정책이 그간 출판계가 요구해온 숙원을 해결하고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최근 출판계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한 출판사가 책을 쓴 저자들에게 계약금과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데서 시작됐다.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인 아작이 장강명 작가의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에 대한 출간 계약금을 뒤늦게 지급했고, 출간 이후에도 판매내역 보고와 인세 지급을 미루다가 장 작가로부터 거듭 항의를 받고서야 대응에 나섰다는 점 등이 작가 본인의 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여기에 장 작가와의 협의 없이 출판사가 일방적으로 오디오북을 제작·판매한 사실도 도마 위에 올라 아작출판사는 지난 5월 1일에야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올리며 그간의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바 있다. 아작은 장 작가뿐 아니라 자사와 계약을 맺은 다른 작가들에게도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사과에 나섰다. 이어 향후 저자들과의 계약에 있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한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오는 9월부터 도입·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도 가입해 발행된 책의 유통·판매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사후 조치는 장 작가가 아작을 포함한 출판업계를 향해 요구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에 있다. 장강명 작가 인세 정산 누락이 원인 장 작가는 아작 측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5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된다. 그런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며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출판계의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문체부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운영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이번 사건은 아작출판사 한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자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장 작가는 5월 14일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출판문화협회께’라는 글을 올리며 “출협은 문체부를 비판하며 인세 누락 등은 아작에서 일어난 일일 뿐 출판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출협도 그걸 알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사태를 요약하면 한 출판사가 펴낸 책의 판매내역 및 지급해야 할 인세내역 등을 저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다가 문제 제기 후에야 진화에 나선 데서 논란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러한 출판유통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자 출협을 위시한 출판계가 반발에 나섰고, 작가들까지도 출판업계를 성토하며 이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정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책의 저자들과 출판사 간의 계약 역시 일방적으로 출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져 왔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문체부가 표준계약서를 내놓았고, 출판계에서도 이와 별개로 독자적인 ‘출판권 및 배타적발행권 설정 계약서’를 발표하며 대치하는 상황이다. 이렇게만 보면 출협을 비롯한 출판업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 문체부의 개선 대책을 두고 몽니를 부리는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출판계 당사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오랜 과거 시점에서부터 또 다른 관행처럼 자리 잡아온 ‘관 주도’의 일방적 정책 밀어붙이기에도 문제의식을 가져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비롯해 정부는 그때그때 자신들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입맛에 맞는 정책만을 추진하기 위해 출판계 당사자들의 의견은 묵살하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왔다는 것이다. 출판계 계약서는 노예계약인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문체부가 출판전산망 사업을 진행하면서 출판계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도 않았고, 전산망 구축 역시 미흡한 상황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유통·판매내역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상황에서 문체부는 왜 모든 사안을 자신들의 감독과 지도 아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출판계에는 그저 따라오라고만 강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체부 방안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세종도서 지원 사업 등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강압적인 방식이 ‘블랙리스트’를 악용한 솎아내기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출판전산망과 더불어 표준계약서를 둘러싼 논란 역시 출판계에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이 문체부가 더욱 힘을 얻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문체부 표준계약서와 달리 출판계 표준계약서에는 저작권자와의 출판권 등에 관한 계약기간을 기본 10년으로 하고, 출판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같은 2차적 저작물에 관한 우선권이 출판사에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작가단체 등에서 ‘노예계약’이라며 이들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해당 표준계약서는 하나의 예시일 뿐 지금도 실제 계약과정에서는 얼마든지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데 일부 조항만 꼬집어 출판계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출판계 안팎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보다 중립적인 지점에서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출판전산망 도입은 2017년 당시 출판 도매업체 중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송인서적이 부도를 맞은 시점에서 출판계에서도 시급한 대책으로 요구한 바 있다. 보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대 이전부터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 사이에서 명확한 판매내역을 집계하지 않고 어음 거래를 일상화한 고질적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줄곧 필요성이 강조됐던 대책이기도 했다. 정부로서도 6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전산망 구축 및 시행을 앞두고는 있지만, 출판사들의 자발적 가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당초 난항이 예상됐던 대형서점들의 참여도 확보해 출판사들까지 가입하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파악해온 출판유통 내역과 흐름도 서점과 출판사, 저자 모두 쉽고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계로서는 각각의 업체가 민감한 영업정보까지 노출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테니 문체부는 유통내역을 현황 파악에 필요한 항목만으로 한정하겠다는 약속을 해 출판계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니 단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과도한 의욕부터 버리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프리뷰]소비에트 말기 신·구 세대의 충돌(2020. 07. 17 15:45)
2020. 07. 17 15:45 문화/과학
러시아는 사회주의 이념을 받아들여 이를 국가체제로 세운 최초의 나라다. 냉전시대 미국과 함께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이데올로기와 동력이 약화되었고, 특히 경제 부진과 불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1991년 소비에트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아이엠컬처 제공 특히 개인의 경쟁력, 자본과 정보력이 중요한 시장경쟁체제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몰리게 된 사람들은 이제 누굴, 또 무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졌고, 이 와중에 이데올로기에 헌신하는 공동체 생활 중심으로 살아왔던 기성세대와 각자도생으로 생존해야 하는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 역시 깊어졌다.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의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바로 이러한 혼란기의 소비에트 말기를 배경으로, 기존의 가치관과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엘레나 선생님과 새로운 세상에 영리하게 적응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대립을 갈등구도 속에 드러낸 작품이다. 처음에는 수학시험 답안지를 보관하고 있는 열쇠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이를 거부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설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도 열쇠에 신경 쓰지 않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극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단순히 열쇠를 넘겨주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두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 그리고 그로 인해 무엇이 남았는가에 대한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옳고 그름의 대결로 비치지만, 사실 엘레나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가치관의 충돌과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엘레나 선생님과 학생들은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소비에트 시기와 그것이 붕괴된 포스트 소비에트 세대를 상징한다. 획일화된 사고를 강요했던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사라진 자리에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경제가 들어왔다. 기성세대들은 비록 가난하고 초라하더라도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사회를 지배했던 예전이 나았다며 젊은 세대를 비판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들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그들 스스로의 삶을 통해 입증했고, 결국 그들 스스로 더 잘살기 위한 방법으로 자본주의의 이념을 사회 속으로 들여왔다. 엘레나의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바로 그런 정글의 법칙, ‘이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너보다 약한 자를 물어뜯고 너보다 강한 자에게는 무릎을 꿇으라’는 새로운 사회법칙 속에 길들여진 아이들이다. 무한경쟁과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들 앞에서, 바로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낸 기성세대들이 과연 어떤 비난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학생들에 맞서 어떻게든 그들을 다시 이끌어보려 애쓰지만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침묵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모습은 무언의 비난이나 포기라기보다는 바로 그러한 괴물을 만들어낸 사회의 기성세대로서 그녀 스스로 마주하게 된 자조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9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문화프리뷰
[표지 이야기]조류충돌 위험성 간과했다(2019. 11. 25 14:02)
2019. 11. 25 14:02 사회
ㆍ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철새도래지 조사 부실 차 문을 닫는 소리에 놀란 새들이 후드득 날아갔다. 지난 11월 20일 찾은 제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일대의 바다와 습지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은 철새들로 북적였다. 습지 가운데로 투명하게 맑은 물이 흐르고, 갈대밭이 무성했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비어 있는 펜션과 공사가 중단된 펜션이 보였다. 사람 손이 그만큼 덜 미치는 곳이라 새들은 그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었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의 철새도래지에서 11월 20일 철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하도리의 수직방향 아래로 종달리와 오조리, 시흥리 등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철새 도래지가 있다. 도요새를 비롯해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팔색조, 알락꼬리마도요 등이 발견되는 곳이다. 안내해준 인근 신산리 주민 김광종씨(55)는 “늘 나올 때마다 저어새 서너 마리씩을 볼 수 있었다”며 “보호종인 맹꽁이도 몇백 마리씩 있는데 번식기에는 옆사람과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끄럽다”고 설명했다. 철새들은 주로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날아가는 도중 이곳에 들른다. 10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가 주된 이동 시기다. 하지만 도요새의 경우 봄철과 가을철인 3월부터 5월 하순, 8월에서 10월 중순에 많이 이동한다. 예정지 약 3~5㎞ 안에 철새도래지 종달리와 하도리, 오조리의 철새도래지는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약 3~5㎞ 안에 위치한다.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큰 만큼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꼼꼼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철새 조사가 있었던 시기는 1월과 2월, 9월 등 상대적으로 철새의 이동이 적을 때였다. 조류전문가인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6~7월을 빼곤 거의 다 이동 시기에 해당해 이 시기를 다 조사해야 한다”며 “높이 뜨진 않지만 팔색조나 긴꼬리딱새, 두견이도 공항부지 안에 서식하고 있어서 이런 새들이 받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사계절을 다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조사가 형식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지난 10월 17일 국토부가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본 사업지구는 철새도래지가 인접하고, 과수원과 양돈장, 사냥금지구역, 조류 보호구역 등 다수의 부정적한 시설물이 입지한 지역에 있다”며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라고 밝혔다. KEI는 평가서 초안 검토 시에도 ‘법정보호종의 서식지역이자 철새도래지 보전을 위한 노력과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 등을 고려해 입지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환경부가 보완의견을 내자 김광종씨 등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철새도래지를 찾아 새들을 촬영하고 새와 맹꽁이 등의 소리를 녹음해 환경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했다”며 “국토부가 제대로 조사할 의도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2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연안에서 촬영된 꼬까도요(위)와 지난 4월 5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서 촬영된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모습. /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모델은 공항 운영 시와 신규공항 입지 시에 실시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항 운영 시에 적용되는 위험성 평가모델을 사용했다. KEI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검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외의 신규공항 입지 평가를 위한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모델을 이용해 입지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본안에서도 변화가 없었다.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제주공항에는 참새·제비·비둘기 같은 소형 조류가 주로 나타나 오리류 등 중대형 조류가 많이 출현하는 성산 후보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라며 “국토부가 제주공항의 조류 종류를 그대로 적용해 평가하니 성산후보지에 중·대형 조류가 없는 것처럼 평가됐다”고 말했다. 동굴·소음평가도 부실 조류 충돌은 항공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조류 충돌은 총 1459건에 달했다. 2009년 뉴욕 허드슨강의 항공기 비상착륙도 조류 충돌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신규공항을 지으려면 항공기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고시인 ‘조류 및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3㎞ 이내에는 조류를 유인하는 양돈장, 과수원, 승마연습장, 경마장, 야외극장, 드라이브인 음식점, 식품가공 공장을 설치할 수 없다. 8㎞ 이내에는 조류보호구역, 사냥금지구역,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이 없어야 한다. 공항으로부터 13㎞ 이내의 ‘공항 주변’은 조류 충돌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공항 부지 인근에 철새도래지 벨트가 형성된 성산부지에 제2공항을 예정대로 건설할 경우 국토부 고시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주용기 연구원은 “제2공항 계획대로라면 비행기가 철새도래지 방향으로 뜨고 내려앉기 때문에 이 주변을 선회하는 철새와 부딪칠 위험이 높다”며 “오리 종류 등 큰 새들이 많아 비행기 안전에 더 큰 위험을 준다”고 말했다. 새들이 날아다니는 높이보다 비행기의 이·착륙 고도가 높아 안전하다는 국토부 주장에 대해서도 “날다가 먹이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거의 60~70도 각도로 급강하하기도 하고, 이동할 때는 더 높이 날기도 한다”며 “인위적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이 안전하다는 걸 맞추기 위한 보고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음피해 사전 예방을 위한 방안 검토나 동굴 등 지하 동공 조사도 부실했다는 게 KEI의 검토 의견이다. 실제 환경단체가 조사한 결과 국토부가 찾은 9개를 훨씬 넘는 69개의 숨골과 동굴 등이 발견됐다. 소음피해도 일부러 축소하기 위해 제주도의 풍향 통계를 왜곡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활주로 이용 방향을 ‘남측 방향 이륙/북측에서 착륙’을 80%, ‘북측 방향 이륙/남측에서 착륙’을 20%로 설정했다. 비행기는 이륙에 필요한 양력을 얻기 위해 주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마주해 이륙 방향 설정을 한다. 성산의 주풍이 서북서풍 계열임을 고려하면 북측 방향으로의 이륙이 더 많아야 한다. 비행기의 경우 이륙 시 최대 출력을 내기 때문에 소음이 크다. 내륙 쪽으로 이륙하는 비율이 많을 경우 그만큼 소음피해가 커진다. 문상빈 의장은 “지금 국토부 계획대로 남측으로 이륙 80%를 잡으면 뒷바람을 안고 이륙하게 된다”며 “뒷바람을 안고 가면 적재된 화물이나 탑승객이 만석일 경우 무게가 상당해 자연적으로 이·착륙 길이가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항이 건설되면 주풍이 서북서풍이라는 이유로 바다 쪽에서 신산리 방향으로 착륙하고, 이륙은 북쪽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 의장은 “실제 공항 운영에서 북쪽으로 이륙할 수밖에 없는데 동쪽의 구좌나 세화, 우도 쪽의 소음 피해가 커지게 된다”며 “이쪽이 주로 공항 찬성 지역이라 반대로 잡아서 소음 피해를 일부러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건강설계]‘뚝뚝’ 소리 어깨, 어깨 충돌증후군
[건강설계]‘뚝뚝’ 소리 어깨, 어깨 충돌증후군(2018. 07. 10 13:39)
2018. 07. 10 13:39 건강
레저·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면서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제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운동을 하다 통증이 생겼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평소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 김모씨(36) 역시 운동 중 어깨통증이 발생했다. 통증이 시작된 지는 한 달가량 됐지만 근육통이려니 하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호전되지 않았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 팔을 올리거나 할 때 등 특정 동작에서 통증이 극심했다. 특히 아픈 어깨 쪽으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어깨 충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3분의 1이 어깨 충돌증후군으로 진단을 받는다. 김씨와 같이 스포츠 손상으로 내원한 환자 중에도 상당수가 해당 질환에 해당한다. 어깨 충돌증후군은 팔을 들 때 어깨에서 ‘뚝뚝’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어깨를 덮고 있는 견봉뼈와 팔을 움직이게 하는 힘줄이 충돌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어깨는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평소 머리 위로 팔을 뻗는 웨이트 트레이닝, 테니스나 야구, 수영과 같이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 잘못된 자세를 반복하게 되면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 아이를 안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어깨 사용이 많은 주부들 역시 어깨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어깨 충돌증후군은 이학적 검사와 X-레이를 통해 진단한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달라지는데 힘줄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증상 초기라면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도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관절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견봉뼈가 굽어져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견봉의 아랫면을 평평하게 해주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이때 힘줄이 파열됐다면 봉합수술도 함께 시행하게 된다. 어깨 충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바른 생활 습관과 자세가 중요하다. 머리 위로 어깨를 들어올리는 동작은 자제하고 가능한 한 어깨 높이 아래에서 팔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운동 전에는 반드시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야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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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설계]손목 비틀 때 통증,  척골충돌증후군 의심
[건강설계]손목 비틀 때 통증, 척골충돌증후군 의심(2018. 06. 25 15:53)
2018. 06. 25 15:53 건강
주부 박모 씨(54)는 행주를 짜거나 병뚜껑을 딸 때 오른쪽 손목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얼마 전 넘어지며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손목 통증으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오른쪽 손목의 새끼손가락 쪽 부근이 부어 올랐고, 움직일 때마다 손목에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아 ‘척골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김동현 정형외과 전문의 손목 관절에는 요골과 척골이라는 두 개의 뼈가 있는데 그 중 척골은 새끼손가락 쪽에 있는 뼈를 말한다. 척골충돌증후군이란 척골의 뼈가 정상보다 길어지면서 손목 관절의 척측(새끼손가락 쪽)에 과도한 하중이 반복적으로 가해지고 이로 인해 통증이나 부기, 관절운동 제한, 근력 감소가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척골의 길이가 길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외상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이 생기면서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해당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대표 증상으로는 손목을 척측으로 꺾을 때, 손목을 비틀 때, 손을 짚고 일어날 때 등 손목을 회전시킬 때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척골충돌증후군은 새끼손가락 쪽의 연골이 파열되는 삼각섬유연골 복합체의 퇴행성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통해 연골손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증상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라면 약물치료 및 주사치료, 보조기 고정 및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방법을 우선 시행한다. 하지만 뼈의 길이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6주 정도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척골의 길이를 단축시키는 것으로, 단축할 길이가 2㎜ 이하라면 관절 내시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2㎜ 이상이라면 척골의 단축술을 시행하는데, 원위 골간단부 절골술을 시행하면 기존의 척골 단축술에 비하여 절개부위 최소화뿐 아니라 연골 손상이 있을 경우 단축술과 삼각섬유연골 봉합까지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에 무리 가는 동작을 피하고,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라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손목에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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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경제학자]프레데릭 바스티아와 알퐁스 드 라마르틴-자유무역주의 충돌, 다른 길을 가다(2017. 10. 16 19:25)
2017. 10. 16 19:25 경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협상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FTA는 국가 간 상품 등을 교역할 때 관세를 철폐하자는 것이다. 무역장벽을 없애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자유시장, 규제완화 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신자유주의는 정치적 수단으로 국가의 시장을 열고자 한다. 프랑스의 프레데릭 바스티아(1801∼1850)는 자유무역의 맨 앞에 선 경제학자다. 그는 어떤 생산물의 비용을 그 때문에 단념한 다른 생산기회의 희생으로 보는 ‘기회비용’을 고안했다. 정부의 개입을 간섭으로 해석하는 신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지금도 바스티아를 사상적 아버지로 여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그를 천재 경제학자·평론가로 평가했다. 보호무역에 대한 특유의 풍자는 유명하다. 대표적인 글이 “태양이 부당하게 빛을 독점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들이 사업이 안되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태양을 가리는 규제를 만들어주면 우리의 사업이 좀 더 잘될 것입니다”라는 ‘양초업자의 청원서’다. 양초의 수입세를 올리려는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적은 셈이다. 프레데릭 바스티야(왼쪽)와 알퐁스 드 라마르틴(오른쪽)./위키백과 1848년 프랑스의 2월 혁명은 오를레앙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프랑스 제2공화국이 세워지고, 의회에 진출한 바스티아는 자유주의와 자유무역에 관련된 정책을 세웠다. 알퐁스 드 라마르틴(1790∼1868)은 그의 진출을 도왔다. 라마르틴은 공화국의 수반을 지내고, 대통령 선거에도 나간 바 있는 낭만파 시인이다. 첫 시집 은 프랑스 낭만파 시인들의 교과서다. 시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고, 시도 꽤 인기가 많았다. 리스트가 작곡한 교향시 의 악보에도 한 편 실려 있다. “우리 인생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노래의 전주곡이 아니겠는가? 엄숙한 그 시작은 죽음이 읊는 소리”라며. 서른 살에 그는 사랑했던 여인에게 바친 시들을 묶어 을 엮었다. “사랑할지라. 사람에겐 닻을 내릴 항구가 없고, 시간에는 기슭이 없다”고 했다. “모든 시간은 그저 흐르고 우리도 사라져”가니 말이다. 예루살렘에 갔을 적에 그는 예수가 최후에 느꼈을 인간적 고뇌와 인류를 위한 숭고한 사랑에 공감했다. 시간이 흐른 후 시인과 경제학자는 서로 갈라선다. 정치에 몸 담고 있었지만, 시인의 감성을 그대로 지닌 라마르틴은 노동자들이 놓인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고 정부의 개입을 추진하려는 정책을 내놓으려 했다. 그러자 자유주의자 바스티아는 격하게 반대했다. 그 반대 탓이었는지, 나폴레옹 3세가 득세하고 시인은 제 자리를 내놓게 된다. 이후 자본주의는 더욱 공고해지고, 그는 정치인의 직업을 포기한다. 변화가 많았던 프랑스 근대 시기에 일군의 정치가들, 학자들, 문필가들은 당시에 ‘모두가 잘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시인이면서 정치가였던 라마르틴은 더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목적’에 초점을 두었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그 안에 우정을 나누었던 바스티아가 있었다. 바스티아는 더 잘 사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로 자유주의에 기초하여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나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과 감성, 욕망에 대해 통찰력을 갖고 특수한 상황으로부터 보편적인 진리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 눈길이 가 있는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구체적인 표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시인과 경제학자
[건강설계]아킬레스건염일까? 후방충돌증후군일까?(2016. 10. 04 15:52)
2016. 10. 04 15:52 사회
환자가 뒤꿈치에 통증이 있어서 내원하여 신체 검진과 검사를 해보면 의외로 발목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축구선수였던 A군은 학교에서 중요한 선수로, 외국에 있는 유명 프로 팀에 초청을 받아 방학을 이용해 코칭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뛰거나 공을 찰 때 발목 뒤쪽으로 통증이 심했고, 특히 발을 차고 달려나갈 때 더 심해 아킬레스건의 문제가 의심돼 타병원에 내원했다. 아킬레스건염으로 보존적인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던 환자는 본원에 내원해 실시한 검사 상에서 발목 뒤쪽의 삼각부골이 관찰되었고, 그 주변으로 염증이 심했다. 보존적인 치료로 호전이 없었기에 관절경을 이용해 삼각부골을 제거하고 주변의 염증을 제거한 후 상태가 호전돼 수술하고 2~3일 지난 뒤부터는 통증 없어 정상보행이 가능했다. 3주가 지난 후에는 유럽으로 떠나 훈련을 잘 받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선수생활을 지속했다. 후방충돌증후군을 보이는 발목 X-ray 사진. 발목 뒤쪽(화살표 표시 부분)에 골극이 보인다. / 강북연세사랑병원 제공 최근 들어서 발뒤꿈치 통증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뒤꿈치 통증은 아킬레스건염과 같이 과사용 증후군이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뒤꿈치에 통증이 있어 내원해 신체 검진과 검사를 해보면 의외로 발목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건염은 주로 첫 보행 시 아킬레스건 주변이 아프며, 더 보행을 지속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때 발목은 치고나가는 동작이나 족저굴곡(발 끝을 내리는 동작) 시 통증이 느껴지며, 발목을 비틀거나 돌릴 때 마찰음이나 마찰되는 느낌이 드는 경우, 후방충돌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발 끝으로 서는 동작을 많이 하는 발레 댄서의 경우도 과도한 족저굴곡 동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후방충돌증후군 환자는 대부분의 경우 발목 뒷부분에 골극이나 삼각부골이라는 뼈가 있는 경우가 많다(전 인구의 약 15%). 또한 후방충돌증후군의 경우 대부분 발목 뒤쪽에 통증이 있으나 해부학적으로 삼각부골 주변에서 무지로 내려가는 장무지굴곡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삼각부골에 의한 자극 증상이 있으면 발바닥 내측과 엄지발가락 쪽으로 활액막염이나 방사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후방충돌증후군은 심체검사 상에서 비골건과 아킬레스건 사이의 발목 후방에 압력을 가할 때와 발목 족저굴곡 시 통증이 느껴진다. X-ray 상에서 골극이나 삼각부골이 보이며 MRI 상 골 부종이 있거나 주변과 힘줄에 염증 소견이 보인다. 치료로는 부목을 하여 쉬거나 약물치료, 충격파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발목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력강화 운동 등 도수치료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관절경으로 삼각부골을 제거하고 주변의 염증을 제거하는 게 효과적이다. 수술은 간단하며, 수술 후 보통 1~2주 정도 석고 고정을 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삼각부골은 기능을 하는 부위가 아니며 주변에 중요한 조직과 연결성이 없는 잉여뼈이기 때문에 제거해도 후유증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수술 시 주변에 중요한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경우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험이 있는 족부 정형외과 의료진과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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