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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 “원자로 설계 SW 한국으로 유출시도 적발”
미국 에너지부 “원자로 설계 SW 한국으로 유출시도 적발”(2025. 03. 18 11:19)
2025. 03. 18 11:19 국제
1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 보고서. 에너지부 감사관실 제공·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로 거론한 보안 문제 중에는 과거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 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간)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고 했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보고 대상 기간인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적시됐다. 직원이 한국으로 가져가려 한 정보는 INL이 소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로 특허 정보에 해당한다고 감사관실은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직원의 정부 이메일과 메신저 기록을 조사한 결과 이 직원이 해당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직원과 외국 정부 간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 정부와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보고서 제출 당시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국이 이 사안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한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외교부에 한국 연구원들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돼 명단에 포함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 보고서에 적시된 사례를 여러 보안 규정 위반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감국가 명단이 다음 달 15일 발효하기 전에 한국을 명단에서 빼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할 계획이며 미국 측의 보안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 현안을 협의하면서 이 문제도 논의할 방침이다.
[시네프리뷰]악령: 깨어난 시체 - 베트남판 1960년대 한국 공포영화
[시네프리뷰]악령: 깨어난 시체 - 베트남판 1960년대 한국 공포영화(2025. 03. 12 06:00)
2025. 03. 12 06:00 연예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허술하다.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춘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엔케이컨텐츠 제목: 악령: 깨어난 시체(The Corpse)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베트남 상영시간: 122분 장르: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도안 낫 트룽 출연: 광 투안, 카 누 개봉: 2025년 3월 1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내가 베트남산 공포영화를 접한 적 있던가. 영화관에 들어가며 한 생각이다. 있긴 있다. 조안, 차예련 주연의 <므이>(2007)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몇몇 장면만 삽화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베 합작영화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베트남 단독으로 2편 <므이: 저주 돌아오다>(2022)가 제작됐고, 국내 개봉까지 한 모양인데 후속편 제작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많은 편수는 아니지만, 베트남에서도 공포영화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시즌에는 메콩강에 있다는 물귀신을 소재로 한 영화 <마야>도 수입돼 개봉한 모양인데, 역시 깜깜무소식이었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스스로 돌아봤다. 필자가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 같은 건 아닐까. 영화를 보며 계속 떠올랐던 것은 <월하의 공동묘지>(1967) 같은 영화들이다. 엔딩크레딧에 붙어 있는 영화가 근거하고 있다는 ‘실제 사건’ 다큐 영상에서 떠오른 건 다시 <월하의 공동묘지>를 만든 권철휘 감독이 그럴듯한 공포 장면을 만들기 위해 당시 미아리 공동묘지에서 1주일간 밤을 새웠다는 일화 같은 것이었다. 관 속에서 발견된 목걸이의 저주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도시에서 살다가 낙향한 가족 이야기다. 남편 쿠앙은 아내 누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들 산과 살고 있다. 이 남자, 마음씨는 좋지만 능력 없는 백수다. 돈이 떨어지자 상속받은 선산을 팔아치우려 한다. 지관과 함께 나타난 매수자는 선산에 무연고 묘가 있는 걸 발견한다. 산을 팔기 전에 무연고 묘를 처리하라고 하자 쿠앙은 동네 파묘꾼을 데리고 가서 파기 시작한다. 마침내 드러나는 관. 관 속에는 낡은 목각인형이 있는데 꽤 값나가 보이는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다. 임시로 쿠앙의 집에 가져다 둔 관에 파묘꾼이 몰래 접근해 보석 목걸이를 훔쳐 간다. 목걸이엔 저주가 걸려 있었고, 목걸이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차례로 죽어 간다. 남편이 그 지경인지라 아내 누는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영화에서 뚜렷하게 설명은 안 나오지만, 하필이면 직업이 염습(殮襲)하는 염장이다. 영화는 이탈리아 B급 호러들이 신체 훼손과 시신을 집요하게 비추는 것처럼 시신 묘사에 집착한다(왜 저런 직설적인 제목을 붙였지? 라는 의문이 해소된다). 아마도 공포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순박한 사람들은 그 대목에서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지 않을까. 영화는 아마도 베트남에서 민간 전승됐을 다양한 괴담을 에피소드로 사용한다.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술에 취한 파묘꾼 카가 도박장에서 나와 집에 돌아갈 때다. 술이 떨어진 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동묘지에 누군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놓아두었던 반쯤 찬 술병이다. 감사를 표하고 술병을 잡고 마시려 할 때마다 공중 어딘가에서 손이 나와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술병을 빼앗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있음 직한, 그럴듯한 괴담이다. 연출도 훌륭하다. 카메라는 잘생기고 마음씨만 좋을 뿐, 능력은 없는 쿠앙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시신이 차고 있는 시계가 탐난 누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훔치려고 하지만 시신의 ‘보복’을 당한다. ‘만들어진 전근대’의 근대에 대한 복수 가족을 건사하지 못하는 가부장의 ‘위기’는 자식을 돌봐주는 남편의 고모에게 밥도 안 주는 못된 조카며느리 탓으로 몰아간다. 물론 이대로 끝난다면 결국 희대의 악녀가 저주를 받는 건 당연한 것이 되겠지만, 영화의 중반부쯤엔 감독이 감춰놓은 반전을 눈치채게 된다. 아마도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초반부에도 복선을 숨겨놨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 대부분의 공포 장면은 주인공 뒤로 검은 그림자가 쓱 지나가거나, 과장된 음향효과와 함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시신을 비추는 진부한 연출의 결과다. 1960년대 초창기 한국 공포영화 연출을 떠올린 까닭이다. 영화는 ‘근대에 대한 전근대의 복수’라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공포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의 인트로에 사용된 마녀의 의식 장면이라던가, 동굴을 나와 밤하늘을 나르는 박쥐 따위는 그 전근대의 고유성조차 이미 근대가 발명한 전통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 베트남 영화에 흐르는 유교 문화 /정용인 기자 영화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프리미어 개봉한다. 왜 하필 한국일까. 의문이 들어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사진)에 참석했지만, 뚜렷한 답은 못 들었다. 베트남 영화시장에서 CGV의 멀티플렉스가 꽤 선전하고 있고, 찾아보면 CJ ENM이 히트작 다수 제작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한국투자사가 관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자세히 찾아보진 못했다. 시사회장엔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학생들과 커뮤니티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사실, 기자나 배급 시사 없이 일반시사로 최초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이다(기사를 쓰면서 살펴보니 개봉을 앞두고 기자·배급 시사 일정은 따로 다시 잡혀 공지돼 있다).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들은 베트남 쪽에서는 꽤 유명한 청춘스타인 모양이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간담회에 참석한 누 역을 맡은 카 누는 쩐 탄 감독의 가족 코미디 영화 <더 하우스 오브 노 맨>(2023), <마이>(2024)의 주연을 맡은 국민배우라고 한다(“공포 장르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밝혔다). 앞서 영화를 보며 <월하의 공동묘지>의 권철휘 감독 일화를 떠올렸다고 했는데, 상영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도안 낫 트룽 감독은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며 “실제로 산꼭대기에 올라가 연구했다”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강조한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덧붙여 있는 “아내를 잊지 못해 무덤에 묻은 시체를 파내 집에서 수십 년간 동거했던 남자의 이야기”(자료화면으로 실제 그 남자의 일화가 짧게 덧붙여져 있다)인 듯싶다. 아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같은 곳에서 다룰 만한 에피소드다. 사실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일종의 견강부회다. 영화의 절정부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발화점이 됐을 그 이야기는 암시되지 않는다. 찾아보니 ‘베트남 공포영화의 제작현황과 법 제도’를 다룬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신원 리포트가 있어 읽어봤다. 어쨌든 사회주의 나라인 베트남 영화법엔 ‘센서십’, 다시 말해 검열에 관한 규정이 있어 이게 영화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창작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는 자기검열을 가져온다고 한다. 법 제11조를 보면 “사회주의 공화국에 대항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위” 등과 함께 “외설적이고 타락한 생활방식, 범죄행위, 사회악, 미신 및 반동적 사상을 전파하거나 국가와 민족 간의 증오를 조장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는 선전행위”가 금지돼 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유교 사상이 사회주의 나라인 베트남 대중문화에도 뿌리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시네프리뷰
[메디칼럼](48) 한국 의료의 ‘보름달’
[메디칼럼](48) 한국 의료의 ‘보름달’(2025. 03. 07 14:30)
2025. 03. 07 14:30 건강
올해 첫 췌장이식을 했다. 서울에서 뇌사자가 생겼는데, 그 병원의 후배 교수에게 췌장 적출을 부탁했다. 그 교수는 흔쾌히 췌장 적출을 해준다 했고, 간호사 한 명만 장기이송을 위해 뇌사자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우리 병원에서 쉬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새벽 한 시쯤 이식할 췌장이 도착했다. 바로 수술에 들어가 무사히 끝낸 시간이 새벽 4시쯤이었다. 서울에 있는 그 교수가 장기 적출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장기 적출을 하러 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전날 낮 12시쯤 앰뷸런스, KTX, 앰뷸런스를 타고 뇌사자가 있는 병원으로 간 뒤, 뇌사자 적출 수술을 하고, 다시 앰뷸런스, KTX, 앰뷸런스를 타고 새벽 1시에 우리 병원에 도착해서 다시 수혜자 수술까지 진행해야 했을 것이다. 모든 수술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장시간 여독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으며 수술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에는 훨씬 몸이 가뿐했고, 수혜자 수술에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전공의가 모두 사직해 경험이 부족한 간호사 둘과 같이 수혜자 수술을 해야 했다. 그것도 별도리 없는 노릇이다. 수술방에서 나와 같이 많은 경험을 쌓은 간호사만 당직을 시킬 수도 없으니까. 생체 간이식 수술은 외과 수술의 꽃 간단한 타이(수술할 때 손으로 시행하는 결찰법)도 하지 못하는 간호사 둘과 수술할 때는 나 혼자 ‘원맨쇼’를 할 수 있도록 수술 중에도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면 뛰어난 주인공도 조수로 전문의를 데리고 수술할 수 있던데, 오히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증자 수술을 하지 않고, 수혜자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췌장을 수혜받은 환자분은 잘 회복했고, 인슐린을 바로 끊을 수 있었다. 췌장이식을 하고 며칠 뒤,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하게 됐다. 생체 간이식 수술은 외과 수술의 꽃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외과 술기의 정점이라 할 만큼의 수술자의 술기적 능력이 필요하고, 원래라면 절대 전신마취를 해서는 안 되는 말기 간부전 환자들을 완치시키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간이식 수술에는 나는 주로 수혜자 수술의 제1조수로 들어간다. 우리 병원 생체 간이식의 집도의는 양광호 교수다. 양 교수는 600례 이상의 간이식에 참여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며, 나도 장기이식으로는 잔뼈가 굵은 편이다. 수혜자는 평소의 간이식과 달리 거대해진 비장을 적출하는 수술이 추가로 필요했다. 비장의 기능 중 하나는 오래된 적혈구 등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환자의 지나치게 큰 비장은 몸의 혈구 세포를 모두 파괴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의 숫자가 모두 바닥을 치고 있었다. 원래 주먹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크기의 비장이 너무 커져서 간보다 훨씬 커졌고, 비장에서 배액 되는 정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어야 하는 하대정맥보다 더 굵은 상태였다. 저 혈관이 터지면 그 출혈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우선 비장으로 가는 동맥을 찾아 묶고 잘랐다. 이제 비장의 정맥만 처리하면 된다. 대정맥보다 커진 비장 정맥을 하나하나 박리하는 도중 그만 혈관이 하나 터지고 말았다. 놔두면 엄청난 출혈이 나지만, 양 교수와 나는 둘 다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즉시 손으로 혈관을 꼬집어 출혈을 막았고, 양 교수는 손가락을 정맥의 뒤로 넣어 정맥을 든 뒤 피가 나는 부위를 지혈했다. 의학 드라마에서처럼 비명을 지르고 당황하는 모습은 없었다. 정맥을 지혈한 후 무사히 비장절제를 마쳤다. 그 뒤에 이어지는 간이식이야 매번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어렵지 않은 케이스였다. 큰 문제 없이 간이식 수술이 끝나고 간이식 환자도 잘 회복했다. 전공의가 그만두니 술기 전수할 사람도 없다 전공의들이 없지만, 대형병원은 이렇게 저렇게 돌아간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하루하루를 어찌어찌 막고 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환자들은 운이 좋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환자의 나이가 되거나 병이 생겨서 우리가 췌장이식 또는 간이식을 받게 된다면 누가 해줄까? 필수의료에 종사하고자 하는 전공의들이 모두 그만두었고, 우리가 가진 술기를 전수할 사람은 이제 없다. <삼국유사>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때는 백제 말기였다. “6월 왕흥사 스님들이 배가 노를 저어 큰물을 따라 절 문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들에 있는 사슴과 같은 큰 개가 서쪽으로부터 사비 언덕에 이르러 왕궁을 향해 짖다가 갑자기 간 곳을 알지 못하였다. 성안에 여러 개가 길 위에 모여 혹은 짖고, 혹은 곡하다 잠시 후 흩어졌다. 한 귀신이 궁중에 들어와 크게 외치기를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하고는 곧 땅에 들어갔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그곳을 파게 했더니 깊이 석 자 정도에 한 거북이 있고, 그 등에 문자가 있었는데 ‘백제는 온달(보름달)이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 했다. 왕이 그것을 무당에게 물으니 무당이 말하기를 ‘온달(보름달)은 가득 찬 것인데 가득 차면 곧 이지러지게 됩니다. 초승달과 같다 하는 것은 아직 차지 않은 것입니다. 아직 차지 않은 것은 곧 점차 차게 됩니다’ 했다. 왕이 노하여 무당을 죽였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온달(보름달)은 성대한 것이고, 초승달은 미미한 것입니다. 국가(백제)는 성대해지고, 신라는 점차 미약해진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했다. 왕이 기뻐하였다.” 최근 의료계 뉴스를 보니 의료대란에도 불구하고 연령을 보정하면 2024년의 초과 사망자 수가 예년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가 보름달이라서가 아닐까? 이제 이지러지는 일만 남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제는 정말 큰 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 병에 걸리고 싶어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는 10년, 20년 후에도 췌장이식, 간이식을 원활히 받을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게 될까.
메디칼럼
견고한 유리천장…한국, ‘일하는 여성 환경’ 13년째 최하위권
견고한 유리천장…한국, ‘일하는 여성 환경’ 13년째 최하위권(2025. 03. 06 17:05)
2025. 03. 06 17:05 사회
직장갑질119 젠더특위,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젠더팀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3월 8일 여성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13년째 일하는 여성에게 환경이 가혹한 국가로 조사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오는 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하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소득, 유급 육아휴직 현황 등 10개 지표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한다. 지수가 낮다는 것은 일하는 여성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지난해까지(2023년 기준 조사)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 올해 2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1위는 스웨덴이 차지했고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28위를 기록했던 튀르키예가 이번에는 한 단계 내려가며 꼴찌를 기록했고, 일본(27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코노미스트는 OECD 국가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노동참여율은 여전히 낮았다고 짚었다. 노동 가능 인구 중 남성은 81%가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은 66.6%만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보다 15.9%포인트 낮았다. 튀르키예(37.3%포인트), 이탈리아(18.1%포인트) 다음으로 남녀 간 격차가 큰 편에 속했다.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은 성별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OECD 국가의 여성 평균 임금은 여전히 남성보다 11.4% 낮았는데, 한국의 경우 격차가 29.3%로 가장 컸다. 한국은 관리직 여성 비율(16.3%)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17.2%)도 뒤에서 두 세번째 수준에 그쳤다. OECD 국가에서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이 33%에 이르고 뉴질랜드나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거의 같은 비율로 이사회 직책을 맡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는 29.2주로 일본(31.1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관대한 육아휴직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남성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한국 관세 미국의 4배’ 트럼프 발언에…정부 “FTA로 관세율 0%대”
한국 관세 미국의 4배’ 트럼프 발언에…정부 “FTA로 관세율 0%대”(2025. 03. 05 15:51)
2025. 03. 05 15:51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의회 연설을 하는 장면이 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중계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후 이같이 밝히고, “주미한국대사관과 다양한 통상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한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공산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 협의체 채널,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업계 일각 “공동설계 필요”
표류하는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업계 일각 “공동설계 필요”(2025. 02. 21 12:12)
2025. 02. 21 12:12 경제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조감도. HD현대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적시 전력화를 위해 방위사업청이 최초 제안한 공동설계·분할수의계약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뤄졌어야 할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약 8개월여 표류하면서 2030년 해군 인도를 목표로 한 KDDX 선도함은 제때 전력화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방사청은 KDDX 사업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등으로 인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당초 고려하던 수의계약 결정을 보류했다. 이후 8월 말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복수 방산업체 지정, 공동설계, 1·2번함 동시 건조’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방사청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두 업체는 각자의 강점이 두드러진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개발하는 방안으로 KDDX를 공동으로 상세설계하는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청 등과 협의 끝에 KDDX 방산업체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 지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동개발 방안은 양사가 협력을 통해 상세설계 기간을 단축하고 1·2번함을 동시 건조하기 때문에 적시 전력화에 더 적합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서는 방산업체들이 협력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장보고-Ⅲ급 잠수함의 경우, 고난도의 중형 잠수함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협업으로 기본설계를 진행한 바 있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도 공동개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 정부·기업 간에도 공동설계를 통해 내로라하는 함정 건조의 선례가 많다”며 “국내업체 간에도 공동설계가 접근 불가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NYT “김새론 죽음, 압박 심한 한국 연예산업의 비극”
NYT “김새론 죽음, 압박 심한 한국 연예산업의 비극”(2025. 02. 18 10:04)
2025. 02. 18 10:04 국제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해외 주요 언론들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한국 배우 김새론의 비보를 16~17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김새론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여행자’와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로 칸국제영화제에 두 차례나 초청돼 해외에도 많이 알려진 배우다. 대표작인 영화 ‘아저씨’, 드라마 ‘사냥개들’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로이터는 “김새론은 한국의 가장 유망한 여배우 중 한 명이었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건 이후 커리어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썼다. AFP는 “김새론은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줬고, 여러 영화상을 받았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2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뒤 경력이 갑자기 중단됐다”며 “사건 이후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새로운 역할을 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에서 가장 찬사를 받는 젊은 배우 중 한 명이었던 김새론은 2022년 음주 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대중의 비판에 직면한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녀의 죽음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압박이 심한 한국 연예산업에 닥친 최근의 비극”이라며 한국의 연예산업이 “급성장하는 스타들의 정신 건강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비판받아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유명인의 인기가 종종 흠잡을 데 없는 평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CNN도 “최근 젊은 K팝 아이돌과 K드라마 스타들의 사망은 한국 연예산업에서 정신 건강과 압박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를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CNN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송재림을 비롯해 앞서 유명을 달리한 아스트로 문빈, 에프엑스 설리, 샤이니 종현 등의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K-엔터테인먼트의 경쟁이 치열하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환경과, 외모·행동에 있어서 완벽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스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새론
딥시크 쇼크, 한국 AI 산업 살릴까?
딥시크 쇼크, 한국 AI 산업 살릴까?(2025. 02. 10 06:00)
2025. 02. 10 06:00 경제
빅테크 가성비 AI 모델 경쟁 확산···한·미·일 AI 동맹 시동 각국 딥시크 차단···“AI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키워야” 세계적으로 AI 관련 개발 및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미·일 대표 기업의 AI 회동이 지난 2월 4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연합뉴스 한국이 세계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흥행에 놀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며 협업을 공식화했다. 당장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얻어내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협상력을 잘 발휘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오픈AI의 행보는 중국 기술 추격에 맞서 일본·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AI 동맹을 구축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한국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AI 업계를 뒤흔든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한국이 AI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강남 서초 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이 AI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첫 대외 행보로, ‘한·미·일 AI 동맹’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관심을 끌었다.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이 회장에게 725조원가량 투입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손 회장은 회동 후 “좋은 논의였다”며,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에 대해선 “(삼성과)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별도 회견에서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 스타게이트는 공급망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가능한 프로젝트”라며 “(오늘)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파트너십이 있을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회동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삼성 스타게이트 합류 촉각, SK 포괄 협력 검토 반도체 업계에서는 위기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합류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빅테크와 협력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고 미국이 원하는 인프라 구축에서도 삼성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주요 파트너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날 오전 오픈AI의 한국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을 찾아 올트먼 CEO와 회동했다. 회동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등 포괄적인 협력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회동 후 “굉장했다”라며, 최 회장을 “나이스 가이(좋은 사람)”라고 말했다. SK그룹은 “AI 반도체 및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오픈AI와의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지난 2월 4일 올트먼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챗GPT 기술을 카나나 서비스(대화형 AI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론칭하게 된다”며 “카카오의 5000만 사용자를 위한 공동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오픈AI의 GPT-4o를 비롯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카나나를 고도화하고, 오픈AI는 한국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I 모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네이버와 달리 해외 선두 기업과 함께 AI 앱 개발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을 택한 셈이다. 네이버는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를 소버린(주권) AI로 정하고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시키며, 공공기관 등의 기업간거래(B2B)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추진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도 확장하고 있다. AI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에서 나온 지 7년 만으로,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복귀에 힘을 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략적 제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트먼과 손잡은 카카오, 이해진 복귀한 네이버 딥시크가 지난 1월 20일 공개한 추론 AI 모델 R1은 국내외 AI 업계에 충격을 줬다. 초기 AI 모델 개발 비용을 밝히지 않고, 엔비디아의 저가형 그래픽처리장치(GPU) H800이 아니라 H100을 빼돌려 썼다는 의혹 등이 있지만, 대중에 공개된 모델의 성능과 가성비는 인정받고 있다. 딥시크에 따르면 저사양 GPU 2000개를 활용해 오픈AI의 ‘o1’과 성능은 유사하면서 비용은 18분의 1만 들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 비싼 칩을 많이 쓸수록 좋은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스케일링 법칙’을 깨뜨리고, 미국 빅테크기업이 AI 경쟁의 승자라는 인식을 뒤흔들었다.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도 화제였다. 도전에 직면한 올트먼 CEO는 오픈소스 방식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챗GPT의 일부 기술을 공개할 것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오픈소스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픈AI의 모든 직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폐쇄 진영과 오픈 진영 간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업계에서는 비용을 낮추고 모델 품질을 올리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과 오픈AI는 딥시크를 겨냥해 경량화된 AI 모델을 무료로 내놓기 시작했다.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호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딥시크가) 고성능 AI 모델의 기술 코드, 설계도까지 공개해 수천억원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개발 경쟁으로, 제품화된 AI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빅테크와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역전 기회가 생긴 만큼 정부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향후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딥시크 열풍이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데이터 보안이나 안전성 부문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국내 정부 부처는 지난 2월 6일 인터넷에 연결된 PC로는 딥시크를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사들도 접속을 막았다. 다만 오픈AI의 챗GPT 등 다른 AI 서비스 접속은 막지 않았다. 챗GPT는 정보당국에서 마련한 생성형 AI 활용 수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딥시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중국 서버에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보 유출 및 보안 우려가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딥시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절차, 처리 및 보관 방법 등의 확인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딥시크 측은 회신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도 딥시크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주 등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앱 마켓에서도 전면 차단했다. 오순영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은 “세계 각국이 ‘우리도 (딥시크처럼) 저비용으로 자체 AI 모델을 만들어 보자’라며 AI 개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논의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딥시크는 ‘AI 산업의 2막’을 열었다”면서도 “딥시크 모델이 보안·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의 딥시크 차단 조치에 대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중시하고 법에 따라 보호한다”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에도 기업이 해외 각국의 제재 조치에 직면할 때 ‘합법적 권익 수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보복 같은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지각생 한국, 3대 강국 목표로 총력전 딥시크 쇼크에 자극받은 한국도 뒤늦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4일 연내 국가 AI 컴퓨팅센터에 구축할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GPU 확보 계획은 2030년까지 3만장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GPU H100 기준으로 메타는 35만장, xAI는 10만장, 테슬라는 3만5000장, 아마존웹서비스는 3만장, 구글은 2만6000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전체를 통틀어 H100 GPU가 2000장 정도 수준이다. 과기부는 또 AI 기술 경쟁의 주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을 이달 말 확정해 발표한다.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AI 모델·서비스 개발을 위한 컴퓨팅 자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서는 AI 인프라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딥시크 탄생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AI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가 넘어, 딥시크를 이을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약 1만3000건으로, 미국(8600여건)을 앞질렀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는 “딥시크는 AI 등 첨단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오랜 계획과 노력의 결과다. 단순한 기업지원을 넘어 실리콘밸리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AI 생태계 자체를 바꾸려 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불투명한 미래에 지금도 미국과 중국으로 가는 인재들이 떠나지 않도록 한국도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서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 지정학적 파고와 빅테크 기업들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한국의 독자적 AI 모델 개발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찬준 고려대 정보대학 교수는 “서비스 개발로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천기술인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대한 육성과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각 레벨에서 필요한 최적화된 기술로 AI 성능을 극대화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형 AI를 향한 R&D(연구·개발)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52) 윤석열은 한국의 트럼프가 아니다(2025. 02. 07 14:50)
2025. 02. 07 14:50 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이준헌 기자 작년 12월 3일 이후, 모두가 던졌던 질문 중 하나는 ‘도대체 왜?’였다. 윤석열은 무얼 위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오래전부터 쿠데타를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무속인의 점괘를 믿어서’ 따위의 설명이 농담처럼 떠돌기도 했다. 그동안 밝혀진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이걸 농담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성폭력을 저질러 군에서 쫓겨난 노상원이 무속인과 어울리다가 국방부 장관의 비선처럼 활동하고, 현직 군인들이 이런 인물과 함께 롯데리아에서 쿠데타를 모의하고, 대통령은 이들에게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격하라고 명령하고, 심지어 무속인이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광경을 보면서 과연 쿠데타의 이유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이번 사태도 이해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 남을지 모른다. 윤석열, 트럼프, 전두환 누군가는 윤석열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르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르다. 트럼프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려는지는 분명하다. 그는 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이민자를 추방하는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의 반복이다. 그의 조치가 실제로 미국에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민자를 증오하고, 엘리트와 민주주의를 불신하고 자국의 이익에 절대적 우선성을 부여하려는 집단적 의지에 충실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지가 단순한 집단 망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구의 극우 집단은 ‘순수한 자기 정체성’, ‘자기 공동체의 배타적 이익’ 따위에 대한 집착에서 태어난다. 이는 서구 문화와 민주주의 자체에 잠재된 위험이다. 극우는 이런 내적 위험을 극단적 형태로 현실화하려 시도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극우 포퓰리즘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는 철저히 ‘전략적 합리성’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합리성의 핵심은 목표와 수단의 합리적 결합에 있다. 외계인이 자국 지도자로 변신해 지구 침공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를 암살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외계인과 싸운다는 목적은 망상이고, 암살이라는 수단도 정당하지 않지만, 이러한 목적과 수단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직될 수 있다. 만일 외계인을 죽이기 위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한다면, 그는 ‘기이하게 미친 사람’ 정도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치밀하게 무기를 준비해 실제로 암살을 시도한다면, 그는 전략적 합리성에 따라 움직이는 망상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전쟁, 학살, 쿠데타, 테러 따위가 이런 ‘합리적 망상가’들의 작품이다. 그런 비극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비합리적 목적과 정당하지 않은 폭력이 합리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장은 제 나름의 합리적 판단일 수도 있고, 일종의 망상일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음모론, 가짜뉴스, 집단적 증오심, 망상 따위의 비이성적 수단을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그의 목적과 수단은 매우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바로 이 점에서 그는 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향한 실질적이고 강력한 위협이 된다. 이러한 전략적 합리성은 ‘성공한 독재자’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전두환을 보라. 그의 모든 행위에는 분명한 전략적·전술적 목표가 있다. 그는 자신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에 따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수단을 사용했다.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 중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우리는 왜 전두환이 학살을 저질렀는지 꽤 분명히 알고 있다.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부터 1987년 6월 29일 선언까지 그가 결정하고 행동한 모든 것에 ‘왜 그렇게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이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한없는 적대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어떤 종류의 악인이었는지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진행된 지난 2월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의 이해 불가능성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특징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는 일관된 지향이나 목적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 목적이 망상이든 아니든, 타당한 것이든 아니든, 애초에 행위의 지향점 자체가 불분명하다. 그가 부정선거를 실제로 믿고 있는지 아닌지, 망상에 빠진 상태인지 아닌지는 제삼자가 알 수 없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부정선거를 밝혀내겠다’는 목적과 쿠데타라는 수단 사이에는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연결고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직 군인·현직 무속인에게 쿠데타의 기획을 맡겼던 걸까? 윤석열과 주변 일당은 결코 합리적 망상가로 불릴 수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기이한 광인에 가깝다. 이 점에서 그들은 다른 극우 정치인과도 분명히 구별된다. 예컨대 이준석은 반페미니즘이라는 망상을 활용하지만, 이 망상은 분명하고 일관적이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라는 상위 목적을 결코 거스르지 않는다. 그는 나름의 전략적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윤석열의 이해 불가능한 행위들을 이해하려면 전혀 다른 논리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는 오로지 감정적 충동과 해소의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야당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 부정선거라는 망상, 독재자에 대한 오랜 선망 같은 감정이 이리저리 뒤얽혀 내란이라는 파괴적 행동으로 귀결된 것은 아닌가? 트럼프가 실질적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써 감정적 차원을 활용한다면, 윤석열은 자신이 원하는 감정적 효과를 얻기 위해 실질적 수단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의 논리가 윤석열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모든 종류의 합리성을 거부한 채, 지속성과 일관성 없는 집단적 감정의 논리에 따라 흘러다니는 충동적 흐름이 있다. 이런 흐름에는 분명한 목적도 없고, 목적과 수단의 연결도 없다. 진실과 거짓, 맞는 소리와 헛소리의 구별도 없다. 망상이든 음모론이든 자신이 원하는 감정만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허용된다. 얼마 전 등장한 극우 테러리즘은 이런 흐름의 극단적 형태 중 하나다. 윤석열과 극우 지지자들은 전략적 합리성조차 거부한다는 점에서 파시즘보다는 ‘덜’ 위험할지 모른다(파괴적 집단 감정이 전체주의 국가의 합리적 전략 구조 안에 포획될 때, 파시즘의 진정한 위험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한국의 극우는 아무도 포획할 수 없는 무형의 파괴적 에너지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유형의 위험을 생산한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취재 후] CES가 한국에 던진 질문
[취재 후] CES가 한국에 던진 질문(2025. 01. 29 06:00)
2025. 01. 29 06:00 경제
지난 1월 1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 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양한 술을 제조하는 바텐더 로봇, 사람을 돌보는 감성 로봇, 가사를 돕는 집사 로봇 등 각양각색의 로봇이 등장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공장 같은 정형화된 공간에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자동화 설비 기기에 불과했다. 이제 AI 발달로 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하 휴머노이드)이 일상에서 구현되는 시대가 개막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지난해 32억8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2032년 660억달러(약 95조원)로 성장하리라 추정했다. 연평균 성장률만 45%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을 위한 챗GPT 순간이 오고 있다”며 AI의 궁극적인 미래를 로봇 같은 물리(Physical) AI라고 선언했다.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서는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휴머노이드가 생산 현장에 시범 투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스마트폰 탄생에 버금가는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생태계와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이번 CES에서 저마다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한국의 청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첨단기술의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국가 차원의 고민이 더디다. 지난해 12월 시장조사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AI 분야에서 한국을 5개 선도국(미국·중국·캐나다·싱가포르·영국) 뒤에 있는 ‘2군’으로 분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성형 AI 대열에서 한국이 낙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회는 올해 예산안에서 AI 컴퓨팅 지원 예산 3217억원 증액을 무산시킬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에 무관심하다. 한국이 뒤처지는 사이 세계 IT업계는 ‘양자컴퓨터’라는 또 다른 게임체인저의 등장을 맞았다. 첨단기술이 곧 국가안보가 되면서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안목과 이를 국가 발전 동력으로 만드는 국가 차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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