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60 건 검색)
- 핀란드서 온 공인 산타와 ‘찰칵’…경북 곳곳에서 겨울축제 열려
- 2024. 12. 19 11:28지역
- ... 지난해 첫 방문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가 올해도 봉화 산타마을을 찾는다. 핀란드 정부가 후원하는 공인 산타는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산타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로바니에미시는...
- 겨울봉화영양청송안동
- 핀란드 원조 산타와 요정, 화천 산천어축제 오신대
- 2024. 12. 02 06:00사회
- ... 개관한 바 있다. 화천 산타 우체국은 전국에서 산타클로스에게 보내는 편지와 엽서를 접수해 핀란드 산타 마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핀란드 산타 마을엔 한국어 번역을 도와주는 요정(직원)도 있는...
- 핀란드 산타와 요정, 화천 산천어축제장에 또 오신다
- 2024. 12. 01 12:05사회
- ..., 화천 어린이 도서관과 화천 가족센터, 화천커뮤니티센터 등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방문한다. 또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산타 우체국의 대한민국 본점인 ‘화천 산타 우체국’에 머물며 관광객들과 즐거운...
- 산타핀란드화천우체국산천어축제
- 원자력학회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핀란드 방식 아닌 한국형으로”
- 2024. 07. 29 16:49경제
- ... 발표했다. 위원장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980년대 기술에 근거한 스웨덴·핀란드의 처분 방식에 머물지 않고 그간 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환경에 적합한...
스포츠경향(총 140 건 검색)
- ‘핀란드 셋방살이’ 차은우 “자급자족 생활, 사소한 것에 감사함 느낀 뜻깊은 경험”
- 2025. 02. 09 04:25 연예
- tvN ‘핀란드 셋방살이’ 방송 캡처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여운 깊은 셋방살이를 마치며 감동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차은우는 지난 7일 방송된 tvN ‘핀란드 셋방살이’ 마지막 회에 출연해 전기와 수도, 와이파이도 없는 핀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셋방살이를 마쳤다. 차은우는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과 함께 완벽하게 현지화된 여유로움을 보여줬다. 차은우는 현지 아이를 보고 다정한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승마에 이어 수중 승마에도 도전하며 호수와 말에 몸을 맡긴 채 자연을 만끽했다. 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휴식하는 차은우의 남다른 비주얼에 촬영 감독들마저 감탄사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에 차은우는 장난기 가득한 꾸러기 매력까지 더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또 현대식 주방에서 배추 술찜으로 남다른 요리 실력을 발휘해 감탄을 자아냈다. 차은우는 마지막 셋방을 떠나 라플란드 최고의 유명인 산타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핀란드 셋방살이를 모두 마친 차은우는 멤버들과 모닥불 앞에서 그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겼다. 방송 후 차은우는 소속사 판타지오를 통해 “‘핀란드 셋방살이’를 재미있게 봐주신 시청자분들과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물, 전기, 수도가 없는 핀란드 라플란드에서 형들, 동연이와 함께 자급자족 생활을 했는데,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차은우는 “핀란드 사람들이 생활하는 것처럼 많은 것들을 나누고 웃으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차은우는 차기작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원더풀스’의 ‘이운정’ 역으로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에 한창이다.
- ‘얼굴 천재’ 차은우, 해외서 청천벽력…기름 부족→낙오 위기 (핀란드 셋방살이)
- 2025. 01. 17 11:12 연예
- tvN ‘핀란드 셋방살이’ 시티 보이즈가 숲속 낙오 위기에 처한다. 오늘(17일) 방송되는 tvN ‘핀란드 셋방살이’(연출 이세영)에서는 시티 보이즈가 새로운 셋방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기름 부족 사태가 발생해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시티 보이즈는 세 번째 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도중 문득 단 한 번도 기름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침 운전대를 잡은 차은우가 “조금 간당간당하긴 해요”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모두를 당황케 한다. 이곳은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 깊은 숲속인 만큼 주유소 검색도, 사고 시 보험 신고도 불가능한 상황. 설상가상 주유소가 있는 시내까지 앞으로 약 50분을 더 달려야 하기에 과연 멈추지 않고 무사히 오프로드 길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편, 이날 시티 보이즈는 전기와 독방, 그리고 이웃들이 있는 곳에서 새로운 셋방라이프를 이어간다. 그동안 전기, 수도, 물 사용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인적조차 없는 곳을 전전해 왔기에 곽동연은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거야?”라며 감격한다고. 하지만 생활이 윤택(?)해진 만큼 쉴 틈 없이 할 일이 쏟아진다고 해 시티 보이즈의 ‘마을살이’는 어땠을지 기대를 모은다. 그런가 하면 간이 양수기를 마주친 이동휘와 차은우는 셋방카 세차에 돌입, 즉석 워시밤(wash+워터밤)을 개장한다. 특히 이동휘에게 물세례를 받은 차은우가 쫄딱 젖어 우수에 찬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후문. 차은우가 보여줄 핀란드 워시밤이 기다려진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셋방에서 펼쳐질 시티 보이즈의 야심찬 식사 준비도 계속된다. 이번에는 곽동연이 대파김치에 도전하고 이제훈도 레시피를 따라 소시지 야채볶음을 맡는다고 해 만족스러운 저녁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티 보이즈의 일촉즉발 비상사태와 좌충우돌 새로운 셋방 적응기가 펼쳐질 tvN ‘핀란드 셋방살이’는 오늘(17일) 저녁 8시 40분에 방송된다.
- 게임에 진심인 이제훈, ‘트월킹’ 단어에 깜찍한 엉덩이춤 (핀란드 셋방살이)
- 2025. 01. 11 10:10 연예
- 지난 10일 방송된 tvN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 주요 장면. 사진 tvN 배우 이제훈이 ‘핀란드 셋방살이’에서 깜찍한 트월킹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10일 방송된 tvN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에서는 충격과 화제를 모았던 이제훈의 트월킹 댄스 사건 전말이 밝혀지는 동시에 시골 숲 한가운데서 먹음직스러운 한식 밥상을 마련한 시티 보이즈의 하루가 그려졌다. 숙소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던 시티 보이즈는 끝말잇기 게임으로 야외 취침 멤버를 결정했다. 나무에 연결된 공중 부양 텐트를 피하겠다는 일념으로 게임을 진행하던 이들은 서서히 무리수(?)를 던지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특히 반드시 침대에서 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던 이제훈의 활약으로 현장이 초토화됐다. 끝말잇기 단어로 “키스미”라고 수줍게 말하는가 하면 “트월킹”이라는 단어와 함게 깜찍한 엉덩이춤을 선보였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 주요 장면. 사진 tvN 게임에 이어진 저녁 준비 시간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야외 화덕은 불판을 얹을 수 없다는 걸 안 차은우가 벽돌을 이용해 이를 개조하려다 화덕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이제훈이 침착하게 복구에 성공해 마침내 바비큐에 성공했다. 식사 준비를 마친 네 배우는 오랜만에 먹는 김치찌개와 바비큐에 무아지경 먹방을 선보였다. 김치찌개를 맛본 이동휘는 “김치찌개가 사람이잖아? 청혼했다”고 재치있는 후기를 남겼다. 하지만 한식 밥상을 차려준 곽동연과 차은우는 차디찬 야외 취침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마음이 약해진 형들은 결국 실내취침을 허락해 네 명 모두 안락한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 현지 맥주 한 잔과 함께 절반을 넘긴 라플란드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핀란드 라플란드에 100% 적응해가는 시티 보이즈들의 생활은 오는 17일 오후 8시40분 방송되는 tvN 예능 ‘핀란드 셋방살이’에서 이어진다.
- 북유럽 국가서 기아 EV3, ‘2025 핀란드 올해의 차’ 수상
- 2025. 01. 03 10:32 생활
- 콤팩트 전기 SUV ‘더 기아 EV3(The Kia EV3, 이하 EV3)’가 전기차 최대 격전지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핀란드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기아는 EV3가 핀란드 최고 권위의 ‘2025 핀란드 올해의 차(Vuoden Auto Suomessa 2025, 이하 핀란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EV3는 최종 후보에 오른 6개 차종 중 195점의 가장 높은 점수로 르노 세닉(181점), 시트로엥 C3/e-C3(177점), 다치아 더스터(174점), 스코다 슈퍼브(130점), 스즈키 스위프트(88점)를 따돌리고 최고의 차에 등극했다. 핀란드 올해의 차는 핀란드 자동차 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핀란드 현지 최대 자동차 행사 중 하나로 지난 2014년부터 진행되어 올해 11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현지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63명의 심사위원단이 후보에 오른 45종의 신차를 대상으로 주요 평가 기준인 가격 대비 가치(가성비)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기술 혁신, 성능, 공간 및 안정성 등을 평가했다. EV3는 유럽 WLTP 기준 605km 충분한 1회 충전주행거리, 넉넉한 공간성, 다양한 편의사양은 물론 뛰어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EV3의 ‘2025 핀란드 올해의 차’ 선정으로 ‘23년 니로 EV, ‘24년 코나 일렉트릭에 이어 3년 연속 핀란드 최고의 차에 오르며 우수한 전동화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핀란드에서 현대차그룹이 3년 연속 전동화 모델을 수상 한 것은 핀란드가 EU회원국 가운데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연내 신차 판매 순수 전기차 비중이 30%가 넘는 전기차 대중화 국가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기아는 지난해 11월 500여명에 이르는 기자단 대상 대규모 시승회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연 6만 대 수준을 목표로 EV3의 판매를 본격화했다.
주간경향(총 8 건 검색)
- “핀란드 R&D 예산 GDP 4%까지 확대…파괴적 혁신 위해”(2023. 11. 10 17:16)
- 2023. 11. 10 17:16 문화/과학
- 레이코이넨 핀란드 교육부 차관·에롤라 연구위원회장 인터뷰 핀란드는 전자·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좋은 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09년 GDP의 3.73%에 달하던 R&D 지출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9년 2.8%로 줄었다. 2013년 노키아의 몰락이라는 위기도 있었다. 부침을 겪고 다시금 혁신국가 대열에 오른 핀란드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R&D 지출을 늘리고 있다. 2021년 12월 R&D 지출 비중을 2030년까지 GDP의 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후 예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국가 R&D 예산을 2023년 24억유로(약 3조3600억원)에서 2030년 43억유로 늘리는 연구개발 자금에 관한 법안은 올해 초 발효됐다. 지난 10월 31일 핀란드가 연구개발 지출을 늘리기로 한 배경을 방한한 아니타 레이코이넨 핀란드 교육문화부 차관과 파올라 에롤라 핀란드 연구위원회 회장을 만나 들었다. 레이코이넨 차관은 핀란드대학 개혁 과제를 추진 중이며, 동시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유럽의 고등교육·연구 분야 업무를 맡아왔다. 에롤라 회장은 헬싱키대학의 입자물리학 교수이자 핀란드 고등과학 분야 연구비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인 연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아니타 레이코이넨 핀란드 교육문화부 차관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디지털휴매니티센터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핀란드 교육·과학 분야에서 최근 성과는. 레이코이넨 “핀란드는 초등부터 고등 교육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선두 위치에 있다. 핀란드 교육 정책은 기본적으로 동등과 공평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한다. 아동교육에서부터 초등·중등 교육에 이르기까지 이를 바탕에 깔고 있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중등 교육과정을 마치면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직업 교육을 택하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하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한다.” 에롤라 “과학의 경우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 평균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 무선통신,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핵심 기술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 혹은 최고 수준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R&D 예산을 증액하려는 이유는. 레이코이넨 “내년부터 연구개발과 혁신에 투입하는 재정을 늘리기로 했다. 장기적인 과정의 일부로 현재 의회에 예산 관련 실무 그룹이 있다. 9개 정당이 소속돼 있는데 모두 핀란드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핀란드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해서 느리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 정책을 의회에서 만들 때 2030년까지 최소한 GDP의 4%를 할당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의대 쏠림 현상이 핀란드에서도 있는지. 레이코이넨 “의약 분야 같은 경우 임금이 높고 안정적이라 여학생들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균형 있게 참여하길 원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위기라고 보지도 않는다. 여학생이 이 분야를 선호하는 건 일종의 현상이다. 그대로 두지는 않고 기술과 과학 분야에 더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에롤라 “우리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의 영문 첫 글자의 조합)의 중간에 A(예술·ART)를 넣어서 스팀(STEAM)이라고 부른다. 과학·기술·엔지니어링의 발전에는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학생이 기초과학·이공계 쪽에 오도록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학생들만의 STEAM 관련 모임을 만들도록 돕는 식으로 독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파울라 에롤라 핀란드 연구위원회 의장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디지털휴매니티센터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R&D 투자를 위한 법안도 마련했다. 레이코이넨 “GDP의 4% 중 3분의 1은 공적 세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민간기업에서 제공한다. 산업계와 의회가 동의하는 부분은 기초연구 분야와 혁신연구 분야의 균형을 잘 맞춰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기초연구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도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균형이 굉장히 중요하다. 둘 사이 균형에서 고등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기초연구나 혁신을 이끄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에롤라 “국가 R&D 계획의 핵심은 기초연구를 통해 파괴적인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파괴적인 혁신이 있어야 민간 분야에서 생산성을 계속 개선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게 과학의 역할이다. 특히 단순히 핀란드 인재만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인재들도 핀란드 안으로 끌어들여 이들이 과학 발전과 혁신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R&D 예산을 배정하나. 에롤라 “연구회는 매년 약 5억유로 예산을 경쟁 지원 제도를 통해 지원한다. 지원자의 15% 정도가 선정을 받는데 전체적으로 80%가 고등교육기관에 속한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20%는 대학을 비롯한 다른 연구기관에 가는 데 응용 분야가 지원을 받기도 한다. 지원자가 핀란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소나 대학은 핀란드 안에 있어야 한다. 실제 작년만 하더라도 우리가 지원한 금액의 50% 정도가 핀란드 국적이 아닌 하지만 핀란드대학이나 기관에 속한 연구자들에게 지급됐다.” 레이코이넨 “교육 연구지표를 활용해 각각의 대학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지 결정하고, 연구자 개인이 아닌 해당 대학에 블록 형태로 지원한다. 연구위원회가 주는 5억유로의 경우 교육부의 관할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정말 능력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에 한해 지원한다.” -연구개발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은. 에롤라 “현재의 국제적 흐름은 ‘책임 있는 연구혁신(responsible research and innovation)’이라는 평가방법이다. 관련한 국제 연합체도 있다.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중점에 두고 평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우리도 이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평가할 때 중점에 두는 것은 수치나 정량적인 평가가 아니다. 연구한 내용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정량적인 지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현재 핀란드에서 연구성과를 평가할 때 평가지표로 논문 게재 수를 쓰는 것은 금지됐다. 연구제안서를 쓸 때 연구자의 이력서에 논문을 몇 건 썼다가 아니라 본인이 연구한 내용을 상세하게 적는 방식으로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구자의 자율성이 중요한 이유는. 에롤라 “교육부는 교육지표와 연구지표를 바탕으로 해서 블록으로 금액을 할당한다. 대학이 원한다면 하나의 분야나 혹은 10개 분야에 얼마든지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금액을 할당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연구 분야는 균형 잡힌 연구가 이뤄지도록 최소한의 쿼터를 두고 있긴 하지만, 연구자의 재량권이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10년 후 어떤 분야가 더 유망할지 현재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자율성은 더 중요하게 보장해야 한다.”
- 표지 이야기R&D예산
-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 “디지털 강자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2023. 02. 03 11:25)
- 2023. 02. 03 11:25 경제
- ㆍ티모 하라카 장관 인터뷰 세계행지수 1위 국가, 2021~2022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이행 1위 국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 1위(2021년 평화기금 취약국가지수)인 나라. 1위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나라, 핀란드가 이룬 성취다. 핀란드는 올해에도 한국이 부러워할 만한 타이틀을 하나 추가했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 스코어카드’에서 미국과 함께 공동 1위로 ‘혁신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31일 주간경향과 만나 핀란드가 혁신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한국은 여기서 26위를 기록했다. CTA의 평가항목 중 다양성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핀란드는 B와 A를 얻은 반면, 한국은 D와 F를 받았다. 다양성은 인종적 다양성, 전체 인구에서의 이주민 비율,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평가한다. 미세먼지 등 열악한 대기환경도 한국의 점수를 떨어뜨렸다. 조세시스템의 경쟁력을 평가한 항목에서만 핀란드와 한국이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C)를 받았다. 핀란드의 인구는 550만명으로 한국의 10분 1 정도지만, 전자·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가 탄생한 나라로도 유명하다. 2013년 노키아가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오히려 세계적인 혁신국가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는 2019년 4차 산업 공동대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티모 하라카 교통통신부 장관을 만나 핀란드가 세계적인 혁신국가가 된 비결과 한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월 29일 ‘팀 핀란드’(핀란드 무역대표단)를 이끌고 방한한 그는 이날 헬싱키로 돌아갔다. 2박3일 동안 3개 부처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여러 기업·연구기관을 방문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호텔을 나서는 그의 손엔 K팝 스타 ‘뉴진스’의 앨범이 들려 있었다. K팝의 인기가 굉장하다면서, 딸에게 줄 선물로 샀다고 했다. 다음은 하라카 장관과의 일문일답. -방한 성과를 평가한다면. “정부 대표만이 아니라 핀란드의 연구기관과 기업까지 포함한 팀 핀란드와 함께 방한했다. 5G 및 6G, 양자 기술, 그리고 우주·위성 분야 이렇게 세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단이 방문했다.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연구기관을 방문해 협력 분야를 논의했고, 난 한국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과기정통부와 장관급 회담을 했다. 방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CTA는 핀란드를 혁신국가 1위로 꼽았다. 한국에 비해 다양성과 사이버 보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성과 혁신은 상호 연관이 돼 있다. 조직 내의 다양성이 풍부하면 혁신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 세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실제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는 굉장히 역동적이다. ‘슬러시(SLUSH)’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관련 세계 최대 행사가 헬싱키에서 열리기도 한다. 사이버 보안도 혁신과 관련이 있다. 핀란드는 심지어 사이버 보안이 이슈로 거론되지 않던 1990년대부터 네트워크 보안에 크게 집중했다. 한국처럼 핀란드도 기술이 굉장히 발전된 나라인 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일부 특정국(러시아)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다. 양국 간의 무역량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도 양국 간의 학생, 전문가 교류가 굉장히 활발하다. 올해는 특히 양국 수교 50주년이라 이를 축하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기술 선진국으로서 양국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찾고 싶었다.” -한국 정부와는 어떤 논의가 오갔나. “일단 몇 개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과는 5G·6G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자유롭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 그리고 사이버 보안과 양자컴퓨팅, 우주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모두 양국이 강점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다. 한국의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에어택시’라고 부르는 미래 모빌리티를 흥미롭게 느꼈다. 미래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에서 6G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 보고 협력하자고 했다.” -핀란드에서 6G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에선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오울루대학은 세계 최초의 6G 연구 프로그램인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1000개의 기업·연구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노키아는 전자·통신업체, 소프트웨어 기업을 망라한 ‘헥사X’라는 유럽연합 차원의 6G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미래를 논의하는데 시기상조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6G는 연구개발 단계다. 미래를 대비해 한국과 핀란드 그리고 마음을 같이하는 여러 민주국가가 국제포럼에 참여해 6G 표준을 정립하는 데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그리고 2027년에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가 굉장히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과 핀란드 모두 모바일 통신 기술의 강자다. 한국은 5G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핀란드는 두 번째 국가였다. 또한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6G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한 나라다. 두 나라 모두 차세대 통신망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양국의 전략적인 협력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3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양자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제공 -인구가 많지 않은데도 양자 기술이나 뉴스페이스 같은 첨단분야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은. “인재 확보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2019년 6월 장관 임명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한국과 핀란드 사이의 인재 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었다. 하지만 인재 확보는 곧 기업 확보임을 이내 깨달았다. 우주·위성 분야 그리고 양자컴퓨터와 관련해서 외국 회사들이 핀란드로 거점을 이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언어와 기후가 조금 달라도 핀란드의 역동적인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았다. 이렇게 핀란드 내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운 결과, 우수한 인재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이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만든 양자 분야 회사인 ‘컨트롤옥스(QuantrolOx)’도 핀란드의 양자 커뮤니티, 양자 기업들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 회사를 핀란드로 이전했다.” -한국 정부가 특히 관심을 보인 양자 기술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양자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지만,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든 나라는 굉장히 많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양자 컴퓨터라는 매우 효과적인 컴퓨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이를 통해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다. 대표단에 함께하는 IQM이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를 원하는 수요도 굉장히 많다. 한국도 그 수요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핀란드가 혁신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라면. “핀란드에서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협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팀 핀란드가 한 예다. 민간과 공공의 이런 끈끈한 유대 협력이 성공 비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정부 차원에서 수평적으로 일하는 문화다. 일례로 디지털과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핀란드 내에서 3개의 부처(교통통신부·고용경제부·재무부)가 함께 담당한다. 세 부처가 모든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하고,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비결이다.” -교통통신부 장관으로 3년 반 정도 일했다. 성과를 평가한다면.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세 가지 전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일단 향후 12년을 내다보는 국가 차원의 교통 계획을 수립했다. 의회가 한마음으로 협력했다. 그래서 정부가 바뀌어도 시민과 기업 모두 2032년까지 이 국가교통계획이 연속성 있게 추진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성과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장기 전략 마련이다. 교통과 정보통신(IT) 분야가 기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030년까지 교통 부문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장기 전략을 내놓았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기후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장기 전략이다. 세 번째 성과는 디지털 컴패스(Digital Compass) 전략이다. 디지털 컴패스 전략은 2030년까지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이다. 디지털 기술로 숙련된 인재,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포괄한다. 핀란드가 이런 전략을 내놓은 첫 번째 국가라는 사실에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처럼 핀란드는 항상 무엇을 하더라도 선두주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6G·양자·우주(첩보위성을 포함) 기술을 콕 집어서 찾아온 이유는. “핀란드가 세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기술이 굉장히 진보한 나라에서도 이런 부문에선 핀란드의 역할이 있다고 봤다. 정부는 군사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차원에서도 보안에 굉장히 집중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전직 프로그램이 발달했다고 들었다. “인력을 재교육하는 방법으로 ‘리스킬링’(Reskilling·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과 ‘업스킬링’(Upskilling·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 있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분에서 철수하면서 기존 인력이 새로운 분야로 많이 창업에 나섰다. 이는 비즈니스 전체를 리스킬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이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성적인 다양성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낮다. 이를 높이려고 한다.”
- 핀란드 IQM 창업자 “양자컴퓨터 기술, 한국엔 새로운 기회”(2023. 02. 03 11:25)
- 2023. 02. 03 11:25 경제
- ㆍ쿠앤 엔 탄 인터뷰 핀란드의 양자컴퓨터 개발 기업 IQM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쿠앤 엔 탄이 1월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간경향과 만나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양자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양대 기둥으로 불린다. 양자물리는 분자와 원자, 전자 등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세계에서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다. 난해하기 짝이 없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표현하는 ‘중첩’과 서로 양자적으로 얽혀 있는 두 입자는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동시에 다른 입자의 상태도 결정된다는 ‘얽힘’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과학기술의 많은 부분이 이런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반도체와 레이저, 양자점 디스플레이, GPS 위성에서 쓰는 원자시계 등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이후 양자컴퓨터의 개념이 등장하고, 21세기 들어 구글과 IBM 등 거대기업이 초기 단계의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면서 지금은 새로운 양자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의 특성을 연산에 활용한다. 여러 변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서 신약 개발, 신소재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 등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암호화 알고리즘(RSA)을 풀려면 기존 컴퓨터로 수만~수억년 이상의 천문학적 시간이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수초 만에 풀 수 있어 군사, 금융 보안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각국이 양자컴퓨터를 전략기술로 육성하는 이유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핀란드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개발 회사 IQM을 들 수 있다. 핀란드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헬싱키 인근 에스포에 본사를 둔 IQM은 지난해 7월 월드펀드(World Fund) 등에서 1억2800만유로(약 1721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 규모로 유럽 내 양자컴퓨터 분야 회사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다. 월드펀드는 유럽 최대규모의 기후펀드로 연간 최소 100메가톤(Mt)의 온실가스 절감 효과가 있는 기후기술에만 투자한다. 핀란드 무역대표단의 일원으로 지난 1월 29~31일 방한한 IQM의 공동창업자인 쿠앤 엔 탄(Kuan Yen Tan)은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간경향과 만나 양자컴퓨터가 기후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회사와 양자 프로세서 제조, 현대기아차 등과는 배터리 최적화를 위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의 계기는. “회사의 공동설립자는 4명으로 미코 모토넨(Mikko Mottonen)이라는 사람이 주도했다. 알토대학교와 핀란드 국책 연구기관인 VTT 기술연구소의 공동 교수이기도 하다.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기업에 판매하는 회사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내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거절할 수 없는 완벽한 제안이었다. 당시 대학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 과정이 매우 느리다고 느끼고 있던 터였다. 연구를 하는 것과 그 결과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은 정말로 큰 차이가 있다. 기술력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자원도 필요하다. 그때 바로 그런 조건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거대한 구조 때문에 일이 매우 느리게 전개되는 특성이 있다. (인적·물적 자원과 속도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었다. 모토넨 교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게 우리가 이 일을 함께 시작하게 된 이유다. 2018년 4월에 설립했는데 종잣돈 단계의 투자금을 받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 -반도체 기술이 양자컴퓨터 칩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나. “양자컴퓨터를 구동하는 건 양자 칩이다. 양자 칩 제조 자체만 보면 필요한 과정의 80%는 삼성의 파운드리에서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초전도 양자컴퓨터와 같은 양자 칩을 만들 때 필요한 소재는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반도체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아니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기계는 양자 칩 제조에 사용하는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삼성전자가 양자컴퓨팅에 집중한다면 출발점부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IQM의 양자컴퓨터를 어디에 쓸 수 있는가. “우리 회사는 이미 ‘온프레미스’(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현장에 물리적으로 설치해 고객의 접근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방식) 제품인 5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이 컴퓨터는 실제 고객의 연구개발(R&D) 목적으로 사용된다. 우린 핀란드의 CSE라는 슈퍼컴퓨팅 제공업체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루미 슈퍼컴퓨터’ 센터에 연결했다. 루미 슈퍼컴퓨터는 유럽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세계 3위)다.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를 통합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는 오늘날의 고전 컴퓨터를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그래픽 카드가 클래식 컴퓨터에서 가속기 역할을 하는 것과 비슷한 가속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의 통합이 필요한데 현재는 아직 구현된 사례가 없다.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IQM은 이미 회사 내부에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시험 중이다. 올해 이 컴퓨터를 VTT와 독일의 슈퍼컴퓨팅 센터인 LRZ에 제공할 계획이다. 특정 문제 해결에 특화된 양자 ASIC(특정 용도용 집적회로)와 칩도 공동설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고유한 특징인 중첩과 얽힘을 사용해 다수의 패턴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3개의 큐비트(양자비트)를 탑재한 양자컴퓨터가 있다면 2의 53승, 즉 약 1경까지의 패턴을 중첩하고 그 상태를 변화시켜 계산할 수 있다. 현대의 컴퓨터는 중첩상태를 나타내는 1경개의 진폭과 위상을 모두 기록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하나하나 계산해야 한다. 최첨단 슈퍼컴퓨터로도 어려운 작업이다. 현재 50큐비트 정도의 양자컴퓨터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 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처음 읽는 양자컴퓨터 이야기>(다케다 ??타로·2021.11) 참고). 큐비트는 서로 다른 두 상태를 가질 수만 있다면 어떠한 양자계(분자·원자·전자 등)로도 만들 수 있다. 빛과 자기장으로 이온 혹은 원자를 포획하는 이온 덫(트랩),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을 0으로 만든 초전도 회로에 극초단파를 가해 전류를 중첩상태로 만드는 초전도 루프와 실리콘 조각에 전자를 넣어 극초단파로 전자의 양자 상태를 제어하는 실리콘 양자점 등이 이용된다. -VTT와 54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2024년 54큐비트 양자컴퓨터를 VTT에 인도할 예정이다. 54큐비트는 칩 자체에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큐비트가 54개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컴퓨터가 트랜지스터 개수가 많을수록 더 강력하듯 양자컴퓨터도 큐비트가 많을수록 (확장성 면에서) 좋다. 하지만 품질(계산의 정확성)도 매우 중요하다. 큐비트가 많아도 품질이 낮으면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54큐비트라면 양자우위가 가능한가. “슈퍼컴퓨팅 성능이 개선되고 있지만 54큐비트는 여전히 양자 우월성을 달성하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턱이 아니다. 사람들이 (고전 슈퍼컴퓨터의) ‘느림’을 깨달아야 한다. 만약 54큐비트가 양자우월성을 달성하는 문턱인데, 56개의 큐비트를 갖고 있다고 치자. 고전 컴퓨터가 이 양자 우월성을 따라잡으려면 4배의 성능 향상이 필요하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그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맥킨지는 양자컴퓨팅을 사용해 개발된 기후 기술이 2035년까지 연간 7기가톤(G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자컴퓨터가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나. “직접적으로는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탄소포집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와 탄소의 상호 작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기 필터를 통해 공기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 태양 전지판과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거나 전력망 최적화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있다. 더 적은 에너지로도 세계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는 40메가와트(미국 내 3만 가구의 전력 수요)의 전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같은 양의 계산을 할 때 최대 1000배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양자컴퓨터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간접적인 방법의 하나다.” -노트북 같은 양자컴퓨터도 나올까.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양자컴퓨터의 크기가 큰 건 극저온 상태(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영하 269℃)를 유지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실제로는 냉동고와 같다. 양자 칩 자체는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칩보다 더 작다.” -구글과 IBM 같은 선두주자와 IQM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구글과 IBM은 잠재적으로 수백만 큐비트를 갖춘, 그러면서도 소위 말하는 양자 오류를 수정한 미래의 양자컴퓨터를 지향하고 있다.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오류가 많다. 오류 없이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 장점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양자컴퓨터, 그리고 향후 2~5년 안에 나올 양자컴퓨터로 이미 할 수 있는 일부 응용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이즈(오류)에 강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일부 알고리즘은 노이즈에 취약하지만, 정보가 손실되기 전에 이러한 알고리즘을 충분히 실행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양자 오류를 수정하는 일 없이도 이미 유용한 양자 계산법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점은. “회사 내에 매우 강력한 팀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엔지니어 기술과 생산시설 확장을 시도 중이다. 동시에 우리 시스템 개선에 필요한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학계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 알다시피 양자 엔지니어들은 정말 드물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양자 엔지니어 확보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작은 회사나 지역에서 거대한 팀을 갖추는 건 정말로 큰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우리에게 주목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은 우리가 매우 설득력 있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어떻게 판매할지 알고 있고, 데이터센터 등 잠재적 시장을 개척하고 있어서다.” -한국 방문에서 기대하는 바는. “한국이 양자 기술을 매우 전략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양자 기술이 새로운 기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한국의 연구기관들은 이미 모든 기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을 통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규모를 키우고 성능을 높여 사람들이 실제 접근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IQM은 양자컴퓨터 시스템 통합과 확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한국과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양국이 양자 기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싶다. 기업 측면에서 우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산업에서 많은 잠재력을 보고 있다.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하면 양자컴퓨팅 칩 생산에 나설 수 있다. 현대·기아차 같은 자동차회사도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이 회사 내부에 배터리 최적화를 목적으로 하는 양자컴퓨팅 팀이 있다고 들었다. 배터리의 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운다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추격 전략은. “한국은 양자컴퓨팅의 기초 연구에서 엄청난 R&D 역량을 갖고 있다. 파운드리, 극저온 기술뿐만 아니라 초전도 큐비트, 이온 트랩, 실리콘 스핀 큐비트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가속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의 집중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실험실에서 뭔가를 구축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제품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양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학계·산업계·정부 세 영역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 [IT 칼럼]핀란드 모범사례 공공서비스 AI(2021. 01. 08 15:42)
- 2021. 01. 08 15:42 경제
-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설한 웹사이트 ‘AI 레지스터’에 대한 찬사가 여전하다. AI 기술이 적용된 공공서비스를 모아둔 이 가상공간에는 ‘인간중심 AI’가 나아가야 할 원칙과 윤리가 세세하게 명시돼 있다.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디의 서적 추천 챗봇 ‘오보티(Obotti)’를 예로 들어보자. 오보티는 오디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맥락 분석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는 AI 솔루션이다. 개별 시민의 관심사와 피드백 데이터에 기반을 둬 그간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서적들도 제안한다. 텍스트형 챗봇 서비스뿐 아니라 음성인식 기반 추천도 앱을 통해 제공한다. pixabay 헬싱키는 이 챗봇의 알고리즘 작동 원리와 데이터세트, 데이터 처리 방식, 비차별 정책, 인간에 의한 감독, 위험요소 등을 AI 레지스터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오보티뿐 아니라 보건소 챗봇, 주차 챗봇, 육아클리닉 챗봇, 지능형 자료관리시스템 등 모두 5종의 공공서비스 AI도 동일한 수준에서 시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AI의 신뢰를 보증하는 알고리즘 개방성과 투명성을 공공 부문이 선도한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올해는 더 많은 공공서비스 AI를 이 사이트에 등록할 예정이다. 참여하는 도시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시민의 데이터를 학습하며 진화하는 모델이기에 당연한 조치인 듯 보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모든 국가, 그리고 대도시에서 보편적으로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헬싱키 AI 레지스터의 실험이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저변에 깔린 그 철학에 있다. ‘시민과의 공동 설계, 공동 소유를 통한 AI 신뢰 구축’이 그것이다. 흔히들 기술을 민주주의와 병립될 수 없는 인공적 대상물로 여긴다. 속도가 우선인 기술 경쟁에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개발 프로세스는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근거에서다. 물론 타당하나 공공 분야의 기술개발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시민의 민감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하고 조합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공공 섹터는 개발 과정을 보다 민주적으로 접근할 이유가 있다. 이를 위한 비교적 쉬운 접근이 규제를 통한 민주적 통제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감시와 규제만이 정부의 역할은 아니다. AI 기술개발의 모범사례를 스스로 창출할 책무도 있다. 모범 없는 선언, 솔선 없는 강제는 자칫 폭력적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헬싱키 AI 레지스터는 그 모순을 넘어서기 위한 공공의 귀감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는 ‘국가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공식 발표했다. 인간성을 위한 인공지능을 핵심가치로 삼아 3대 원칙과 10대 요건을 담아냈다. 정부, 공공기관의 AI도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의 얼굴인식 감시기술과 같은 일부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공기관 챗봇 가운데 데이터 소스와 프로세싱을 설명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만큼은 정부가 AI의 모범사례를 직접 만들어내고 윤리기준을 준수하며, 민간 영역의 사업자들을 견인하는 성과를 얻어내길 바라본다. K-AI 레지스터를 기대하는 게 과욕은 아닐 것이다.
- IT칼럼
레이디경향(총 8 건 검색)
- 미셸 램블린이 제안하는 핀란드식 행복 찾기
- 2014. 08. 29 15:45 화제
- 사는 게 바빠서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릴 겨를도 없었던 우리네 인생. 문득 울컥하고 지금 잘 살고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들곤 한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연구한 미셸 램블린은 이 말을 달고 산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행복을 연구하는 남자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부부의 집 곳곳에는 북유럽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났다. 심플한 가구 배치와 넓은 부엌, 군데군데 놓인 화려한 패턴의 소품들이 눈에 띈다. 오븐에서는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북유럽인 남편이 직접 준비했다는 스위스 전통 빵이 구워지는 중이었고, 식탁엔 핀란드에서 가져온 예쁜 식기들이 잘 차려져 있다. 고소한 버터 향을 맡으며 잠시나마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던 만남. 이달 ‘세계인의 행복 엿보기’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서 7년간 그들의 행복을 연구한 미셸 램블린(33)의 이야기다. 스위스인 어머니와 프랑스·캐나다 국적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에 세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갖게 된 이 남자는 8년 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여성과 결혼하는 형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접하지 못했던 동양 문화가 어색할 법도 하지만 ‘형수의 나라’는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저는 두바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석유 시추 관련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그곳에서 살았죠. 서울에 왔을 때 두바이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기후나 환경은 전혀 달랐지만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풍경은 같았거든요. 제 고향과 어딘가 닮은 모습에 끌려서인지 처음부터 한국이 좋았어요.” 한 달 남짓한 여행을 끝내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학업을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년 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정착해 신촌의 한 어학원에서 강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당시 대학원을 다니던 그녀는 정부 초청 장학생에 뽑혀 핀란드 유학을 준비하는 중이었죠. 아직도 기억나요. 오후 2시 회화반 학생(웃음)! 결석하기 딱 좋은 시간인데 지각 한 번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서울 맛집 좀 소개해달라는 핑계로 데이트를 시작했죠.” 원어민 교사와 학생으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는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그는 세계적인 수준의 인문·사회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헬싱키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행복을 연구할 생각은 없었다.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닮아가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출 줄 알게 됐고, 이웃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행복감은 커졌고 삶은 만족스러웠다. 과연 어떤 환경이 자신을 변화시켰을까 되돌아보며 핀란드인의 행복 조건을 찾기 시작했다. “헬싱키 대학에서 실용철학을 전공했어요. 철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 법을 찾는 학문이에요. 본인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핀란드인을 보면서 연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7년간 핀란드인의 행복을 찾고, 보고, 경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아내와 함께 한 권의 책을 냈다.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다. 속도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핀란드인의 특성을 담은 제목이다. 그가 선물이라며 귀여운 사인이 담긴 책을 건넸다. 엄마라서 행복한, 핀란드 미셸 램블린이 살았던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서울이나 뉴욕, 도쿄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는 아니다. 인구 1백만의 아기자기한 동네지만 탄탄한 사회 안전망과 교통, 문화의 중심지로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10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 엄마들의 행복 지수는 무려 세계 1위다. 지난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표한 ‘엄마 지수’에서 176개국 중 최고점을 받았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살기 좋은 나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핀란드는 아빠의 육아휴직을 시작한 최초의 국가예요. 그만큼 여성과 육아를 위한 제도가 잘 정비돼 있습니다. 아직도 유리천장 때문에 여성의 고위직 승진이 어려운 한국과 달리 정치적으로 여성의 힘이 더 강한 나라이기도 하죠.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장관도 핀란드에서 배출했답니다.” 핀란드의 임신부는 출산 전 신생아를 위한 육아 필수품이 모두 들어 있는 ‘엄마 상자’를 선물받는다. 이후 아이가 태어나면 만 17세가 되기 전까지 매달 아동 수당을 받는다. 워킹 맘들은 아이가 아프면 한 달 중에 4일은 별다른 보고 없이 쉴 수도 있다. 아픈 아이를 두고 일을 하러 가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 나온 정책이다. 엄마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주는 세심한 배려에 입이 딱 벌어진다. 핀란드의 안정된 교육제도도 엄마들의 행복에 크게 기여한다. 부모들이 공교육을 신뢰하니 자녀교육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 아이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모든 것을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이나 교육 커리큘럼까지 직접 짜주는 ‘매니저 맘’이 이곳엔 존재하지 않는다. “친구의 딸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때였어요.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요청해 갔더니 세 살이면 숫자 3까지만 알면 되는데 아이가 10 이상을 알고 있다며, 혹시 집에서 지나치게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냐고 묻더래요(웃음). 그러고는 선행학습 없이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숫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달라는 주의를 받았대요. 한국과는 꽤 다른 모습이죠?” 핀란드에는 성적표도 없다. 교사가 “이번 학기에는 수학을 좀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피드백을 줄 뿐이다. 아이들을 객관적인 지표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중요치 않다. “인구가 5백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에서 경쟁은 별로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에요. 싸우는 것보다 협동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드니까요. 반면 한국은 좁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다 보니 경쟁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요? 1970, 80년대를 지나며 한국 사회가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여담으로 한 이야기가 떠올라 털어놓자면 핀란드 가정집에는 아이들 공부방도, 흔한 개인용 책상도 없다고 한다. 대신 식탁을 크게 만들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자유롭게 공부한다. ‘공부 말고 다른 일은 절대 안 돼’라고 말하는 듯, 비좁은 한국의 독서실 책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그의 고백에 지난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독서실 스탠드를 켜야만 공부가 되는 줄 알았던 무지했던 옛날이다. 어디서 사는 게 왜 중요하죠? 요즘 그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왜 그 좋은 핀란드를 떠나 한국으로 왔냐는 질문이다. 서울도 아닌 내륙 한가운데, 대구에 살고 있는 북유럽인 남편의 존재가 여러 사람에게 흥미롭게 느껴진 까닭이다. 올해 초 아내 나유리씨가 대구 계명대학교 공예디자인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헬싱키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아내와 함께 지내며 남은 논문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어디서 산다는 게 중요한가요? 누구와 어떻게 사는 게 더 중요하죠. 핀란드에서 보낸 7년 동안 도시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삶을 배웠어요. 그걸 아내의 나라에서 실현해보고 싶습니다. 논문 작업이 끝나면 한국의 학계에서 일할 생각이에요.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핀란드인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는 그들 스스로가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나눈다. 그는 북유럽에서 살기만 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애교 섞인 투정은 이제 그만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중요한 것은 삶의 장소가 아니라 자세라는 얘기다. “핀란드의 겨울은 정말 혹독해요. 11월부터 4월까지는 오후 2시만 돼도 어둠이 찾아오죠. 처음엔 그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정말 활동적이더라고요. 스키, 보드, 크로스컨트리를 비롯해 온갖 동계 스포츠를 즐기면서 살아요. 주어진 환경을 불평하는 게 아니라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누구든, 어디서든 행복할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사실 각종 기관에서 발표하는 행복 지수를 보면 한국은 늘 하위권이다. 높은 자살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불안정한 사회 시스템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해 보이진 않았을까.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행복 지수를 맹신할 필요는 없어요. 주관적인 감정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일이랍니다. 행복을 1~10까지 나누었을 때, 서양 사람들은 정말 좋으면 10을 선택해요. 반면에 동양 사람들은 보통 7, 8이라고 말하죠.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음양이 공존하듯,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주 행복할 때도 언제 불행이 올지 모르니 겸손해지는 거죠. 이런 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한국의 행복 지수는 낮게 측정될 수밖에 없어요.” 거창한 행복을 좇지 마라.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행복 비결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별 욕심이 없다. 가족과 따뜻한 저녁을 먹는 것에 감사하고 근사한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소박한 삶을 산다. “주위의 한국 친구들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좀 더 일하면 돈도 많이 모을 거고, 그때가 되면 여행도 많이 다닐 거고, 그래서 몇 년 뒤엔 훨씬 행복해질 거야’라며 미래의 행복을 좇는 사람이 많거든요. 미루지 마세요. 가족과 연인,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누리세요. 당신의 현재를!” 인터뷰 말미 미셸 부부는 대구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곳이라며 50년 전통 ‘납작만두’ 가게로 기자를 데려갔다. 허름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만두피에 당면소를 넣고 투박하게 부쳐낸 만두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고, 간장을 흥건히 둘러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웠다. 서울에 가면 이 맛있는 음식을 못 먹을 테니 발이 안 떨어진다며 괜히 호들갑을 떨었다. 두 사람이 껄껄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가 말한 행복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3천원짜리 만두 한 접시가 주는 기쁨을 알고 감사히 먹는 것, 행복하다고 소리 내 표현하는 것 말이다. 1 스위스 전통 빵인 좁프를 만들고 있는 미셸 램블린. 2 핀란드에서 살 때부터 사용한 찻잔들. 3 8년 차 부부의 추억이 담긴 액자.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안지영 ■참고 서적 / 「핀란드 슬로우 라이프」(나유리·미셸 램블린 저, 미래의 창)>
- [행복 더하기]핀란드에서 온 안나리사의 행복이 머무는 곳
- 2012. 09. 13 17:38 화제
- 언제부턴가 ‘행복’이라는 단어는 관념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말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틈만 나면 ‘행복’을 이야기하고, 언제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또 ‘행복’을 얻으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막상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물음에 시원스레 “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어디든 같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9月 행복의 나라: 핀란드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① 맨발로 흙을 밟으며 누리는 행복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안나리사(29) 가족의 집은 마치 외국 그림엽서의 한 컷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바탕 후두두 비가 내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 빗방울이 잦아들자 더욱 강렬해진 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딱히 대문이랄 것도 없는 집 입구에 들어서면 소박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가득한 마당이 펼쳐진다. 마당 한구석 단풍나무 아래의 작은 테이블 위에는 고양이 ‘나비’가 몸을 웅크린 채 낯선 사람을 맞고, 또 한편에는 아이들이 타고 노는 그네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낮은 ‘삐그덕’ 소리를 낸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다거나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편안하다. 많은 이들이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살고 싶은 집’의 낭만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이 집의 느낌만으로도 안나리사 가족의 삶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고향 핀란드에서는 집집마다 정원이 있고 가족이 함께 그 공간을 가꿔요. 작은 텃밭을 만들어 허브나 채소를 키워 먹기도 하고 꽃씨를 심어 돌보기도 하고요. 시내 곳곳에도 숲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집 주변 숲 속을 뛰어다니며 놀거나 나무에 매달린 블루베리 같은 것들을 따먹기도 했어요. 또한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편이라 늘 꽃에 물을 주고 돌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풀과 나무를 가까이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겨요. 싱그러운 에너지도 얻을 수 있고요.” KBS-1TV ‘인간극장’에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안나리사와 가족은 요즘도 여전히 그들이 아끼는 꽃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핀란드인 안나리사는 유리예술가이자 건축 디자이너인 홍성환씨(46)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한국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부부를 꼭 빼닮은 사랑스러운 두 딸 사가, 사라와 자유롭게 숲 속을 뛰어다니던 핀란드 생활을 접고 처음 서울에 둥지를 틀었을 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도시의 답답한 공기였다. 자연과 소통하며 지내는 핀란드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남편 홍성환씨 역시 서울 생활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기에 도시는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두 사람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이 흙을 밟고 풀을 만지며 새소리를 듣고 동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 남양주 끝자락에 위치한 지금의 집이다. 2층짜리 컨테이너 하우스를 짓고 취향에 맞게 마당을 꾸몄다. “한국에 와서 보니 다른 엄마들은 아이 손바닥에 뭐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얼른 물티슈를 꺼내 닦아주고 이것저것 만지지 못하게 가르치더라고요. 사가와 사라는 맨발로 종일 뛰어다니고 지렁이를 잡아서 닭장에 넣어주기도 하고 꽃잎을 세면서 놀아요.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충분히 자연과 함께한 기억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연이 없으면 사람도 없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해요.”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② 행복 에너지의 원천, 가족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사가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사라는 요즘 또래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같이 피아노를 배우러 가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가와 사라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아빠와 술래잡기를 하고 엄마와 빵 만들기를 할 때다.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고 두 딸의 머리를 잘라주는 다정한 아빠 홍성환씨는 사가와 사라의 가장 듬직한 친구이기도 하다. “남편은 주로 아이들과 지칠 때까지 뛰어노는 편이고 저는 같이 뭔가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요. 가족과의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는 남편은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행동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와 추억을 공유하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에요. 정서 발달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부모의 관심과 존중, 함께하는 대화와 경험들이 반드시 필요하죠.” 덕분에 안나리사의 집에는 언제나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작은 일 하나에도 함께 즐거워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활발하게 교감하는 가족. 재봉틀 앞에 앉아 아이들이 입을 옷을 만드는 안나리사와 그 옆에 앉아 조심조심 바느질 연습을 하는 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가위를 들고 천을 자르는 사라가 함께하는 풍경은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다. 특별하진 않더라도 이토록 충만한 일상들이 모여 행복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③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즐겁게 안나리사는 행복한 삶이란 가까운 이들과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을 배려하되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거나 강요하지 않는 대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저는 미리부터 학습에 얽매이거나 불필요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말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저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가 최고야’라고 말하는 걸 듣고 사실 조금 놀랐어요. ‘잘하는구나’라고 칭찬하는 것과 ‘1등이야’라고 선을 긋는 건 달라요. 저는 사가와 사라가 그렇게 1등이나 최고에 집착하기보다 재미있는 것,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길 바라요. 그래야지만 스스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④ 능력을 발휘하며 얻는 삶의 원동력 가족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하우스의 한쪽에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유리예술가인 부부의 작품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두 사람은 매일 이 작업실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영국, 프랑스, 체코, 핀란드 등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받은 남편은 물론 디자인을 전공하고 남편에게 유리공예 기법을 배운 그녀의 작품들 또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어릴 적부터 뭔가를 만지작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그녀는 일찍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에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도 높일 수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유리 작품을 만드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일에서 얻는 활력이나 자신감이 다른 일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작품활동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보여줘야겠다거나 수익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그동안의 성과를 한 번쯤 정리하고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얼마전 첫 번째 작품전을 열었다. ‘유리스튜디오 안나리사’라는 이름의 전시회로, 오는 9월 중순까지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잇다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덕분에 올 여름휴가도 평창에서 보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일’이란 가치 또한 무척 중요한 부분이죠. 살아가는 목표이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힘이 되어주잖아요. 저는 지금은 유리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옷과 관련된 일도 해보고 싶어요. 관심이 많거든요. 앞으로 일과 가정을 잘 엮어서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예정이에요.” 안나리사는 “지금 당신은 행복하냐”라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충분히”라고 답했다. 매일매일 펼쳐지는 하루가 색다르고, 많은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원하는 걸 다 가졌다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충분하잖아요. 크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의 마당이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또 앞으로 뭔가 더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미래도 있어요. 저는 지금의 생활에 무척 만족해요. 자신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긍정, 그러한 마음이 있어 더욱 행복한 것 아닐까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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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영이 찾은 공간]일상이 디자인인 핀란드를 만나다
- 2012. 05. 11 19:28 리빙
- 낱개 포장된 티백은 찻잔 속에 들어가 찻물이 우려지고, 자동차의 타이어는 한쪽에 구멍이 난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 수명을 다하는 시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핀란드에 가면 이런 하찮은 물건들도 디자인이 된다. 일상 속에서 디자인 재료를 찾고 그렇게 만든 제품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핀란드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핀란드 디자인전을 찾았다. 나무 소재 자체로 마감해 내추럴한 아름다움을 최대한 끌어올린 피니시우드 그릇들.핀란드의 디자인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중점을 둔다. 버리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버리는 것에 대한 저항(Against Throwawayism)’이 디자인 철학의 중심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다. 100년 전의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상생활 속의 제품, 자연 환경에 순응하며 자작나무로 만든 제품 등 핀란드 디자인전은 인간과 사회, 환경을 생각하는 동시에 미래를 배려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잘 보여주며 공공 디자인에 대한 북유럽의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전시였다. 자연 소재로 만들어지는 핀란드의 여름 집을 재현했다.자연 그대로를 반영하고 자연과 소통하는 오픈된 공간의 여름 집, 버려진 타이어를 재사용해 만든 소파, 자연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나무 소재 자체로 마감한 피니시우드 작품 등은 에코 인테리어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타이어를 재사용해 만든 소파. 핀란드 디자인전에 전시된 핀란드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이탈라, 카이 프랑크, 아바르테, 아르텍의 제품을 만나보며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르텍(Artek) 1935년 설립된 핀란드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로 전통적 가치를 존중함과 동시에 새로운 현대적 가구 시대를 열며 가장 예술적이고 기술이 뛰어난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리적이고, 미적이며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것이 기본 철학으로 뛰어난 품질과 시간을 초월한 고전미를 가진 제품들을 선보인다. 알바르 알토, 일마리 타피오바라, 에로 아르니오, 시게루 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고 있다. 이탈라(Iittala)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으로 북유럽 가정들의 식탁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 핀란드 디자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버리는 것에 대한 저항’ 철학을 잘 담고 있어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을 넘어 세대를 이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카이 프랑크와 알바르 알토 등 전통을 존중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디자이너들과 함께 많은 작업을 해 유명 브랜드 이상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카이 프랑크(Kaj Franck) 1940년대 전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르딕 디자인이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브랜드. 카이 프랑크는 본래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아라비아 도자와 누타예르비의 유리 공방의 예술감독이었다. 이곳의 제품들은 북유럽 대부분의 가정에서 지금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며, 핀란드 물질문화의 미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아바르테(Avarte) 1960년대에 디자인돼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카루셀리, 레미, 스칼라 등의 라운지체어 시리즈를 비롯해 아바르테의 디자인은 시간이 흘러도 신선함과 모던함을 자랑한다. 인체공학적, 친환경적, 심미적, 경제적의 네 가지 요소를 디자인 및 제조 컨셉트로 삼고 있다. Her Bookmark 물건을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 핀란드의 철학을 잘 담고 있는 두 가지 아이템으로 환경 친화적이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배워볼 것. 차의 종이 박스에 붙은 브랜드 로고와 여행 티켓 등으로 만든 테이블과 다이어리는 지나온 삶이 담긴 특별한 아이템이 된다. 또 단순히 책을 접는 것만으로도 아트가 될 수 있다. 책을 일정하게 접어서 만든 오브제는 에코 인테리어 크래프트의 대표적인 예로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자연 친화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유미영 경력 12년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개조 공사, 홈드레싱 인테리어 컨설팅, 클래스 강사 활동은 물론 「레이디경향」, 「까사리빙」, 「레몬트리」 등 다양한 매체의 스타일링을 책임지고 있다. 「무크 100인의 인테리어」, 「작지만 실속 있는 싱글룸 인테리어」를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인테리어를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기획 / 조혜원 기자 ■글&사진 / 유미영>
- 핀란드 사람 따루, 막걸리의 깊은 맛에 반해 주막 차린 사연
- 2011. 02. 07 16:56 화제
- ㆍ“추운 겨울밤, ‘따루 주모’와 막걸리 한 잔 나누면 세상이 즐거워집니다”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의 인기 패널이었던 핀란드 출신 따루 살미넨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만큼이나 자유자재로 생활언어를 구사하고, 즐겨 먹는 음식으로 막걸리와 홍어회를 꼽는 파란 눈의 그녀가 이제는 한국 막걸리를 파는 주막의 어엿한 주모가 됐다. 누구나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곳 “주모! 여기 시원한 경상도 막걸리 하나 주세요. 안주는 주모가 알아서 주세요.” “주방에서는 오늘 시메사바(고등어초절임)가 신선하다고 하네요. 유황오리와 숙주볶음도 인기 메뉴고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홍익대학교 앞 서교초등학교 근처에는 저녁마다 정겨운 이야기가 오가는 주막이 있다. 핀란드 국기가 반기는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정통 일식을 전공한 셰프가 요리를 준비하는 오픈 주방이 나오고, 투박한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 틈으로 인심 넉넉한 주모의 모습이 분주하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핀란드·일본·한국 등 각국의 문화가 뒤섞인 이곳은 깔끔하면서도 편안하게 꾸며놓았지만 옛 시골 장터에서 접할 수 있을 법한 주막 특유의 취흥이 가득 차 있다. 문을 연 지 이제 넉 달째 접어드는 이 주막은 평소 ‘막걸리 예찬론’을 펼치며 막걸리 사랑을 실천해온 따루 살미넨(34)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막걸리를 나누고 즐기고자 마련한 곳이다. 한국에 온 뒤 우연히 맛본 막걸리의 매력에 빠져 ‘막걸리 학교’에서 전문적인 공부까지 마친 그녀는 오랜 기간 꿈꾸고 준비한 끝에 드디어 ‘막걸리 사랑방’의 안주인이 됐다. “막걸리 가게를 내고 싶다는 생각은 3, 4년 전부터 품고 있었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적성에 잘 맞는 일을 찾고 싶었는데, 제가 워낙 막걸리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가게를 열어봐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다 지난해 초 한 방송에서 한 해 소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막걸리 주막을 열고 싶다’고 공언했거든요. 그 방송을 보고 투자하고 싶다고 연락 주신 분도 계세요. 같이하진 못했지만 그때부터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죠.” 가게를 내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절차를 밟고,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들을 점검하고, 메뉴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이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인 만큼 준비 기간 내내 신바람이 났단다. 기억하기 쉽고 친근한 이름을 고민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따루 주막’이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피곤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잠도 자고, 속에 쌓였던 응어리도 풀어낼 수 있는 훈훈한 옛 ‘주막’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 저는 ‘주막’이 갖고 있는 정서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소박하고 편안하기도 하고 정이 넘치잖아요. 손님들이 즐거운 일이 있을 때나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언제든 여기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단순히 서빙만 하는 게 아니라 오신 분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고민도 들어드리려고 해요. 조만간 ‘주모’라는 명찰도 크게 하나 만들어 달려고요. 앞으로는 ‘따루 주모’라고 불러주세요.” 맛있고 건강한 술, 막걸리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따루 주막’에는 경계가 없다. ‘주막’을 표방하지만 막걸리뿐 아니라 한국, 일본, 핀란드의 대표 술과 안주를 맛볼 수 있다. 테이블 위에는 시원한 막걸리, 정겨운 사케, 깔끔한 보드카가 놓여 있고, 공기 중에는 각각의 고유한 느낌들이 뒤섞여 있다. 소품이며 가게 분위기도 글로벌하다. 각국의 술과 안주, 문화는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의외로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원래 막걸리와 청주·사케는 형제인 셈이에요. 큰 통에 술을 빚을 때 윗부분의 맑은 술은 청주가, 아래로 가라앉은 술은 막걸리가 되잖아요. 손님들이 막걸리를 드시다 배부르다고 하시면 청주를 권해드려요. 또 핀란드 사람으로서 한국 분들께 핀란드 보드카의 맛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막걸리야 제가 워낙 사랑하는 술이니까 다양하게 준비했고요.” 여기에 한식·양식·일식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셰프의 손맛이 더해져 술맛을 돋운다. 그녀와 함께 주막을 꾸려나가는 김성훈 셰프는 정통 일식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활동해 온 베테랑 요리사로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요리들을 척척 만들어낸다. 고정된 메뉴도 있지만, 그날그날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들어낸 셰프의 추천 안주가 인기 있는 편이다. ‘따루 어머니표’ 비법이 숨어 있는 핀란드식 연어샐러드도 맛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건 ‘막걸리 학교’ 우등 졸업생 따루가 자신 있게 엄선한 막걸리의 기막힌 맛이다. “우선 지금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막걸리들을 골라 판매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서울 막걸리밖에 몰랐는데 지역별로 맛과 향이 다 다르더라고요. 부산이며 고창이며 여행을 다니면서 지역별로 유명한 막걸리를 섭렵했어요. 제대로 알고 즐기고 싶기도 하고 가게를 열면 손님들께 전문적인 정보를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전통주 전문가가 운영하는 막걸리 학교를 다녔어요. 막걸리의 역사, 빚는 방법, 막걸리 응용법, 술 예절 등 이론과 실기를 두루 익히고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기도 했고요.” 12년 전 교환학생 신분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술은 입에도 대지 못했던 그녀가 이제는 이토록 열성적인 ‘막걸리 마니아’가 됐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한국 친구들을 사귀면서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았어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소주, 맥주와 달리 유독 막걸리는 처음부터 부드럽게 꿀꺽꿀꺽 잘 넘어가더란다. 또 자세히 알아갈수록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한국적 문화를 담고 있는 술이라는 생각에 더욱 막걸리가 좋아졌다. “무엇보다 막걸리는 맛있잖아요. 종류별로 달콤하면서도 시큼하고,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나요. 와인만큼 다양한 맛을 갖고 있어서 웬만한 음식과도 다 잘 어울리고요. 술이긴 하지만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도 좋고요. 간혹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빨리 숙성시키려고 첨가물을 넣어 만드는 예전에나 그랬고, 제대로 만들어내면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발효과정에서 더 부드럽고 깔끔해지죠. 막걸리만큼 뒤끝 없고 건강한 술도 없을 거예요.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술이에요.” 핀란드에 2호점을 내는 그날까지 ‘따루 주막’이 문을 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특별한 맛에 반한 단골손님도 꽤 많이 생겼다.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친구들도 여럿 다녀갔고, 프로그램을 통해 따루와 인연을 맺은 개그맨 남희석은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주막을 찾아올 정도로 반해버렸다고. 또,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꽤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손님은 경주에 사시는 분인데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오셨다가 꼭 와보고 싶던 곳이라 물어물어 찾아왔다고 하시는 거예요. 감사해서 서비스 안주를 많이 드렸죠(웃음). 그런데 그때 제가 ‘경주빵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시고 그 후에 가게로 경주빵까지 보내주셨어요. 단골손님 중에 점점 친해져서 집에도 놀러가고, 좋은 언니 동생 사이로 의지하며 지내게 된 분들도 생겼어요. 사실 사람들 사이에 편안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러고 보면 술이 좋은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늦은 시간까지 가게에 신경을 쏟다 보면 힘들고 피곤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 더욱 힘을 내게 된다. 주막을 시작한 뒤로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 정신이 멍할 정도로 잠이 부족하지만 자신과 막걸리 한잔을 나누고 싶어 찾아오는 이들과 잔을 기울이다 보면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는 그녀다. “좋아하는 막걸리도 실컷 마시고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해요. 다만, 최근 부쩍 높아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금세 시들해져버릴까 걱정이 돼요. 한국은 유행이 빨리 바뀌는 편이잖아요.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또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맛있게 즐겼으면 해요. 막걸리는 외국인들도 좋아할 만한 장점이 많아요. 한국의 문화를 담은 진짜 ‘한국적 막걸리’가 세계로 널리 뻗어 나갔으면 좋겠네요.” 그런 점에서 따루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언젠가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고향 핀란드 헬싱키에 ‘따루 주막’ 지점을 내는 것. 상상만 해도 즐거운 그 순간을 위해서 막걸리는 물론 한국 전통주와 음식 문화에 대해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 나갈 생각이란다. 이 파란 눈의 주모의 목표가 이루어지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며, 오늘 저녁 시원하게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보는 건 어떨까. ‘따루 주모’가 소개하는 막걸리 맛있게 즐기기 한국에는 각기 맛과 향이 다른 수백 종류의 막걸리가 있어요. 지역에 따라, 재료에 따라, 발효법에 따라, 숙성 기간에 따라 느껴지는 맛과 향이 다른데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알고 취향대로 골라 즐기면 돼요. 대체로 평소 막걸리를 자주 접하는 분들은 좀 ‘텁텁한’ 맛을, 그렇지 않은 분들은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더라고요. 보통 막걸리를 마실 때는 자연스럽게 파전 같은 전 종류를 안주로 선택하잖아요? 물론 잘 어울리는 궁합이긴 하지만, 막걸리만큼 웬만한 안주와 다 잘 어울리는 술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신선한 회와 함께 막걸리 마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구수하고 묵직한 맛의 막걸리에 회의 담백한 맛이 의외로 잘 어우러지는데다 배도 덜 불러서 좋아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더욱 맛있게 막걸리를 즐기길 바라요. (1)경상도 지역 막걸리는 소위 말하는 ‘옛날 맛’이 많이 나요. 밀로 빚었기 때문에 달지 않고 살짝 텁텁하게 느껴지죠. 남자 분들이 특히 많이 찾으시고, 달지 않아서인지 무한대로 많이 마실 수 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맛이에요. 처음에는 좀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경상도 막걸리를 찾게 되더라고요. 막걸리의 ‘참맛’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죠. (2)전라도 지역 막걸리는 약간 달달한 맛이 나면서도 묘한 감칠맛이 도는 매력이 있어요. 목 넘김이 부드럽지만 조금 시큼하기도 하죠. 이틀 정도 숙성시켰다 마시면 더욱 맛있는데, 요구르트 같은 맛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따루 주막’을 처음 찾아온 분들께는 주로 전라도 지역 막걸리로 시작하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3)요즘 부쩍 검은콩 생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졌어요. 이 막걸리는 맛이 미숫가루 같기도 하고 두유 같기도 해요.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서 많이들 찾는 것 같아요. 검은콩 생막걸리는 가게에 막 들어온 것은 절대로 바로 팔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요. 3일 정도 둬서 숙성이 이루어진 뒤에 마셔야 가장 맛있기 때문이죠. (4)경북 대구 지역 팔공산 생막걸리는 주로 밀로 빚는 다른 경상도 막걸리와 달리 쌀로 만들어요. 눈으로 보기에도 색이 아주 곱고 하얗죠. 뽀얀 색깔만큼 맑고 상쾌한 느낌의 맛을 내요. (5)복순도가 생막걸리는 ‘미녀들의 수다’에 같이 출연했던 친구의 아는 분이 100% 전통 방식으로 막걸리를 빚으신다기에 맛을 보러 찾아갔다가 완전히 반해버려 판매하고 있어요. 옛 항아리 독을 사용해서 친환경 햅쌀로 빚고, 누룩은 전통 밀을 쓰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가 없대요. 아껴 마셔야 하는 막걸리인데요, 톡 쏘는 청량감이 살아 있어서 아주 맛있어요. (6)저희 주막에서 다른 막걸리는 전부 큰 잔에 따라 마시는데, 자색고구마막걸리만큼은 작은 잔을 사용해요. 다른 막걸리에 비해 도수가 조금 높거든요. 색깔도 예쁘고 맛있어서 젊은 손님들이 선호하는 막걸리예요. 회나 해산물 같은 안주와도 아주 잘 어울리죠.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강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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